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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순 쯤 서울 세브란스 병원 대강당에서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라는 주제로 죽음준비와 관련된 세미나 및 '사전의료지시서 쓰기운동'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보건복지부와 서울대, 연세대 병원의 의사들, 그리고 웰다잉교육을 20년째 계속하고 있는 각당복지재단 등 여러단체가 함께 진행을 했다.

 그 날 법의학자로 유명하신 서울대 이윤성교수는 결혼을 해도 그렇고 아기가 생겨도, 그리고 학교를 들어가고, 운전을 배워도 미리 준비를 하고 교육도 하는데 왜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는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당하는 채로 인생을 마무리하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며칠 전 친한 언니로부터 다음과 같은 문자를 받았다.
 "친오빠가 오늘 머나먼 나라로 떠났다오. 넘 마음이 슬프다오" 뇌종양을 앓고 계셨는데 수술을 하면 괜찮다고 해서 수술을 했는데 예고도 없이 그렇게 가버리셨다. 병을 앓고 있어서 가족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가보다. 수술 후, 막상 그렇게 말도 없이 가버리시니 남아있는 가족들은 대책없이 당하는 죽음을 맞이하는 기분이였나보다. 

 여전히 '죽음'하면 대부분이 부정적이고 슬프고 불쾌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생각하는 것조차 싫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생명이 있는 한 소멸도 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지라 언젠가는 우리는 삶의 마감이라는 것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의 유한함을 자꾸만 잊고 살아간다. 항상 시간이 있는 것처럼 중요한 것도 뒤로 미뤄지고, 하고 싶은 말들도 나중으로 미룬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을 맞이할 때 '고맙다. 사랑한다' 라는 말을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후회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기만 한다. 사람들은 삶의 유한함을 알 때 비로소 삶에 대해 진지함이 생기고 좀 더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샘솟는다. 그래서 우리는 웰다잉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웰다잉교육은 말기 암환자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 또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노인들에게만 적용되는 호스피스 교육이 아니다. 그리고 교육의 목적도 단순히 죽음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을 완화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늘 주위에서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이기에 그 대상을 한정시키는 것은 말이 맞지 않다. 웰다잉교육은 죽음이라는 인생의 한 단면을 통해 삶에 대한 반성과 좀 더 진지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도록 이끄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 그래서 웰다잉교육은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연령에 상관없이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삶의 지침서 같은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웰다잉교육이란 말은 아직까지는 낯설고 어색한 말이다. 말만 들어도 괜시리 움찔거리게 된다. 그렇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다 거치는 과정이기에 교육을 통해 미리 접해보려고 한다. 죽음과 관련된 교육이라 하면 대부분이 호스피스교육을 떠올릴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차원에서 실시하는 호스피스 교육은 관심만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것인지 다 안다. 호스피스교육과 웰다잉교육은 누구들 대상으로 하고 어떤 목적으로 하느냐의 차이에서 구분이 된다. 호스피스교육은 삶의 끝자락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아름답고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고 웰다잉교육은 유아부터 노인까지 죽음을 매개로 삶을 진지하게 살아가자는, 잘 살아보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삶의 한 과정으로서 죽음에 대한 인식은 자신을 깨닫게 하고, 나의 존재, 나의 가치 뿐 아니라 타인의 존재에 대한 사랑과 이해도 새롭게 깨닫게 된다. 삶의 궁극적 목적 또한 새롭게 인식이 될 것이다. 그것이 웰다잉교육의 최종 목적인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웰다잉교육'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 진 모르겠다. 그렇지만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학교 정규과정인 컬리큘럼에 들어가 있다. 어릴 때부터 자신과 생명의 소중함,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을 '죽음'을 통해서 가르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1년, 각당복지재단에서 주로 노인대상으로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존엄사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의사집단과 종교집단, 그리고 대학을 중심으로 서서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에서는 현재 행복한교육연구소에서 교육을 하고 있고 '사전의료지시서'쓰는 운동도 함께 벌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웰다잉교육'을 무조건적으로 미화시키는 건 아니다. 단지 이제는 내가 중심이 되어 스스로 또한 적극적인 자세로 내 소중한 삶의 마무리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제안을 하고 싶은 것이다.  행복한교육연구소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웰다잉교육과 청소년진로교육 외에 평생교육프로그램을 개발 및 운영을 하고 있는 교육연구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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