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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무산시인

언제부터 집들을 짓고 살았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적당한 안팎의 경계를 긋고
기둥을 세우고 벽을 바르고 지붕을 이고
사는 일이 저마다 집을 짓는 일일까
몸이 하는 짓을 마음도 닮아
마음도 들어앉을 집을 짓는데도
재료와 구조는 다를 바 없다
말을 재목으로 삼아
막고 이고 가리고 세우고
자기합리화의 도구로 다듬어 엮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도 무너지는 집
사람의 일이란 모두 이렇게
집을 짓는 일과 닮아 있을까
 
집을 부숴본 사람 가출한 사람
쫓겨난 사람 집을 지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안다
산다는 건 자기 집 자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몸이 기거할 집이 없는 자들은 거지라 하고
마음이 상주할 집이 없는 사람은 정신이상자라 하지만
 
그런데 나는 저기 저 사람을 안다네
저 들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 같은 사람
안팎의 집을 다 허물고 더 이상 집을 지을 일이 없는
한 그루 나무 같은 사람

 

詩作노트…
집이라는 것에 애착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의 이유를 합리화 시키면서 남의 꿈을 마구 짓밟는다. 그들이 쌓아올린 황량함은 누구에게도 안녕치 못하다. 그 안녕치 못한 마음은 애써 가득 채워 목적지에 도달한 물동이가 쏟아져 버린 표현 할 수없는 기막힘 하루의 기본을 채우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지겨움도 배고픔도 힘겨움도 참으면서 굽어진 언덕을 올라온 물동이가 돌부리에 걸린 내 발과 함께 넘어져 쏟아져 버린 이 허무함 두려움도 이 허무함을 비껴 갈 수 없다. 이제는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채 뒹구는 빈 물동이가 서글픈 이유는 텅비어 버린채 희망의 싹이 움터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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