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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파고든 SSM 맞서 제품·서비스 차별화로 경쟁력
정부, 시장 편의시설 등 지원 대기업도 사회적 책임 다해야


   
 
성경에 나오는 어린 소년 다윗과 골리앗 장군의 싸움 이야기는 유명하다. 군인으로 전쟁터에 나간 형들을 만나러 간 어린 소년 다윗이 얼떨결에 싸움에 끼어들어 간단한 돌팔매질로 거인의 체형을 지닌 골리앗 장군의 이마를 정확하게 맞추어 쓰러뜨려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이야기다.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현재 우리 골목상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얼마전 이마트가 대형피자를 저렴한 가격에 내놨다. 이에 질세라 롯데마트도 기존 가격의 3/1에 해당하는 통큰치킨을 내놨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통큰치킨의 수명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지만, 대형유통업체의 이런 기획상품은 향후에도 계속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유통 대기업의 서민상권 침해는 할인마트라는 업태가 들어설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당시 가장 큰 피해자로 지목된 곳은 바로 지역 전통시장이었다. 2008년 이후 표면화된 할인점 매출 정체에 따라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이 들어설 때는 동네 구멍가게들이 분노했고 이마트 피자로, 롯데마트 치킨으로 대형 유통업체의 보폭이 넓어질 때마다 논란의 불똥은 서민상권으로 옮겨 붙었다. 그러나 이들 대형 유통점들의 경우 매출 정체에 그쳤을 뿐 순이익은 계속 늘어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막강한 구매력을 통해 매출이익률을 계속 높여왔기 때문으로, 이마트와 롯데의 동네상권 진출은 기업의 생존이 아니라 확대성장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의 급격한 확산,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무차별 진출 등으로 침체일로에 있는 골목상권에 이런 대형마트 기획상품까지 출시되면서 거인 골리앗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는 것인가. 하지만 지금까지 골리앗을 이긴 다윗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총각네 야채 가게'가 바로 그것이다. 상호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가게는 총각들로만 구성돼 있는 18평 규모의 작은 점포다. 파는 품목도 일반가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겉으로 보기엔 그렇고 그런 가게가 인근 1차 식품 소매상권을 석권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당일판매가 원칙이어서 상품이 월등히 신선하다. 그리고 아침에 팔고 남은 것은 저녁 무렵 떨이로 판다. 그래서 최고품질을 지향하되 '떨이 이벤트'를 통해 가격과 품질의 접점을 찾았고 또한 가게의 재고부담까지 덜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식품 선도에 예민한 주부들에게 금방 파고 들어 물건이 싱싱하고 싸다는 소문은 좁은 동네에 쫙 퍼졌다. 이에 따라 손님이 더욱 몰려드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게다가 손님이 제품을 잘 보관하지 못해 반품을 하는 경우에도 100% 교환·환불처리를 해준 다음,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설명해 준다. 대형마트에서는 보기 힘든 차별화된 서비스다.

 사실상 전통시장과 골목점포에서 대형유통업체 보다 우수한 시설이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보듯이 신선한 제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게다가 현재 정부에서는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노후시설을 개선하고 기반시설을 갖추는데 대대적인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주차장, 진입로, 공동화장실 등 기반시설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의 특성에 맞는 테마거리도 조성하고 LED 간판과 조명시설 등을 대폭 보강해 편리하고 쾌적한 쇼핑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통시장 외에도 경쟁력 있는 슈퍼마켓을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슈퍼마켓에 정책자금융자와 간판을 교체하고 POS시스템 설치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종합컨설팅 지원으로 점포의 환경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정보화시스템구축 및 조직화를 통해 동네 슈퍼마켓이 자생력 있는 슈퍼마켓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형유통업체도 이제는 기업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이익만을 위해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최근에는 환경과 지역사회발전 그리고 소외된 사람에 대한 배려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고 있고, 이러한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이 멈추지 않고 성장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각 전통시장과 골목점포들의 개별적인 자구노력과 정부지원사업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때 울산지역에도 제2, 제3의 '총각네 야채가게'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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