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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한번쯤은
가던 걸음 멈추고 돌아 볼 일이다.
제 갈 길 바빠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길가 가시 울타리 틈새로
새 하얀 속적삼 풀어헤쳐
헤프게 웃고 있는 그녀들을
사랑, 별건가
가던 길 잠시 멈추게 하는 것.

그래, 한번쯤은
머릿속을 비워놓고 바라볼 일이다.
보일 듯 말 듯 애타는 진실에
섣불리 다가서다 피를 보더라도,
세상 먼지에 찌들린 가시 속에서
서럽게 해맑은 그녀들을
사랑, 그런 거지
딱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

그래, 먼 훗날 한번쯤은
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가 볼 일이다.
세상 먼지 뒤집어쓴 그 울타리 가시 틈새로
알알이 둥지를 틀고 늦가을 햇살처럼.

詩作노트…
하얀 꽃잎 푸른가시 울타리 어디쯤서 옛일 기억하고 있을지…. 울타리로 손색이 없고 가시는 쓰임새가 너무 많아 늘 함께 했던 탱자나무. 노란열매는 어찌 그리도 쓴맛이던지 잊혀 지지 않는다. 지금은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하얀교복과 함께 사라진 그 하얀 꽃잎. 정겨운 울타리 사라진 자리마다 둘러쳐진 콘크리트 담장 위로 흐르는 세월이 숨을 헐떡인다. 담넘어의 세계는 낯설어 궁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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