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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축복이 다한 날,
지상에 남아 저들끼리
살아온 분주한 삶들을 이야기 하는
가을 잎들을 보라.
 
펴지고 꼬이고 말라비틀어진
제각각의 색깔과 모양일지라도
한 바닥에 가볍게 누워
서로를 누르지 않고도
바람의 무게로 공존하는 그들
 
더운 입김 다 사라져 버렸다고 해도
기대오는 몸이 마냥 고맙다
허욕과 세상의 수많은 유혹들 남김없이
증발된 육신들끼리
마지막 자유의 몸짓은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이토록 아름답고 숭고할 줄이야   

 

   
 
□詩作노트…
지난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울산서여중 학생들이 경주 불국사로 체험학습을 떠났다. 본교 교직원들의 인화를 위해 불철주야 애쓰시는 강호규 선생님께서 불국사 가을 낙엽을 카메라에 담아 오셨다. 늘 그렇게 하셨듯 쿨 메신저로 보내주신 낙엽 사진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우리 모둠살이를 생각해 보았다. 다 가벼워질 육신이 아닌가?  바람의 무게로 서로를 에워싸고 누르지 않으면서 공존하는 낙엽들을 바라보며, 집착과 번뇌망상 모두 내려놓으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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