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윈 겨울 볕의 한복판에 좁고 긴 골목이 열린다.
미처 녹지 못한 눈 위로 오래된 시간들이 그림자를 누인다.
그 그림자 뒤로 아픈 역사가 숨 쉬고 있다.
조선의 앞바다를 일본인에게 어업전진기지로 빼앗긴 항구 구룡포다.
그 시간이 100년도 넘었다.
만선의 깃발아래 일본인들의 삶은 풍요로웠고 조선인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오래된 골목은 오히려 100년의 기억을 제 몸에 감췄다.
구룡포는 그래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
모순으로 가득했던 근현대사의 시간을 나이테처럼 새기고 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