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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환율을 둘러싼 움직임이 긴박하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 주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국과 중국에 대해 환율과 관련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라고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간 총리의 주장에 강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G20 서울 정상회담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한일 양국의 우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심상치 않은 사례였다.

자국 화폐가치 둘러싼 갈등

 
환율전쟁은 나라마다 자국의 화폐 가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갈등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가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을 통해 달러화를 사들이는 외환 시장 개입을 공격하는 현상이다. 미국과 중국이 환율에 민감한 것은 환율의 변동이 양국의 이익과 손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 달러-위안화 환율은 6.6 위안 내외다. 미국은 이 비율이 5.0 위안이나 또는 4.0 위안 수준으로 변화하길 희망한다. 즉 현재 미국의 1달러를 중국에 가져가면 6.6위안의 가치로 교환해주는데 이를 4.0 위안으로 줄여달라는 의미이다. 

가격·소비자 구매행동에 큰 영향

   이렇게 달러의 가치를 하락시킬 경우 나타나는 효과는 미국의 제품가격이 하락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컴퓨터 개당 천 달러 제품을 중국 화폐 6,600위안으로 구매하여 크게 부담이 되었지만 달러 화폐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위안 화폐 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5,000위안 또는 4,000위안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게 된다. 이처럼 환율전쟁은 가격전쟁을 가져오고 변동 정도에 따라서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중국의 입장에서 위안화 가치 상승은 자국 소비자의 수입품 구매 여력을 높여주지만, 반대로 자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왜냐하면 1달러 당 4.0 위안으로 변화할 경우 중국에서 66위안에 판매하는 제품을 미국에 10달러에 수출했지만 화폐 가치 상승에 따라서 16.5달러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국의 소비자가 65%나 상승한 가격에 구입하길 주저할 것이다.
 역사는 이처럼 큰 환율 변화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1985년 미국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이 모여 회의를 했다. 당시 경제 성장을 구가하던 일본의 엔화를 높이자는데 합의했다. '플라자 합의'다.

 이에 따라 엔-달러 환율은 달러 당 240엔대에서 3년여 만에 달러당 120엔대로 하락했다. 갑작스런 환율 변동은 일본인의 구매력을 높여줬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미국의 건물과 회사를 구매하는 러시를 이루었다. 막대한 규모의 달러가 일본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면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로 신음하던 미국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역시 환율의 덕을 보았다. 일본의 수출품 가격이 높아지면서 우리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 기간에 우수한 인재를 바탕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개발하면서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새우 보호하면서 고래도 사이좋게

 25년 전과 지금 다른 점은 일본의 경제 성장을 중국이 대신한 것. 그리고 중국 이외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브라질과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달러화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해 화폐 가치 상승을 겪고 있다는 것. 당연히 이들 국가는 자국 화폐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수입은 늘어나지만 수출이 줄어들 위기를 겪게 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싸움에 신흥국들이 피해를 본 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G20 회의가 환율문제를 외면하기 어렵다. 어떤 해결 방법이 바람직한가? 핵심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이 아니라 새우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고래도 사이 좋게 지내는 것. 미국과 중국의 타협과 협조 속에 한국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을 지속시키는 방안이 G20회의서 '서울 합의'로 나타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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