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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형 욱울산과기대(UNIST) 교수
적게 먹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생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이 문제를 본격적인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만든 것은 미국의 영양학자이자 노화학자인 클라이브 메인 맥케이(Clive Maine McCay, 1898~1967)이다.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영양학과 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마친 그는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에서 2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며 송어의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영양학적 요소를 연구하게 되는데, 이때 수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美 노화학자 맥케이 교수 연구

 사실 그가 송어를 연구하게 된 이유는 오염으로 인해 강에서 송어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위기의식을 느낀 여러 자연보호 운동가들이 송어의 생육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지원한 것에 기인한다. 위기 해결책의 한 방법은 송어를 일정 발달 시기까지 양식장에서 키운 후 민물에 방류하는 것이었는데, 이때 송어가 살아남기 위해선 양식 시기에 좋은 영양분을 공급해 주어야 했다. 그런데 '좋은'영양은 그것을 통해 번식력과 생존능력 외에도 기대 수명을 증대시키는 것이어야 했는데, 맥케이는 우연히 단백질이 적게 들어간 먹이가 이 조건을 잘 충족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후의 더 나아간 연구를 통해 단백질 그 자체보다는 단백질이 적은 먹이에는 내재된 칼로리도 적다는 사실이 수명 연장에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동물대상 칼로리-수명 연관관계 규명

 1927년 맥케이는 조교수로서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 농과대학 축산학과에 부임하게 되는데, 처음에 추측에 불과했던 그의 생각은 이 대학에서의 연구로 더욱 굳어지게 됐다. 1930년대 초반에 쥐를 가지고 행해진 그의 실험은 성장기에 적은 칼로리의 음식만을 섭취한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몇몇 쥐는 최대 1,400일까지 생존한다는 것이 관찰됐다. 이는 인간의 나이로 환산할 경우 140살에 해당하는 연령이었다. 1935년에 발표된 이 실험 결과에서 축산학과 교수 맥케이는 그의 실험이 축산학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식용으로 사용되는 몇몇 동물들을 제외하고 인간에게 노동력과 우유, 계란 등을 제공해주는 소, 염소, 닭 등은 가능한 오래 사는 것이 인간에게 이롭기 때문이었다. 1930년대 초반까지 맥케이에게 수명과 칼로리의 문제는 이러한 동물들만의 것이었다. 
 이 생각이 바뀐 것은 우연히도 1930년대에 미국에서 노화학(gerontology)이란 분야가 탄생하면서 부터이다. 에드먼드 빈센트 카우드리(Edmund Vincent Cowdry)를 위시한 여러 과학자들은 서로 분야가 달랐지만 다양한 학문 분야들의 융합학문으로서 노화학을 건설했고, 이에는 세포학자, 생리학자, 식물학자, 통계학자, 해부학자, 실험 심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하게 된다. 이때 관련이 있는 문제를 연구하고 있던 영양학자 맥케이도 카우드리의 권유로 이에 참여하게 됐으며 이로 인해 그가 연구하던 칼로리와 수명의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괄목할 만한 결과 인간의 삶에 영향

 노화학에 속한 여러 학자들이 그의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돼 처음에는 축산과 송어 발육에 국한됐던 그의 연구 폭이 대폭 넓어지게 된 것이다. 초창기 노화학의 멤버들은 그의 쥐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의 실험을 수행했으며, 이를 통해 칼로리와 수명의 관계는 융합학문이었던 노화학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패러다임으로서 부상하게 됐다. 실제로 노화학자들은 적은 칼로리만을 섭취한 생명체는 노화도 더 느리게 겪으며, 이로 인해 수명도 늘어난다는 것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연구하였고 이는 송어와 쥐 뿐만이 아니라 햄스터와 개 등 다른 종들에게도 관찰됨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실제로 자신의 장수가 소식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여러 가지 책들이 발간되었지만 적게 먹는 것이 반드시 적은 칼로리의 섭취와 동일하다는 근거는 불확실하며, 과학자들의 실험이 아닌 일반인들의 일상경험에 기반한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또 맥케이의 방법 그 자체가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도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하지만 그가 개척한 연구는 노화학의 근간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로서 앞으로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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