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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을 맞았다. 나라의 발전과 평화를 기원한다. 시민과 울산신문 독자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급변하는 주변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점검하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국가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치, 경제, 외교와 안보 등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정치의 최대 관심은 대화와 토론 기능의 복원이다. 지난 해 마지막 국회의 '날치기 통과'가 남긴 교훈이다. 예산액은 307조원이다. 휴일을 제외하면 대략 하루에 1조원이다. 2,000만 가구라면 한 가구당 매일 5만원에 해당한다. 5,000만 인구로 계산하면 1인당 2만원 꼴이다. 예산은 세금으로 조성된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90세 노인까지 부담하는 세금을 소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날치기 예산 통과는 자칫 시민의 지갑을 날치기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예산안 심의는 신중해야 한다. 날치기가 아닌 토론과 대화 그리고 합의를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이 안심하고 신뢰한다. 시민의 신뢰를 잃은 정치가 제대로 갈 리도 없을뿐더러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도 힘들다.
 정국의 주역은 여당과 야당이다. 여당이 다수 의석을 내세우고 힘을 자랑하지만 책임도 그만큼 크다. 또한 다수 의석은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하라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토론과 합의를 외면한 다수의 독재 역시 소수의 독재와 본질상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당이 독재에 빠지지 않으려면 소수당을 존중하고, 토론과 합의를 우선해야 한다. 상대방의 공감을 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다음에 부득이한 상황에서 다수가 결정할 때, 다수의 독재가 아닌 다수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둘째, 경제의 최대 관심은 고용과 복지의 향상이다. 지난 해 수출이 약 4,674억 달러, 수입이 약 4,257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417억달러이다. 무역수지는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세계 수출순위는 2009년 9위에서 이탈리아, 벨기에보다 앞선 7위, 무역순위는 2009년 10위에서 벨기에보다 앞선 9위가 예상된다는 것이 지경부의 잠정 추계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어려움을 딛고 다른 경쟁국보다 비교적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화려한 모습의 우리 경제가 중산층과 서민의 피부에서 실감되지 않는다면 문제다. 최근 청년층의 실업률의 정부 발표 수치가 7% 대로 일반 실업률 3% 대의 두 배에 이른다. 고용 현실을 반영한 민간연구소의 추정치에 따르면 23% 내외로 4명 중 1명이 실업상태다. 힘겹게 실업을 면했지만 질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비율이 50%에 이른다. 고용노동부 통계는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이 정규직의 57%임을 보여준다. 정규직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임금 수준도 낮고, 근로 조건도 불안하다.


 서구의 경우 비정규직에 대한 불만이 낮은 것은 복지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 복지지출의 비중(2007년 기준)은 7.5%다. OECD 평균 19.8%에 크게 못 미친다. 30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
 낮은 복지는 직장을 잃은 실업자와 불안정한 저소득 고용자의 삶을 위협한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의 극단적 선택은 가족과 이웃 그리고 모든 사람의 마음에 가슴 아픈 상처를 남긴다. 화려한 무역 실적이 중산층과 서민의 복지로 이어지려면 정치가 바로서야 한다. 모두가 기본적 복지를 누리지 못한다면 경제의 성공은 구두선(口頭禪)이고 정치 역시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셋째, 외교와 안보의 최대 관심은 남북관계, 6자회담의 진전과 국방력 강화다. 지난 해 연평도 피격으로 인해 남북관계는 크게 악화됐다. 특히 연말에 이루어진 연평도 사격훈련을 둘러싸고는 전쟁의 어두운 구름마저 드리웠다.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됐다. 강대국은 저마다 해법을 내놓았다. 대체로 미국과 일본은 우리와 더불어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내세웠다. 이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대화를 주장하며 상대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입장에 섰다.


 외교와 안보의 목적은 우리나라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하도록 주변국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방위를 튼튼히 하여 시민을 안심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해의 상황은 이와 달랐다. 미국과의 우호를 강화한다는 것이 지나친 나머지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60년간 미국과의 우호관계는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중국과의 우호관계는 지정학적으로 피할 수 없음을 5,000년 역사가 보여준다. 특히 경제교역 측면에서 대중 무역이 대미 무역을 추월했다. 이는 경제적으로 중국의 위상이 우리에게 더 중요해짐을 시사한다. 따라서 향후 외교에서 미, 일, 중, 러 등 주변국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과의 외교관계가 원만할 때 북한의 위험도 줄이면서 안보를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 시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우리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그 첫걸음은 시민이 두 눈 부릅뜨고 나서는 것이다. 그래야 정치가 제 위치를 찾고, 복지가 향상되고, 외교와 안보가 균형을 회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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