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 그늘진 곳에도
온기가 전해지는
따뜻한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새해 벽두부터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습관적으로 텔레비전을 켜보니 전국 곳곳에서 해맞이를 하며 한 해의 소망을 비는 사람들의 진풍경을 보여준다. 유난히 추웠던 날씨탓에 빨게진 볼을 부비며 떠오르는 태양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모습을 텔레비전 중계로 지켜보면서 느꼈던 소회는 엉뚱하게도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며 나왔을 저 수많은 사람들보다 시작부터 뒤처지는 것같은 까닭모를 위기의식같은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경쟁사회에 길들여진 습관 때문인가. 불혹(不惑)의 나이가 부끄러운 새해 새 아침의 씁쓸한 마음이여.

 다시 텔레비전 채널을 돌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세계 경제대국 정상들의 G20 서울개최, 경제성장 6% 목표달성 그리고 월드컵 16강진출과 여자청소년월드컵 세계재패의 소식등으로 이제는 경제는 물론 스포츠면에서도 세계 10대 선진국반열에 오르게된 한 해였다고 논평하는 뉴스보도를 지켜보면서 공연히 나도 이제 자랑스런 OECD 선진국민의 한사람이 된 것같은 행복감에 젖어든 것도 잠시.

 신묘년 새해를 자축하는 의미로 가족끼리 삼겹살파티라도 하자고 해서 심부름을 보낸 작은딸이 사 온 만원어치 삼겹살의 초라한 양을 보고는 고기 한 점에 김치볶음 두 점을 집어먹으며 새해 첫출발이 좋다며 너스레를 떠는 것으로 GDP 2만달러 대한민국 보통 가장(家長)의 행복한 새해는 시작되었다. 

 지난 2010년을 돌아보는 나의 소회는 큰 사회적 이슈보다는 이슈뒤에 감추어진 작은 일에 집착하는 소심한 성격탓에  조금 유별나다.
 작년 한 해를 돌아보는 각종 지표중에서도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발표한 한국의 국가청렴도가 180개국중에서 39위이고 국민의 행복지수는 102위로 OECD국가중 최하위에 속한다는 사실에 나는 적극 공감(共感)을 한다.

 울산에서도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단체장들의 부정으로 올 해 4월 보궐선거를 또다시 치르지 않는가.
 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한국을 떠나 다른나라에서 살고싶다' 37%, '공교육 못믿겠다' 57%, '대통령은 권력휘두르는 사람'이라는 인식 30%, '정치인은 분쟁일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4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는 내가 생각한 2010년의 씁쓸한 소회를 뒷받침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1992년에서 2010년사이 한국의 1인당 GDP는 3배성장을 한 반면에 오히려 행복지수는 10% 줄었다고 한다. 오로지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의 삶의 방식과 경제성장만이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지상 최고의 가치가 아님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더불어 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그것을 대치할 새로운 가치가 문화예술에 있음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저녁 뉴스를 보며 한국이 OECD 국가중 이혼률과 자살율 1위라는 통계를 보며 그래도 나는 아직은 이혼과 자살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에 문득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부디 새해에는 사회의 구석구석 그늘진 곳까지 두루 평등한 햇살이 비추어져 따뜻한 온기를 함께 나누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깨가 다시금 불평등한 대우와 불안정한 생활고에 짓눌리지 않도록 하소서. 장애를 가진 이들과 그들의 가족이 절망하지 않고 희망의 가치를 믿고 살아갈 수 있게 하소서. 가난한 예술인들이 생활고로 인해 그들 예술의 꿈을 저버리지 않도록 하소서.

 신묘년 새해에는 참으로 공명정대함이 나 같은 대한민국 보통 가장(家長)에게도 감동을 주는 한 해가 되게 하소서.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