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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Safety rules were written by bloods." 한글로 직역하면, "안전규칙은 피에 의해 기록되었다"는 말이다. 즉, 현재 사용되는 모든 안전규칙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에 누군가가 다쳤거나 죽었기 때문에 유사 또는 동종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안전규칙은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배운 교훈이기 때문에 이를 준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재래형 붕괴사고 울산에 악영향


 지난 8월 16일에 무거동의 옥산초등학교의 체육관공사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중 콘크리트를 받쳐주는 높이 8m의 거푸집 동바리(지주)가 붕괴되어 상부에서 작업하던 인부 6명이 추락하여 부상을 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전국의 건설현장에서 간혹 발생되긴 했지만 울산에서는 과거 20년 동안 일어나지 않았던 지극히 재래형의 붕괴사고였다. 천만다행하게도 이번 사고에서 사망자나 중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 사고는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울산의 도시 이미지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정도로 큰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다.

200만원 아끼려다 10억여원 손실


 그러면 왜 오늘과 같은 과학기술문명의 시대에 이런 후진적인 사고가 발생하는가? 그것도 세계 10위권의 경제선진국인 한국의 산업수도인 울산에서 이런 부끄러운 거푸집동바리 붕괴사고가 발생되었는가? 그 주원인은 무엇인가? 간단하게 옥산초등학교의 동바리붕괴사고의 원인에 적용하면, 파이프서포트(강관지주) 2단을 견고한 전용철물이 아닌 목재에 못을 박아 상호 연결함에 따라 상하간의 정확한 수직도의 불량으로 인한 편심하중 발생 및 높이 2m이내마다 수평연결재를 설치하지 않은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 원인은 기존의 거푸집동바리 붕괴사고에서 가장 흔히 발생했던 원인과 동일하다.

즉, "안전성이 입증된 시스템서포트(정밀 설계된 틀 구조) 대신 파이프서포트를 불안전하게 2단으로 연결"했기 때문에 붕괴사고가 발생하였다. 다른 말로 하면 과거로부터 배운 뼈아픈 교훈을 무시한 셈이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그 근본원인은 정부발주공사의 저가낙찰제도와 깊은 관련이 있지만, 여기서는 그런 고질적인 문제는 제쳐두기로 한다. 다만 여기서 파이프서포트와 안전성이 입증된 시스템서포트를 설치하는 비용을 한 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파이프서포트 대신 시스템서포트를 사용할 경우 비용이 약 3배 정도 비싼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거푸집동바리 설치비용은 전체 공사비용과 비교해 봤을 때 매우 적은 금액이다.

 옥산초등학교의 경우에는 단순하게 계산해서 파이프서포트 대신 시스템서포트를 사용하면 약 200만원의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면 200만원의 금액을 아끼려고 하다가 사고로 인한 손실비용은 얼마가 될까? 이것을 작년에 발생한 전국의 재해자에 대한 손실비용과 비교해 보자. 작년에 재해자 1명당 경제적 손실비용은 직접비만 평균 약 3,540만원이고, 최소한의 간접비 4배를 포함할 경우 1억 7천 7백만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것을 옥산초등학교에 적용하면 6명의 재해자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직·간접비를 합할 경우 10억 6천만의 경제적 손실비용이 발생한 셈이 된다. 발주과정에서 정부예산을 200만원 절감하였으나, 국가 전체적으로 생각하면 그 보다 530배나 비싼 대가를 지불한 꼴이 된다.

땜질 아닌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사고를 통해 교훈을 배우지 못한다면, 배운 교훈을 지키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고를 또 경험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계속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안전불감증의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 것이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일도 요원해질 것이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사후약방문식의 땜질 처방으로는 이와 같은 사고를 잠시 동안은 막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지속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동바리 붕괴사고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주처와 시공회사, 안전관련기관(전문기관) 간의 상호 유기적인 관계와 역할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발주처의 역할이 중요하다. 발주처(지자체)에서 "공사 발주단계에서 '층고 6m이상 구간은 시스템서포트를 사용'토록 관련규정 및 공사내역서에 명기하고, 거푸집 조립도에 대한 전문기관의 안전성검토를 받도록 요구하고, 콘크리트 타설 전에 거푸집동바리의 설치 상태를 확인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아냥거리는 말로 주로 사용되지만, 같은 일을 계속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두 번 다시 동일한 아픔을 당하지 않기 위해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그리고 기왕 고칠 바에는 다시는 무너지지 않도록 제대로 고쳐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앞서 다치거나 돌아가신 분들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동바리 붕괴사고로부터 배워야 하는 값비싼 교훈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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