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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앞에 서면 백화점이
백화처럼 환하게 웃는다
환하게 웃으며 나의 신용을 묻는다
신용이 없는 나는 무안해져 얇은
지갑처럼 낡고 해진 구두코만 쳐다본다
백화점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는
올라가야 할지 내려가야 할지 망설인다
백화점 안에 들어서면 나도 환하게
웃는 백화점의 표정을 가질 수 있을까


 

詩作노트…

   
 
가장 자본적인 성격을 지닌 곳으로 백화점을 꼽는다. 그리고 백화점 주변으로 들어서는 것들은 또 그렇게 자본주의적 성격을 띤다. 영화관도 그중의 한 곳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백화점과 영화관을 무시하고 살지 못할 것이다. 아니 살기는 살되 시대의 중심부에서 살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백화점 엘리베이터 앞에 선 내 자신의 모습이 풍경의 한 컷처럼 그려졌다. 물론, 이 시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내가 그렇게 무신용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신용을 사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하였던 것이다. 자본의 유무와 상관없이 거대한 자본의 성벽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진짜 멋진 그들의 인생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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