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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목숨을 죽인다는 것은 짐승이라 하더라도 측은하기는 마찬가지다. 그것도 식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염병 예방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죽여야 하는 살처분 현장이라 깊은 침묵에 빠져 있다. 또 살 처분을 해야 하는 처분조도 더 없이 막막해 하는 분위기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전북 익산의 가축 살 처분 범위가 당초 반경 500m에서 3㎞로 확대되면서 대대적인 방역활동이 벌어진 첫날인 1일 전북 익산시 황등면 죽촌리 일대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화생방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전해졌다. 땅에 묻는 대상은 닭, 오리, 개, 고양이 등 사람과 소를 제외한 살아있는 짐승 모두다. 마당의 오리떼들이 본능적으로 살처분 요원들을 피해 달아나고 집에서 애완용으로 기르던 개를 숨기려는 아이들과 살처분 요원들간의 숨바꼭질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목불인견을 방불케 했단다. 농림부가 AI에 따른 살처분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살처분 대상 가축도 당초 5농가 5000여마리에 서 40곳 76만여마리로 늘었다. 양계 농가뿐만 아니라 다른 농가들도 AI 직격탄을 맞고 있다. 어느 할머니는 "이 곳 주민들의 80% 이상이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며 "탈이 날까 두려워 지하수로 세수도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살처분 현장의 가장 큰 고통은 인력 부족이다. 군 병력은 전염 가능성을 우려, 외곽의 경비만 맡고 있기 때문에 현장의 살처분 인력은 공무원 54명, 민간인 87명,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 계열사 직원 107명, 환경미화원 57명 등 300여명이 고작이다. 며칠째 현장에 투입된 살처분 요원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위생상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으니 옆 사람과의 대화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곳 분위기다. 이처럼 살처분 인력이 모자라자 이한수 익산시장도 1일 오전부터 함열읍 이주택씨의 농장에 뛰어들어 직접 작업에 나섰다. 이 시 장은  "전염 확산 방지를 위해 살처분과 매립이 가장 중요한데 인력이 없어 일을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인체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점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 살처분 현장에 들어왔다"고 주장했다니 현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정말이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염병 예방과 확산방지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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