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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섬 마라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조그마한 섬에 불과하지만 보는 곳에 따라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 항공모함을 닮은 섬
척박한 환경딛고 한해 20만명 찾는 명소로
떠난 주민들도 하나둘씩 돌아와 새로 정착
자장면집, 민박·횟집 등 제치고 최고 인기


제주도 남쪽 모슬포에서 유람선을 탔다. 비록 마라도 방향은 하늘에 온통 구름이 끼었지만 국토 최남단이라는 마라도로 가는길은 설레임으로 즐겁다. 30분쯤 지났을까. 가파도가 보이고 그 옆에 항공모함을 닮은
섬이 나타났다. 무성한 억새 숲 너머로 등대가 보인다. 마라도다.

제주 남제주군 대정읍 마라리. 동경 126도 16분 36초, 북위 33도 06분 23초에 위치한 마라도는 남북으로 1300m, 동서로 500m이다. 약 10만평으로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의 두 배가 조금 넘는다.
 마라도 관광은 기껏해야 1시간짜리 '번개 관광'이다. 규정상 유람선을 타면 정해진 시간 내에 배에 다시 타야 하고 섬에 머물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섬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들은 살레덕을 시작으로 가파초등학교와 마라분교를 거쳐 최남단비, 장군바위, 등대로 이어지는 코스를 돌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 마라도 북쪽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멀리 바위들로 이뤄진 해안가가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과거에는 거센 파도와 '돈이나 쌀보다 물이 귀한' 척박한 자연환경 때문에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금(禁)섬'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한 해 20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마라도는 과거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자급자족형에 가까웠다. 보리, 조 ,콩, 고구마를 재배했고 소와 말의 분뇨를 연료로 썼다. 집집마다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했다. 그러다 1970년대 일본으로 소라를 수출하면서 해녀들이 마을 경제는 담당하게 된다.

 지난 1988년 여객선이 하루 1∼2번, 92년 유람선이 하루 4∼5번씩 관광객을 실어 나르면서 섬의 환경은 급속하게 변했다. 관광 수입을 겨냥해 외지인이 들어오고, 떠났던 섬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며 주민 수는 91년 63명에서 최근 95명으로 늘었다. 자연의 모습을 간직했지만 그러면서도 도시냄새가 나는 그러한 마라도다.
 유람선에서 내려 살레덕 나루터를 향한다. 마라도에서 처음으로 이방인을 맞이한 것은 어묵과 커피를 파는 노점상이다. 매서운 바람과 높은 파도에 지친 사람들은 뜨거운 어묵국물을 마시면서 놀란 속을 달랜다.

 

 

 

 

   
▲ 억새평원이 시원한 바닷바람에 새하얀 물결을 이루고 있다.


 마라도는 아이들이 그린 동네그림 같은 섬이다. 학교 하나, 교회 하나, 보건소 하나 어지간한 대학 캠퍼스보다 작다. 여름에는 녹색 바탕의 동화(童畵)이지만 가을로 들어서면 갈색으로 바탕색이 바뀐다. 그리고 풍경이 나이를 먹는다. 섬 전체가 바람에 백발을 흩날리는 듯한 억새섬이 된다. 산행이 아닌 배를 타고 가서 맞는 억새. 감흥이 남다르다.
 먼저 탁트인 드넓은 평지와 아담한 작은 돌길이 눈을 사로잡는다. 거기다 푸른 제주바다가 어우러지니 한폭의 풍경화 같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서 그런지 역시나 바다바람이 매섭다. 바람이 얼굴을 하도 새차게 밀어부쳐 귀가 웅웅 거릴정도다. 돌길을 따라 길을 걷는다. 멀리 조그마한 가계와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 한쪽으로는 억새풀이 바람에 흰물결을 이룬다.

 

 


 여기저기 자장면 간판을 내걸고 손님을 맞이하는 가계들을 마주친다. 이곳의 '자장면 전쟁'은 관광지로 살아가는 섬의 현실을 보여준다.
 한 개그맨이 등장한 CF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된 자장면 집은 민박, 횟집, 오토바이 대여, 기념품 판매 등을 제치고 가장 안정적인 장사다. 97년 첫 자장면 집이 생긴 뒤 한때 다섯 집까지 늘었다 지금은 15여 집이 경쟁하고 있다. 자장면 집 안팎은 가게가 방송에 소개됐다는 간판과 손님들이 남기고 간 인사말로 도배돼 있다. TV스타들의 사진이 찍힌 간판을 내걸고 자장면 장사를 하는 곳도 볼수 있다.
 관광객들은 우리나라 최남단에서 자장면을 먹었다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아무래도 마라도와 자장면은 연관이 되지 않는다.

 

 

   
▲ TV광고에도 나온 자장면집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식당을 지나 또다시 길을 걷는다. 5분쯤 지났을까. 바다가 깎아낸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의외로 바람은 새차게 불지만, 바닷물은 잔잔하다. 구름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어우러져 무인도에 와있는듯한 고요함이 다가온다. 마라도 선착장의 분주한 모습과는 확연이 다른 마라도 본연의 모습이다.
 또다시 돌길을 따라 걷다보니 보라색 이름모를 들꽃이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바위사이로 피어있는 보랏빛 들꽃의 모습을 담기위해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그 뒤로는 억새밭이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리며 그림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바다와 어우러진 억새밭의 매력에 흠뻑빠져 시간가는줄도 몰라 넋을 잃고 있으면 배타는 시간이 오는줄도 모른다. 풍경을 사진에 담고 가로등도 없는 돌길을 또다시 걷는다. 
 제일 남쪽을 상징하는 최남단비가 우뚝 서있다. 너나 할것없이 기념사진 한장씩을 찍어 추억속에 묻는다. 최남단비를 뒤로하고 유람선 선착장을 향해 언덕길을 따라 걷는다. 아담한 돌길 양옆으로 모두 하얀 억새밭이 다시금 발걸음을 붙잡는다.

 언덕끝은 구름이 걷힌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고, 양옆으로는 억새밭이 물결을 이룬다. 보는 곳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 하늘과 등대, 교회를 바탕으로 억새 언덕이 보이고, 언덕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억새가 흔들린다. 한동안 멈춰서서 마라도의 매력을 느껴본다.

 언덕에서 이제 평탄한 평지로 향한다. 저멀리 제주도로 데려갈 유람선 한척이 흰물결을 일으키며 오고 있다. 마라도에서 제일 높은 지형에 속하는 이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탁트인 평지와 드넓은 바다가 다시금 가슴속을 후련하게 한다. 유람선에 올라 멀어져가는 마라도의 모습을 바라본다.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섬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라도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바다와 하늘 그리고 평지, 억새가 한데 어우러진 특별한 매력이 있는 마라도는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그 진가를 확인할수 있다. 서승원기자 uss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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