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월 10일과 25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SSM법 개정이 마무리됐다. 이른바 중소상인 보호 쌍둥이법이라 불리던 유통법(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됐음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는가? 최근 이마트는 SSM 진출에 대한 사회적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지역유통망을 장악하려던 도매사업 진출도 좌절되자 경기도 용인에 미국계 창고형 대형할인점인 '코스트코'를 본 따 '이마트 트레이더스'라는 매장을 등장시켰다. 추세를 볼 때 이제 대형마트는 백화점 수준의 고급화 전략으로 가고 창고형 대형할인점이 춘추전국 시대를 열어갈 전망이다.

 당장 울산 북구 진장동에 불어 닥친 코스트코 입점 갈등을 보라. 이러한 창고형 매장은 대형마트와는 전혀 다른 파급력을 가지고 지역 유통질서를 재편해 들어갈 것이다. 당장 유통의 동맥 역할을 했던 대리점은 고사상태에 빠질 것이고 식당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자영업자들도 폐업을 각오해야 한다.

 대기업이 SSM을 지나 최종적으로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일까? 우리는 여기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온라인 배달사업이다. 대기업이 골목마다 슈퍼를 개점하는 것은 대형마트 과잉경쟁에 따른 포화상태를 해소하려는 자구책일수도 있지만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서 골목 SSM을 온라인 쇼핑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목적도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자녀들이 상품을 선택하고 엔터키만 누르면 해당 상품을 울산지역의 대형마트와 SSM에서 부모님댁으로 배달시켜주는 시스템이다. 이마트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선언했다.

 둘째, 최근 SSM에서 한 단계 더 나간 슈퍼마켓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24시간 운영하는 복합점포 '편의형 슈퍼마켓'이다. 최근 롯데가 '마켓999'라는 이름으로 서울지역에 16개를 개점했고 규모는 대개 30~50평으로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생활용품을 990원, 1,990원, 2,990원 등 브랜딩 가격으로 판매한다. 품목 수는 3,100여종. 딱 잘라 이야기하면 편의점을 빙자한 슈퍼마켓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정부와 중소상인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한다. '창고형 대형할인점-대형마트-SSM-24시간 편의형 슈퍼'로 이어지는 융단폭격은 결국 지역 유통시장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재편하려 들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중소상인들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할까? 먼저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한다. 손님이 들어야 상품이 나가고 상품이 나가야 신명이 나서 서비스 개선과 매장 리모델링에도 신경 쓰게 될 것이다. 여기에 대한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도소매 통합물류센터'를 지역에 내려 보내고 상인들이 이를 위탁 운영하면서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우면 된다. 여기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은 '도소매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이다. 소매점(슈퍼마켓)의 구매력과 도매점(대리점)의 유통 노하우가 제대로 버무려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두 번째는 자치단체의 역할이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대기업이 사업방향을 틀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울산시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례처럼 '입점예고제도'와 '출점지역조정제도'를 도입하고 대기업과 중소상인이 과도한 경쟁을 피해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조정해 주는 것이다. 이 제도는 '공존'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점에서 사업조정제도와 다르다.

 세 번째는 공간과 생활을 공유하는 모든 상인들의 총합'인 '상가번영회'가 현실적인 이슈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현재 지역 상인단체들이 주로 업종별·업태별로 조직되어 있는데 이는 대기업의 공격적 마케팅에 대응하는 조직으로 활동하기에는 의사결정 구조상 속도를 따라잡기도 어렵고 주체를 조직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이 상인조직은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개별 상인은 그 지역 공간을 중심으로 조직해 들어가야 한다.

 현재 지역 도소매 대표사업자들이 업종과 관계없이 전국유통상인연합회를 발족하고 모든 상인들을 조직하기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중소상인 생존권과 골목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금씩 만들어져 나가는 이때, 우리는 지역 유통업계의 미래 전망과 비전, 골목상권을 수호하겠다는 사명을 구체적으로 세워 나가고 학습하고 조직해 나가야한다.
 이러한 시대에 SSM법 국회 통과로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겠다고? 천만의 말씀. 지금부터 시작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