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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의 잠롱 스리무앙 전방콕시장은 초급장교시절에는 소유욕이 강한 평범한사람이었다. 중국계 아버지와 행상과 하녀를 겸하던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난그는 중학생때 돈이 없어 신발을 살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73년 대령으로 진급, 수상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85년 방콕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소장으로 예편했다. 잠롱은 80년대초 불경을 공부하면서 무소유의 진면목을 깨달았다. 가진것이 얼마나 공허하다는 것을 알게된후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진짜 '산부처'가 되었다. 그는 '도둑질 하지말라. 거짓말하지말라. 술마시지 말라. 하루한끼 식사하라. 푹신한 곳에서 잠자지 말라'는 등의 계율을 스스로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방콕시민들은 잠롱을 '나이사안'이라 부른다. '깨끗한 사람'이란 뜻이다. 잠롱은 '크게 비우면 크게 채우게 된다'는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에 견성성불의 경지인 '나이사안'으로 존경받는사람이 되었다.
 잠롱의 자서전을 보면 "나는 그날부터 오늘까지 7년동안 먹고싶은 두리안을먹지 않았다"는 대목을 만나게 된다. 두리안은 동남아가 특산지인 열대과일의 이름이다. 수박만하고 표피에는 예리한 가시가 돋아 있다. 동남아인들은 반달같은 낫으로 두리안을 쪼갠다. 속에는 민어알처럼 생긴 노르스름한 과육이 들어 있다. 두리안은 냄새가 지독하다. 치즈썩은 구린내같기도 하고 열흘 못씻은 발가락사이의 꼬린내같기도 하고. 동남아에서 오래 근무했던 외교관들은 "아이스크림에 치즈를 얹어 재래식 변소에 앉아 먹는 맛"에 곧잘 비유한다. 두리안은 처음 먹을땐 별맛이 없다. 그러나 두세번 회수를 거듭하면 묘한감칠맛에 매료되어 사족을 못쓰는 중독증세로 접어들게 된다. 그래서 동남아인들은 두리안을 '과일의 왕'이라고 부른다. 태국과 캄보디아 접경지대에서생산되는 '몽통'이란 품종을 최상급으로 친다. 두리안은 6월이 제철로 값이 가장 쌀때가 1백바트(한화 3천원)정도로 잘익은 파인애플의 10배값이다. 태국에는 "아내팔아 두리안을 사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다시 자서전쪽으로 돌아가자. 불교의 교리를 지키게 된 이래로 나는 모든욕망을 절제하려 노력했다. 그것은 가능했다. 그러나 두리안은 어쩔수가 없었다. 즐기던 음식과 간식까지도 끊었지만 어쩐일인지 두리안만은 끊으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그날, 가난해보이는 한여인이 두리안가게의 행렬뒤에 초라하게 서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손에는 10바트밖에 되지 않는 돈을 땀에 젖어버릴만큼 꼭쥐고 있었다. 그돈으로 두리안을 살수 없을텐데. 나는 가슴이 찡해옴을 느꼈다. 나는 그날부터 두리안을 절대로 입에 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오늘까지 실천하고 있다. 잠롱은 가난한 사람이 먹기에는 지나치게 비싼 과일을 입맛 하나를 위하여 자신이 과연 먹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포기한다.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고통분담이다. 잠롱은 현재도 자선단체를 지원하고 있으며 부인은 90년말까지도 국수가게를 열고 있었다. 방콕시민들은 잠롱재직시 "잠롱시장의 사글세방 신세를 면하게 해주자"는 모금운동을 벌인바 있다. 잠롱은 적게 먹고 적게 쓰는 것에 인생의 참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나카노 고지(중야효차)가 쓴 '청빈의 사상'이란 책을 한때 애독했다. 저자는 '청빈'의 뜻을 '순수한 가난'이라고 설명해도 일본의 젊은이들은 알아듣지 못한다고 꼬집고 있다.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충분한 소유'를 종교처럼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속의 참된 풍요로움을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청빈이란 자신의 사상과 의지에 의해 창조된 간소한 삶의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에도시대에 선승이자 시인인 료칸(량관.1758-1831)의 시한수를 소개했다. "평생 출세에 마음쓰기 번거로워/드높은 하늘의 뜻에 맡긴다. /자루엔 쌀 서되/화롯가엔 땔감 한단/방황이나 깨달음은 알바 아니며/티끌같은 명성이나 이익은 아무래도 좋다. /밤비 부슬부슬 내리는 초막에서/두다리 한가로이 뻗고 있노라"
 최근 대선 출마자들을 비롯 인선이 있을때 마다 공직자들의 재산등록이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앞서 얘기한 잠롱과 료칸의 청빈사상이 우리 공직자들의 안중에도 없는 걸까. 강한 쇠는 무른 숫돌에 갈아야 한다는 그 원리하나만 믿고 감히 청빈을 얘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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