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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중학생이 같은 학교 여후배를 감금·성폭행한 후 성폭행 장면을 촬영해 유포시키는 등 최근 잇단 청소년 범죄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학생이 교내 폭력써클인 일명 '일진회' 소속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일진회'의 존재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학생들의 생활지도 등에서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해당 학교는 사건 인지 즉시 상부기관에 보고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는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교육당국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최재필기자 uscip@

# 울산지역 한해 2,400여건 발생

울산지역 10대 청소년들의 범죄는 과거 우발적인 것과 달리 또래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는가 하면 친구들을 협박해 금품을 빼앗는 등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이번 여후배 상습 성폭행 등 지역에서는 흉폭화, 집단화한 청소년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달 15일에는 인터넷으로 알게 된 여중생을 자취방으로 데려가 협박,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아동 청소년성보호법 위반)로 이모(19)군과 안모(18) 등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A양을 불러내 A양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도망가면 죽이겠다"며 집에 못 가게 협박해 안군 친구의 자취방으로 데려간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6월 중순께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장애 여학생이 동급생 2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범죄는 최근 2년간 평균 2,400여건 이상 발생하고 있고, 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도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청소년 범죄 발생건수는 총 2,353건으로, 유형별로는 강도 15건, 강간 6건, 절도 1,079건, 폭력 524건 등이었다.
 
#학생들 있다는 '일진회' 교육당국은 없다

이같은 청소년 범죄의 중심에는 이른바 '일진회'라고 불리우는 교내 폭력써클이 있다.
 교육당국과 경찰은 '일진회'를 비롯한 유사 폭력 서클이 지역 내에서 적발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공식화'하고 있지만 실상은 '공식적 입장'과 전혀 딴판이다.
 교내에서 드러나진 않지만 암암리에 독버섯처럼 기생하고 있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실제 이번 여후배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해당 학교는 가해학생이 '일진회'가 아니며, '일진회'라는 폭력써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해당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가해학생이 일진회 멤버라고 소문이 나 있다.

 이번 사건의 피해 여학생은 "K군은 스스로 일진회라고 자랑하고 다닌다"며 "(사건 당시) 반항을 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선생님께 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한 여학생(15)은 "싸움을 잘하는 여학생들이 노래방 등으로 몰려 다니며 마음에 안 드는 학생을 집단 구타한다"며 "이를 알고 있는 같은 학교 학생들은 행여 하교길에 만나게 될까봐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 교육당국 도덕적 해이 큰 탓

교내 폭력써클에 의한 각종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교육당국의 사건 축소 등 도덕적 해이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청소년 성폭력 사건의 경우 인지한 즉시 상부기관에 정식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학교 측은 이 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다. 학생 관리 소홀에 따른 책임 추궁 등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게다가 교육당국의 초동 조처도 미흡하다.
 실제 지난 6월 중순께 발생한 장애 여학생 성폭행 사건의 경우 해당 학교 측은 즉시 보고해야 할 지침을 어기고 상부기관에 4일이나 늦게 보고했고, 피해자 구호조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번 여중생 상습 성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해당 학교는 사건을 지난 8일 인지했지만, 상부기관에는 10일 정식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해학생의 말만을 듣고 사건 경위서를 작성,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정확한 사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 학생-학교 불신부터 해소해야

청소년 범죄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교내 폭력써클 근절을 위해 교육당국과 경찰 등이 교내 CCTV 설치, 자진신고제도 운용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다. 성폭력 등의 경우 학교가 아닌 집 등에서 대부분 일어나고, 교내 폭력 역시 CCTV의 사각지대에서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이 학교 자체를 불신하는 상황에서 담임선생님 상담 등 학교에 의한 학생 생활지도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학교가 아닌 외부에서 1대1 학생상담교사를 배치하는 등 실질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학교내의 학생상담은 대부분 청소년상담교사자격증을 소지한 교과담당교사가 겸임하는 식인데 학생들이 학교 선생님을 스스로 찾아가 상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학생들이 학교 자체를 불신하기 때문에 상담교사 배치에는 학생들이 학교에 갖고 있는 불신감을 지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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