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은 여름방학이 한창이라 학생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정은 오히려 생기가 돌고 한동안 썰렁했던 저녁식탁에도 다시 웃음이 피어난다.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렇듯 방학을 통해 오랜만에 생활의 여유를 찾고 오붓하게 가족과의 시간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렇지 못한 가정도 있다. 매일 아침마다 부모와 자녀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의 발단은 무엇일까? 아마 '언어'일 것이다. 사실 주고받는 상처의 대부분은 말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 참 많다. 우리는 하루 종일 대화를 하고 살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대화다운 대화를 하는 건 몇 마디에 지나지 않는다. 대화라는 것 속에는 말과 마음이 함께 들어있는데 의사소통 시 그것을 같이 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마음은 빼놓고 말만 집중적으로 교환한다. 마치 햄버거를 먹으면서 햄 야채 같은 중요한 속은 버리고 겉의 빵만 먹는 것과 똑같다. 그러면서도 맛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꼴이다.
 아침부터 엄마가 아이에게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는 엄마의 찢어지는 목소리 때문에 짜증이 나서 더 신경질을 부린다. 사실 아이는 엄마의 말만 들었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이다. 물론 엄마의 말투에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 우선 마음에 한번 주목해보자. 일어나라고 소리친 그 말밑에 깔린 마음은 뭘까? 아마도 '네가 오늘도 또 지각할까봐 정말 걱정이 된단다.' 라는 염려일 것이다. 만약 아이가 그 마음을 알았더라면 어쩌면 오히려 미안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말+마음'을 함께 먹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말과 마음을 동일한 코드로 표현하는 훈련도 해야 한다. 즉 '말=마음'이 되는 일치형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일어나! 소리치기보다는 지각할까봐 걱정돼! 하고 깨웠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사랑하면서도 밉다고 얘기하고, 좋으면서도 싫다고 얘기하는 모순적 언어는 자녀들에게 깊은 혼란과 상처만 줄 뿐이다.
 그러나 정작 부모들은 자신이 내뱉는 말들이 자녀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오히려 별것도 아닌데 애가 예민하다며 자녀 탓으로 돌려버리기 일쑤다. 때로는 부모의 잔소리가 교육적 훈계의 수준을 넘어 욕설과 언어폭력으로까지 넘어간 경우도 있는데 사실 걱정스럽다. 자녀는 자기 부모를 주로 모델링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잔소리를 아주 싫어한다. 잔소리는 의사소통에 방해가 되고 좌절감을 주는 대화방식으로 주로 명령, 지시, 위협, 경고, 조언, 충고, 설득, 비난, 동정 등과 같은 내용이 많다. 이런 말들은 수평적 동등관계의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적 상하관계의 느낌을 갖게 하기 때문에 거부감과 함께 기분까지 상하게 한다. 그래서 부모는 오랜만에 대화를 한번 하려해도 자녀는 무조건 반항적 태도로 방어부터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잔소리는 안 된다. 자녀에게 대화의 악수를 청하고 싶으면 먼저 손높이를 맞춰야하는 것이다. 또래 입장에서 이해하고 자녀의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가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장점을 발견하여 인정해 줘야 한다. 어느 중학교 선생님이 무단결석이 많은 학생을 상담 신청을 했는데 장점이 없었다. 나중에 그 학생의 장점이 생겼다. 그것은 그래도 한 달에 1~2회는 등교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장점은 보는 시각만 바꾸면 무한이 찾을 수 있다. 끝으로 칭찬보다는 격려를 해야 한다. 칭찬은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지만 격려는 노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정말 잘 했어' '네가 최고야!' 보다는 '열심히 했구나' '너를 믿어' 같은 말들이 더 힘이 되고 자기와 싸울 수 있도록 북돋아준다.
 방학은 제2의 가정의 달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정과 가족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마치 그리스신화의 페르세포네가 자신의 어머니 데메테르에게 돌아온 것 같다.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가 여름의 곡물들을 여물게 하여 씨앗을 맺게 했듯이, 우리 부모들도 방학동안 가정의 품에 와 있는 자녀들이 공감의 열매를 맺도록 좋은 언어 나무를 심어주자.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