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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가을은 결혼 시즌이다.
 장애인에게도 결혼은 새로운 시작을 넘어 사회 통합(integration)과 정상화(normalization)의 길이며, 장애로 인해 위축된 자아 존중감을 배양하는 동시에 사회참여의 또 다른 시작이다. 즉 장애인의 재활은 직업재활에서 부터 결혼 및 사회참여로 귀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장애인의 결혼에 대해서는 '사회적 비주류'라는 이유로 무관심할 뿐만아니라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것도 개인의 무능력으로 치부되고 있다.
 여기에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은 또 다른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08년에 실시된 '장애인실태조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장애인 10명 중 5명은 결혼을 하지 못한 미혼상태이며, 미혼상태인 장애인들의 80%이상이 결혼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다른 것은 아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10명 중 4.5명이 미혼상태였으며, 미혼상태의 시각장애인 중 결혼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시각장애인은 무려 92%에 달했다. 이는 현재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 이토록 결혼을 원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왜? 미혼으로 살아가야만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라이프스타일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주직업인 안마사의 특성상 밤낮의 변화된 생활이 외부와의 교류가 차단되게 만들어 사회참여를 제약해 결혼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각종 복지관 등 시각장애인시설에서의 프로그램 부족을 들 수 있다. 실제 복지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 결혼프로그램개발' 조사에 의하면 장애인들의 결혼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장애인들과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등의 장애인이 교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은 전체 조사대상 기관의 15%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시각장애인복지시설도 예외는 아니다.

 세 번째 가장 큰 원인으로 시각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다. 여기에는 '시각에 장애가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못 할 것이다'라는 오해와 편견의 논리가 숨어있으며, 비장애인이 시각장애인 이성과 교제하는 것 자체가 특이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문화가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장애인의 국제결혼은 거의 사기수준에 가까워 심각한 사회문제와 함께 장애인들을 두 번 울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국제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시각장애인과의 결혼을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기 위한 절차 따위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있어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시각장애라는 이유로 중개수수료가 약 200만원이 더 들고 현지 국가에서 결혼해 자녀를 두고 있는 사람도 중개하는 등 국제결혼을 한 시각장애인들의 피해가 만만지 않다.

 그럼 우리사회가 장애인들의기본적 욕구인 결혼을 제도적으로나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먼저 제도적으로는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그 부작용도 증가하고 있어 하루빨리 국제결혼에 대한 제도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결혼하는 8쌍 중 1쌍은 국제결혼이라는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결혼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를 담은 법률이 시급하다.
 여기에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장애인의 국제결혼 시 현지인터뷰 및 자격요건 강화 방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이 같은 규제 강화의 이면에는 외교문제와 함께 인권문제라는 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지만 국제결혼을 선택한 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결혼의 장벽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2011년 예산에 장애인결혼을 그 업무로 하는 단체에 예산을 지원해 장애인이 믿고 결혼을 결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당사자인 시각장애인들도 자신이 먼저 지역사회에 자신이 가진 기술을 통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대인관계망을 넓히고 적절한 취미생활과 함께 타인들과 호흡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앞으로 20·30년 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자연스럽게 호흡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날을 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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