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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전 단체 기념촬영.

가지산산악회 정기산행일이다. 산악회원들과 정기산행을 하는 날은 등산복 챙기랴 점심 챙기랴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야 하는데, 오늘은 여느 때와 달리 여유를 부린다. 오늘 산행할 곳이 울산에 있는 산이라 집합시간이 오전 열시이기 때문에 마음도 한결 느긋하다. 산행지가 가까워서도 좋지만 산책하듯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정기산행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일행들과의 약속 장소로 출발하였다.

선암 호수공원-신선산-대공원-문수양궁장-남산-태화강 둔치
고래등불·아름다운 꽃단지·실개천 징검다리 동심으로 이끌어

 산행 출발지점에 도착하니 하늘이 적당히 구름에 가려 있기도 했지만 유난히도 길고 더웠던 여름날들과는 확연이 다른 느낌이다. 여름 한가운데에 있을 때는 가을이 영영 오지 않을 것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계절은 어김없이 청명한 가을 날씨로 변하고 들이 마시는 공기마저 상쾌하다.
 오늘 산행코스는 선암 호수공원에서 출발해 신선산을 거쳐 울산대공원- 문수국제양궁장-삼호산-남산-태화강 둔치에 이르는 것이다.

 선암 호수공원에서 시작되는 솔마루길은 도심을 통과하는 총길이 24km인 순환산책로다.
 처음 시작된 길은 생각했던 대로 완만하여 좋았다.
 울산은 조선이나 자동차 관련 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산업도시이기도 하지만 특히 화학단지가 크게 차지하고 있어서 공해도시라고 외부에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친환경 도시로 가꾸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인 덕분에 공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도시환경이 좋아졌다. 더군다나 도시 속의 숲길인 솔마루길을 걷다보니 공기가 정말 깨끗하고 상쾌하여 그린 시티, 에코 시티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 울산에도 문화가 융성한 도시로 변해가고 있으며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공간과 체육시설이 곳곳마다 있어서 삶의 질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솔마루길은 산등성이를 연결하는 오솔길을 따라 소나무가 울창하게 이어져 있어서 눈이 시원하였다. 그리고 야간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하여 고래모양의 등불을 밝힐 수 있도록 낮으막한 가로등이 길을 따라 설치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울산이 고래도시 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다. 산행시간이 흐를수록 솔마루길 산행을 쉽게 보고 여유롭게 생각한 것이 나의 착각이었음을 느끼게 했다. 높고 험한 산길은 아니지만 24km나 되는 길이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에는 모래가 섞인 흙에 미끄러지기도 하고 등성이로 올라가는 길에서는 바위들이 앞을 턱 막기도 했다. 그러나, 길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와 눈인사도 하고 제법 잘 영근 밤송이들과 도토리들이 이야기꺼리를 제공해주어 산행을 한결 가볍게 해주기도 했다. 가끔씩 소나무 위에서 청설모가 동그란 눈을 뜨고 바라보다가 긴 꼬리를 흔들며 잽싸게 도망을 가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점심시간이다. 각자의 도시락을 펼쳐놓으니 어느새 뷔페식당으로 변해 갖가지 음식들로 푸짐하다. 특히, 우리 속담에 가을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그 가을전어를 매콤하고 새콤하게 회무침을 만들어 내놓으니 입맛이 절로 돌아 주거니 받거니 흥겹게 점심을 먹었다. 우리 산악회원들은 흥이 가득한 얼굴로 단체사진과 개인사진을 몇 장씩 남기고 오후 산행을 계속했다. 삼호산을 지나고 남산을 거쳐 태화강 둔치를 눈 아래에 두고 오늘의 산행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남산에서 바라보는 태화강물은 정말 유장하게 흐르고 있어서 눈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멀리서도 강물 이곳저곳에서 물고기가 물 밖으로 풍덩풍덩 뛰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친환경을 지향하는 도시답게 태화강변은 각종 꽃들로 잘 가꿔져 있고, 울산 12경 가운데 하나인 십리대밭의 댓잎은 날씨가 시원해져서 그런지 더욱 싱싱한 느낌을 주었다. 새로 만들어놓은 태화강 공원에는 물길을 옆으로 터놓은 실개천에 징검다리를 놓아서 우리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울산이 이렇게 아름답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실감케 해준 오늘의 산행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다음산행▶ △일시:10월 24일 △산행지:담양 추월산 △산행코스:추월산 입구-철계단-상봉-추월산-하늘재-수리봉-무능기재-견양동-부리기고개 △산행시간:5시간 30분 △출발지:신복로터리 오전 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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