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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울산항 입구 식별위해 거북 모양으로 건립
1994년 현 위치로 이설 후 2002년 44m규모로 증축
1층 로비 전시관, 과거 변천사·오늘의 모습 한눈에
8층 전망대 인근 지형 디오라마 3대산업 중심 구현


   
▲ 화암추등대 해상전망대에 오르면 액체, 자동차, 조선산업 등 울산 3대산업을 방위별 사이트 디오라마와 함께 한 눈에 볼수 있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국내 최대 규모의 등대가 울산에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방어진 서쪽 해안가 마을에는 하늘로 수줍게 내민 검회색 바위 위에 하얀 꽃잎들이 살포시 내려와 앉은 듯한 꽃무늬가 박힌 암초들이 있다. 이를 '꽃바위(花岩)'라 부른다.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화암만조(花岩晩潮)'라 부르며,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하던 이 곳에는 천년동안 안전하게 항해하기를 기원하는 거북이 모양의 '화암추등대' 자리잡고 있다.
 이 일대는 예로부터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 바닷물이 만조를 이루었을 때, 출렁이는 물결에 드리워진 꽃무늬 바위가 절경을 이뤄 '화암만조'라 불려졌다. 실제로 방어진 12경 중 제1경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지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업발달이 가속화되면서 현재는 옛 모습을 찾기 어렵지만 아직도 화암추 등대 전망대에 올라서면 간접적으로 나마 옛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화암추등대는 지난 1962년 2월 3일 낙후된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민경제를 중흥시키기 위해 정부는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을 갖고 조선시대 3포의 하나인 울산에 임해국가공업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후 산업의 대동맥인 석유화학제품들과 자동차, 선박들이 쏟아지면서 1963년 9월 25일 개항장으로 지정된 울산항에는 이들 제품과 원료를 실어 나르는 배들의 왕래가 잦아지게 되었고,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유도하기 위한 유인등대의 설치가 절실히 요구되어졌다. 그 중심에 위치한 등대가 바로 화암추등대이다.

 화암추 등대는 1983년 울산항의 발전에 따라 울산항 입구를 식별할 필요성이 제기돼 내륙안쪽에 거북이 모양을 한 등대로 건립됐으나, 등대 주변에 택지정리사업이 실시되면서 1994년 다시금 현재 위치인 방어동 962-2번지 일대로 이설됐다.
 이 등대는 당시 현대중공업이 시공해 울산지방해양수산청에 기부채납했으며, 지난 2002년 12월 한차례 증축공사를 거친 뒤 현 규모를 갖추게 됐다.

   
▲ 울산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화암추등대'.


 화암추 등대로 가는길에 1.3km의 방파제를 만난다. 이 방파제를 따라 걷다보면 화암추등대를 만날수 있다. 한 겨울이라는 것을 알리듯 바닷바람이 차갑다. 옷깃을 세우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뛰어도 몸이 얼얼하다. 바다를 옆에 끼고 걷고있지만 방파제가 이를 막고 있어 바다풍경을 볼수가 없다. 방파제 옆으로 설치된 작은 사다리를 타고 방파제 위로 올랐다. 바람은 더욱 거세다. 하지만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마음이 후련해진다.

 계속해서 15분쯤 걸었을까. 화암추등대의 육중한 몸매가 드러났다.
 화암추 등대는 백색원형 철근콘크리트 구조이며, 높이는 44m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등대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이전 최고 높이를 자랑했던 부산 가덕도 등대(40.5m)보다 약 3.5m나 높다. 이 등대의 특징으로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갈매기 형상의 뛰어난 조형미를 가지고 있다. 1층 현관을 열고 들어가니 전시관과 마주친다.

 화암추 등대는 1층 로비가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등대의 역사와 모습, 모형들을 알기쉽게 설명해놓았다. 바닷길을 안내하는 해상용 등명기와 대형 나침반이 눈에 띈다. 기원전 280년경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등대인 이집트의 '파로스 등대'와 우리나라 최초로 건립된 인천 팔미도 등대가 화암추 등대와 함께 모형으로 전시돼있다. 이 밖에 울산항의 과거 변천사와 오늘의 모습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1층과 8층만 운행한다. 8층에는 바다를 한눈에 볼수 있는 전망대가 위치해 있다.

 전망대 도착하니 석유화학, 자동차, 자동차 등 울산항의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수 있었다. 이곳에는 4방위를 주작, 청룡, 백호, 현무 등 동양의 사신도로 표현했고, 24절기를 형상화하도록 전체를 24각(방위)으로 만들었다.
 또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인근 지역의 지형 디오라마를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 울산항의 3대 산업 및 주요시설물 중심으로 구현해 놓기도 했다.
 전망대에서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의 크레인과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볼수 있다. 또 남쪽으로는 울산석유화학 단지가 멀리 보인다.

   
▲ 우리나라 및 세계 최초 등 다양한 등대모형 전시코너.


 반대편 동쪽으로는 동해의 아름다운 해안선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였다. 맑은 날에는 육안으로 20km 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뒤를 돌아가니 북쪽으로는 화암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울산 산업단지의 역동성과 어촌의 마을을 모두 볼수 있어,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등대는 야행성이다. 낮에는 한없이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도 밤만 되면 눈에 불을 켠다. 방어진의 해안 끝에 우뚝 서있는 화암추등대는 바다를 굽어보는 모습이 의연한 듯하면서도 한량없어 외롭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힘찬 일출을 볼 수 있는 화암추등대는 천혜의 장소이며, 바다를 맞대고 있어 경관이 뛰어난 곳임에는 부정할수 없다. 눈, 비가 오던 세찬 바람이 몰아치던 아무말 없이 묵묵히 서 있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울산 화암추등대를 찾아 탁트인 바다를 보며 삶을 재충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승원기자 uss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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