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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관문 공업탑로터리. 이 곳은 시내버스와 시외버스가 지나는 교통의 중심지면서 주변에 중·고등학교가 밀집돼 유동인구가 많다.
 공업탑로터리 중앙에는 '울산공업센터기념 건립탑'이 우뚝 서있다. 이 탑은 울산이 공업지구로 지정된 뒤 1962년 2월 공업센터 기공을 기념해 1967년 세워졌다. 1976년에는 분수대와 화단이 만들어졌다. 공업탑은 철근 콘크리트 재질에 백색을 띤 탑신, 남녀 청동상 횃불을 들고 있으며 울산이 공업도시라는 상징이다.

 5개의 기둥은 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인구 50만을, 탑 상부에 위치한 지구본은 세계평화를, 월계수잎은 승리를, 그리고 톱니바퀴는 공업도시 울산을 상징한다.
 공업탑로터리를 중심으로 남구 신정2동과 신정4동 일대에 형성된 공업탑로터리 상권은 90년대 초·중반만 해도 중구 성남동 구 시가지와 함께 울산의 대표적 상권이었다. 이곳 상권은 사통팔달로 연결된 최대의 교통요충지라는 입지적 여건과 많은 유동인구로 호황을 누렸지만, 남구 삼산동에 새로운 거대 상권이 형성되고 무거동 일대에도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서 구 시가지와 함께 침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글= 이보람기자 usybr@ 사진= 유은경기자 usyek@

 

   
 

 

 

# 울산대표 만남의 장소남구 공업탑로터리 인근 상권은 1980년 초부터 들어서기 시작했다. 공업탑 상권은 크게 현 남부경찰서를 중심으로 20~3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로데오거리, 삼산로와 수암로 사이에 의류, 통신, 학원 등이 주로 들어선 구역, 여천천 상류 복개구간인 공원마을 8길을 따라 위치한 대형음식점 중심의 복개천 상권으로 나눠진다.
 공업탑로터리 인근에 위치한 '원다방'은 당시 울산의 대표적 맞선 장소였다. '원다방'은 20~30대였던 산업역꾼들의 '결혼매니저' 역할을 한 셈이다. 그곳에서 배필을 만나 결혼을 한 청년들은 이제 40~50대의 중년이 되었다.

 당시에는 온산공단에서 나온 통근버스가 공업탑로터리 주변 요소요소를 정류장으로 삼고 오갔기 때문에 자연히 회식을 위한 음식점들이 들어섰고, '쎄씨봉'이라는 음악다방, 나이트 등이 위치해 호황을 누렸다. 공업탑 인근 상권은 먹을거리와 즐길거리가 공존하는 만남의 장소이자 젊음의 발산처였다.
 복개천 상권은 울산 사람들이 이름만 들어도 아는 '희락복국','재원복국' 등의 복 요리 전문점과 삼겹살 등 육류를 취급하는 식당, 횟집 등 회식을 하기 좋은 메뉴를 가진 식당들이 즐비하다.

 이 곳에는 '재원복국'이 가장 먼저 들어서 있었고, 이어 복개되면서 '만푸정', '희락복국', '원복국' 순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 점포가 울산의 회식 문화를 이끌며 장사가 잘되자 하나 둘 식당이 들어서기 시작하며 지금의 모습이 됐다. 이곳은 하루 일과를 마친 울산의 산업역꾼들이 하루의 피로를 풀고, 서민들이 한을 푸는 장소였다.

 현재 복개천 상권에는 회식을 위한 모든 것이 들어서 있다. 복집, 삼겹살집, 치킨집, 횟집, 곰장어집, 노래방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져 있다보니 지금도 회식을 위해 찾는 소비자가 주 고객이다.
 남구청은 지난 1996년 공업탑로터리 인근 상가 밀집지역의 주차난을 해결한다며 인근 여천천의 상류지역 692m를 복개해 공영주차장 등으로 사용했다. 공영주차장은 지금도 이 상권이 존재할 수 있는 큰 힘이다.

 그러나 거리상 그리 멀지 않은 남구 삼산동에 거대 신흥 상권이 생기고 남구 무거동 일대에도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서 공업탑 로터리 일대 상권도 침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직장인 등 성인들이 즐겨찾던 유흥주점이 떠나고 금융과 병원마저 이탈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학생들과 서민들을 상대로 한 문구점과 서점, PC방, 액세서리 가게, 중소형 호프집과 소주방 등만 남았다.
 한때 상권부활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대형아웃렛매장 'C1020'도 실패를 하며 공업탑 상권의 쇠퇴를 확인해주는 듯 했다.

 그러다 지난 2003년 울산대공원이 개장되면서 복개천 상권 등을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고, 주상복합 및 재개발사업 등으로 문수로변 일대 부동산 임대업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자 상권도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공업탑 상권이 쇠퇴한 이유는 동선이 단순한데다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한 주차장이 절대 부족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웃렛의 실패에 대해서도 접근성과 부족한 주차여건 등을 이유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공업탑 상권은 가장 오래된 상권으로서 울산시민들에게 추억의 장소이자 현재를 기록하는 장소로 남아있다.

 

 

 

 

   
 

# 상권 회복 위해 상인들 '단합'

공업탑 상권은 상권이 한 곳에 밀집돼 있지 않고 3~4구역으로 분산돼 있다보니 각각 5~6개의 상인회가 난립하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했다. 각자 사는 데 바빠 상가번영회 등의 필요성 등을 느끼지 못했던 공업탑 상인들은 IMF 이후 상인들의 구성 등 변화를 겪고, 단합의 필요성을 느껴 지난해 10월 울산공업탑상가번영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공업탑 상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울산대공원과 공업탑을 연결하는 '대공원 연계개발정책'을 강구하는 등 추억과 역사가 살아숨쉬는 공업탑을 브랜드화해 관광명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재능기부와 사회환원 활동 등 사회환원 활동도 벌이고 상인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를 사용하는 그린 공업탑, 청소년문화축제 개최 등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공업탑 상권 중 복개천 구간은 최근 남구청이 여천천의 상류 일부 복개 구간을 다시 뜯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위기에 처했다.

 남구청은 여천천 전 구간에 대한 생태하천 조성 공사를 진행하면서 상류 복개천의 하수 침전물이 하류로 유입돼 공사에 지장을 주자 복개구간을 철거하기로 했다.
 여천천 복개 구간이 철거되면 공업탑 상권의 가장 큰 취약점인 주차공간 부족이 다시 큰 문제로 떠올라 상권이 다시 침체일로에 들어설 것이라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울산공업탑상가번영회는 공업탑 상권은 단순한 상권이 아닌 울산의 전통이므로 샛강을 살리면서 상권도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 남구청에 제안할 예정이다.

 

 

 

   
 

[한영섭  울산공업탑상가번영회장]

"울산대공원 연계 브랜드화…주차공간 마련 시급"

"울산사람들의 추억의 장소인 공업탑 상권인만큼 지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울산공업탑상가번영회 한영섭(53·사진) 회장과 상가번영회 소속 상인들이 공업탑로터리 주변 상권에 대한 가진 애착은 남달랐다.
 "이곳은 단순한 상가밀집지역이 아닌 울산이라는 공업도시의 상징이자 관문이며 울산시민들의 추억의 장소를 머금은 장소입니다. 긴 시간 서민들의 한을 푸는 장소로 함께해온 만큼 이러한 전통을 깨지말아야 겠다는 일념입니다."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흩어져있던 상인들이 마음을 모아 꾸린 번영회인만큼 상권활성화에 대한 방안 등이 남다르다.
 울산대공원과 연계해 상권을 브랜드화 하고 이를 통해 관광명소로 거듭나겠다는 큰 목표 아래, 서비스개혁운동, 사회환원, 직접 재배한 친환경 밑반찬 제공, 청소년댄스경연대회 등 청소년문화축제 개최 등의 세세하게 구체적인 방침도 세워놓고 추진 중이다.

 "추억은 큰 선물입니다. 울산시민들의 추억이 쌓인 이곳의 전통을 깨지 않고 7080문화 축제나 청소년 거리 문화가 살아있는, 먹을거리에 문화를 접목한 상권이 되기 위한 밑바탕을 그려나가는 중이죠"
 한 회장은 공업탑 상권이 전통을 가진 상권임에도 그동안 구청 등의 재정적 지원은 가장 열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울산의 중심이 남구라면, 남구의 중심이 공업탑이기 때문에 상인들 스스로 해나가야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부족한 부분에서는 그동안 지원이 열악했던 만큼 구청이나 시 등의 도움 역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청이 해주지 않는다고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살아있는 번영회라는 점이 다른 시장상인회와의 큰 차이점입니다. 적극적이고 열의를 갖고 하더라도 상인들의 힘으로 되지 않는 부분 역시 있기에 활로를 모색하는 우리 번영회를 남구청 등이 도와주면 더 바랄게 없겠죠"

 최근 남구청이 복개구간을 다시 열기로 하자 주차공간부족으로 쇠퇴의 길을 걸었던 공업탑 상인들은 다시 그 길을 걸을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재 공업탑 인근에는 새로운 주차공간을 만들만한 공간이 없다.
 "샛강을 살리는 일은 당연합니다. 후손들을 생각하면 환경은 지키고 살려야죠. 하지만 공업탑이라는 울산의 오래된 상권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청회 등을 열어 상인들의 의견도 청취해 같이 고민한다면 환경도 살리고 상권도 살리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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