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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화 시인

투기자본이 포클레인 삽날 앞세우고 해일처럼 덤벼들어
쑥대밭을 만들어버린 저 동녘골을 본다.
들쥐도, 텃새도 숨어버린 저 쭉정이 들판을 본다.
어진 천성산도 들어내고 마구 들쑤시는 개발바람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로 몸을 숨겨 목숨 부지해야 하나
곡하며 엎디어 제사 올릴 저 아부지들 어떡하고
살아, 살아남아 자식새끼들에게 뭐라고 변명해야 하나
두더지처럼 땅굴이라도 파야 하나
제비꽃아, 민들레야, 돌냉이야 너희들은 어디로 갈 것이냐
원추리, 머위, 씀바귀 저 어린것들 어떡해야 하나
몸살 나 뒤척이는 땅거미 쓸쓸한 저 아픈 들판 두고
어디로 가야 하나
오늘도 접근 금지, 위험 공사 중이란다.
내일도 접근 금지, 돌아가시오 돈 먹을 것이란다.

■ 시작노트
문득 스쳐지나가듯 떠오른다. 내가 높이 올라야할 계단을 오를 때마다 함께 짊어지고 오르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 까막득히 올라야 다다르는 내가 살집은 세상을 한켠에서 내려다본다. 지키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음을 느끼며 차디찬 바람에 아픔을 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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