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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사회에서 실제적으로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을 가르친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들은 실무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되리라는 당연한 기대가 있다.
 그러나 졸업생들을 만나면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들이 현실(실무현장)과 너무 차이가 난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진정 대학교육과 실무현장이 차이가 나는 것인가?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졸업생들의 사회 실무현장에서의 고충을 들으며 필자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은 졸업생들이 현장의 다양한 상황에서 응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본 개념과 원리를 가르쳐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것을 충분히 학습해 이해한 졸업생들이라면 실무현장에 적합한 방안들을 다양하게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졸업생들은 왜 차이가 난다고 하는가?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다양한 개념과 원리가 혼재되어 있는 현실의 삶 속에서 대학시절 배운 기본 개념과 원리를 잃어 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고교 시절 우리가 배운 것들 중에서 현실을 살면서 잃어버리고만 기본적인 것들이 얼마나 될까?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기본 개념과 원리에 충실하다면 주어지는 각양의 '다른' 상황들 속에서도 '틀리지' 않은 다양한 해법들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름'은 수용의 문제이며 이해의 문제다. 이것은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틀림'은 상황이 좀 다르다. 제자들이 사회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딜레마는 '틀림'의 상황이 아니라 '다름'의 상황이므로 이는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서 원리에 충실하다 보면 나아갈 길이 보일 것이기에 그리 대단히 걱정스런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다름'과 '틀림'의 문제를 제대로 봐 내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일 것이다. 사전적으로 그 의미를 보면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않음을,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남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러한 개념은 일반적인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실제로 맞이해야 하는 다른 상황들에 대처하는 각양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과연 기본 정도의 상식이라도 가지고 있는 자들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특히, 한국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정치인들과 전문직 종사자들을 보면 이런 회의는 더 깊어진다.

 진보와 보수로 크게 양분되어 있는 정치판을 보면 같은 것을 보고 있어도 해석과 생각들은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틀리다고 단정 지어 버리기에 해법을 찾기보다 질타에 급급한 모습이다. 북한과 4대강 살리기에 대한 정책, 입시에 대한 정책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데 답을 찾고 해결해 나가기엔 너무나도 요원해 보인다. 한국사회의 추진동력이라 할 수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정치판과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나곤 한다. 그들 나름의 아성을 지키려는 집착과 폐쇄성은 자신과는 다른 면모와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기술과 인재들이 한국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외국으로 떠나가게 한다. 이로 인한 국가적인 손실도 적지 않다고 본다.

 정치인들의 시각차, 전문직 종사자들의 집착과 폐쇄성은 항상 '다름'의 문제를 '틀림'의 문제로 간주해 버린다. '틀리다'라는 것은 진리와 멀어져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태도는 분명하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하지만 '다르다'라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상호 존중과 이해 그리고 소통이 바탕이 된 행동으로 통합된 하나의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세상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다름'이 한국사회의 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정치인과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곧잘 '틀림'으로 간주되기에 발생하는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네 보통사람들은 늘 혼란스럽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면 하나 둘 사라지거나 희미해지고 있는 학창시절에 배운 순수한 것들, 특히 삶에 있어서 상식이라고 해야 될 기본개념과 기본지식의 중요성이 너무나도 절실해 진다. 늘, 언제나 그래왔듯이 오늘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이것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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