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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의 창조력이 학교의 성패를 좌우한다. 어느 조직이나 리더(Leader)의 철학이 조직의 운명을 결정한다. 학교는 비영리단체이지만 학생들의 꿈과 비전을 심어주는 방법은 교장의 역량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학교 공동체는 미래 인재를 육성하려는 혜안을 가진 분들을 교장으로 모시는 일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교장임용권을 가진 행정기관에서는 이러한 권리를 지역사회에서 유능한 교장을 선발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권한을 위임하는 교장 공개 모집 제도를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선진국인 미국의 교장 임용은 일정기간의 교직경력, 장학사나 연구사 등의 교육행정경력, 교육학에 대한 연구 경력인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 등을 최소한의 자격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정한 교육 경력을 가지고 교장 자격증을 취득하면 누구나 교장으로 임용될 수 있다. 물론 개방형으로 초빙되는 교장은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특정분야 경력이나 덕망을 가지고 임용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교장공모제란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교원, 교육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경쟁을 통하여 공모방식으로 교장임용후보자를 선발하는 제도이다. 현행 승진제도 상 지나치게 긴 경력 요건으로 연공서열에 의한 교장 승진제 이외에는 교장으로 임용되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교장임용 방식 다양화 요구를 반영하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교육의 팽창으로 공교육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모색이 교육 분야의 핵심적인 화두이다.  교육과 관련하여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 학부모들은 노후 생활을 대비해야 할 경제력으로 자녀들의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사교육비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적 교육여건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삶이 힘겨워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땅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교육비를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교육인 학교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교교육의 질 관리는 다양한 정책들이 있겠지만 단위학교의 교육프로그램의 개혁이 필수적이다. 결국 단위학교 학교장의 교육 철학과 열정이 분명하여야 된다는 것이다.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현행 학교장의 임용제도에서 그 원인의 뿌리를 찾고 있는 것 같다. 그 뿌리를 손질하여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그로 인하여 사교육이 수그러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것은 학교장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창조적 경영비전을 가진 교장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중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막연히 소중한 꿈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꿈을 제 손으로 잡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는 지난해 어느 시골학교 교장이 되려고 공모교장 지원서를 제출했다. 오랫동안 중등학교 교직에 종사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교육 비전을 실현해 보고 학교경영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펼쳐보고 싶었다. 그리고 농촌지역 소재 중학교는 활기와 생동감 넘치는 학교 경영을 할 수 있는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려 교육활동의 최선봉에 서서 학생들의 영혼을 일깨우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교장 승진을 하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 개인의 욕심이 공공의 이익에 반드시 부합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지원한 학교의 학생들이 나보다 더 훌륭한 교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 운영위원이나 학부모 혹은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선택에 관계없이 교육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 욕심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딜레마는 교장을 공모하는 학교공동체가 가장 최적의 교장 지원자를 선택해 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심사위원으로 혹은 참관인으로 활동하는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교장 공모도 인사관리의 한 부분이고 인사관리는 사람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고 가치 기준이 다름으로 인하여 이런 저런 하마평들이 난무할 수 있다. 개인적 삶의 가치 기준에서 벗어나 학교가 소속된 지역사회의 통합된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공모교장에 지원하여 선택받지 못했더라도 선택된 지원자에게 박수를 쳐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학교교육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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