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문무왕이 백제와 고구려를 무너뜨리고 한반도에 최초 통일국가를 세운 위업을 이뤘으나 남쪽 바다 건너 왜구의 침략은 끓이질 않았다. 죽음을 앞둬서도 왕은 스스로 수증릉의 용이 되기를 자처하며 나라 안위를 걱정할만큼 왜의 도발과 피해는 심각했다. 손자 성덕왕은 고질적인 왜침을 막을 특단의 대비책으로 대형 국책사업 단행을 결심하게 된다. 통일신라 초기에 시행된 이 국책사업이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두산리에서 경북 경주시 외동읍 모화리 삼태봉까지 잇는 관문성(關門城 )의 축성이다. 일제강점기 발굴조사 벌여 지도·측량자료 남겨삼국유사에 7
평일 하오의 동해안로를 씽씽 달린다. 주전항 이정표를 따라 바닷가 마을 오솔길로 접어든다. 주전해안로에 들어서자마자 시야를 사로잡는 새빨간 탑. 올여름 뙤약볕은 저곳에서 얼마나 타올랐을까. 주전항 북방파제의 삼층석탑등대가 청명한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비할 바 없이 붉다. 지난해 벚꽃 날릴 때 저 등대를 마주 보았으니 여섯 계절 후의 만남이다. 오랜 벗을 마주친 듯 나의 입가에도 붉은 햇살 한 줌이 핀다. 내항에 정박한 십수 척의 어선이 점점이 떠 있는 흰구름을 나른히 흔든다. 어선 옆구리에 부딪는 출렁임을 들으며, 긴 방파제를 걸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커피는 지난 19세기 말 조선 개화기 당시 우리나라에 퍼지기 시작했다. 역사가들이나 문헌의 기록을 토대로 커피가 기원전부터 유래된 음료임을 감안하면 커피가 만들어지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접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반면 현재 우리 사회를 본다면 커피의 대중화 속도가 가히 폭발적임을 알 수 있다. 이제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일 정도로 흔하게 커피를 접할 수 있고 사람들이 식사 다음 순서로 한잔의 커피를 마시는 모습도 옛 시절부터 그래왔던 양 자연스럽다. 우스갯소리로 '2000년대 초까지 각
남부순환도로를 달려 남문 주차장에 도착했다. 휴대폰에 저장된 울산대공원 가이드 맵을 펼친다. 부지 면적이 110만 5,000여 평(약 370만㎡). 서울의 대표공원인 올림픽공원(144만 7,122㎡)보다 2.5배 큰, 우리나라 최대의 근린공원이다. 어디까지 발자국을 찍어야 최고의 산책이 될까. 우기로 변한 듯 비의 날이 지속되더니, 지금은 대서(大暑)를 코앞에 둔 뙤약볕이 대기를 점하고 있다. 오늘은 리넨 원피스에 챙 넓은 모자를 썼으니 명랑소녀가 돼야지. 선글라스는 자연의 색을 어둡게 만드니 절대 안 써야지. 해를 가리고 땀을 식
6월은 나라를 지킨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 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참전용사들은 생계를 걱정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여전합니다. 6월에만 그들을 돌아보는 일회성 행사로 그칠게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복지가 간절합니다. 한편으론 35년만에 부활한 울산공업축제가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베이비부머세대들에겐 예전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젊은이들에겐 풍성하고 다양한 행사로 모두가 즐거웠습니다. 울산신문이 주최한 가족사랑콘서트도 축제의 일환으로 문수야외공연장에서 열렸습니다. 김희재. 홍자 등 울산 출신 가수들이 주류를
1990년 국내 최초로 울주군 웅촌면 검단리에서 청동기 후기인 기원전 7~8세기 주거지를 보호하기 위한 큰 도랑과 집단 마을터 등 선사시대 문화재가 발견됐다. 1989년 골프장 확장 공사 중 1만 3000㎡ 유적지 드러나34년 전 1989년 5월 울산컨트리클럽의 골프장 9홀 확장 공사 과정에서 드러난 1만 3,000㎡(약 4,000평)의 유적 현장에서 부산대학교 박물관(김종원 관장)은 지표조사를 마치고 다음 해 2월부터 4월까지 약 3개월간 검단리 유적지(사적 332호)에서 시굴조사를 벌였다. 김종원 관장이 조사단장으로 직접 참여해
신라시대 울산의 불교 1번지였던 영축산 아래 세번째 폐사지 청송사 절터로 향한다. 울주군 청량읍 율리 문수초등학교 옆길을 따라 절터에 이르니 마을 이름 율리의 뜻 처럼 밤나무가 많은 마을에다 푸른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는 낮은 구릉에 둘러 쌓인 절터가 있다. 청송사에 관한 사료가 많지 않아 사찰 내력은 자세히 알수가 없었다. 뚜렷한 사찰 창건 유래도 없이 일설에 신라 제32대 효소왕때 처묵(處默)화상 창건설과 자장율사 창건설이 전해지나 전자는 강원도 강릉 소금강산자락에 있는 또다른 청송사의 창건기였고 울주 청량사는 문수신앙의 씨앗을
"바람은 넘실 천이랑 만이랑, 이랑이랑 햇빛은 갈라지고, 보리는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나고, 꾀꼬리는 혼자 날 줄 몰라 암컷은 쫓기고 수컷은 쫓고…" 김영랑의 시 가락에 모란이 마구 피는 오월. 천이랑 만이랑 어디로든 발길 내면 바람과 해, 꽃과 풀, 마을과 들길과 새들의 노래가 안겨드는 오월. 달력엔 동그라미 친 날이 많기도 하여라. 가족 나들이를 건너뛰면 왠지 섭섭한 달. 우리 가족도 나들이에 나섰다. 북적이는 식당에서 능이백숙을 먹고, 60년 전에 지은 취수탑을 리모델링한 '태화강전망대 회전카페'로 간다. 커피와 다정과 수다를
울주군 청량면 율리 영축사(靈鷲寺) 창건에 대한 신비로운 설화가 삼국유사에 남아있다. 신라 신문왕 때 충원공이란 재상이 있었다. 그는 온천욕을 좋아해 장산국(부산 동래온천)에서 온천을 마치고 서라벌로 돌아오던 중 굴정역(울주군 범서읍 굴화리 일대)의 동지야에서 잠시 쉬었다. 때마침 일행 중 한 사람이 매를 날려 꿩을 쫓게 했는데 꿩이 금악(金岳)을 넘어 날아가더니 자취를 감춰 버렸다. 충원공과 일행들은 매의 방울 소리를 쫓아 가보니 관청 북쪽 우물이 있었다. 우물 안에는 꿩이 날개를 펼쳐 두 마리 새끼를 감싸고 있는데 온몸이 핏빛이
4·5 울산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천창수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전국 첫 부부 교육감으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 교육'의 바통을 이어받아 본격 업무에 돌입했습니다. 6일에는 제104주년 울산병영 3·1만세운동 재현행사가 23번째로 열려 많은 사람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그날의 치열하고도 숭고했던 투쟁을 마음에 새기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봄은 무르익어 만물이 소생하고 꽃을 피워 갑갑한 마음을 잠시나마 싱그럽게 만들었습니다. 돌아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렇듯 지나고 나면 쉽게 잊혀지는 것이 시간입니다. 시간이
대운산 계곡물에 메주콩 씻어 담근 외고산 옹기 장맛 끝내주게 구시대이 아리랑 고래고래 아라리요 쓰리랑 에코에코 아라리가 났네 -민요 '울산 아리랑' 중에서. 연두 기운 물씬대는 사월 도로변이 철쭉아라리로 흥겹다. 계곡 소리 담을 물병 하나 챙겨 옹기마을 스쳐 지날 때 흥얼거려보는 노랫말. 운전대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바가지장단 맞추는 재미가 에코에코 구시다. 며칠째 희뿌옇던 대기가 끝내주게 청명하다. 가까이서 물소리가 창을 두드린다. 구신 된장 한 숟갈 푹 퍼넣었을 매운탕 내음이 파고든다. 엉뚱한 곳으로 들까 봐 염려했는데 대운산공
화양연화 꽃들의 시절입니다. 어느 산 양지바른 곳 진달래에서 시작해 개나리, 벚꽃까지 앞다퉈 피기 시작한 분홍과 노랑의 향연이 산과 도시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벚꽃의 시간은 고작 일주일이라 이번 주말이 절정일 듯합니다. 24일엔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데뷔전이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3만 6,000여석이 팬들의 열기가 가득 찼습니다. 입장권은 발매 시작하자마자 매진됐고, 암표까지 기승을 부렸다고 합니다.30일엔 울산시민들의 숙원사업이던 산재전문공공병원이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에 추진 10년 만에 첫 삽을 떴습니다. 2
운흥사(雲興寺)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세운 사찰이다. 사라지고 없는 운흥사 절터를 찾아 나섰다. 울주군 웅촌면 춘해보건대학교 정문을 지나 고연공단에 들어서면 도로를 따라 빼곡히 공장들이 늘어 서있다. 절터가 있다는 가마솥 형상의 정족산(鼎足山) 아래 운흥계곡을 가기 위해선 먼저 김해김씨 세거지(世居地)인 반계마을을 거쳐야 했다. 마을에 들어서면 수령 400년이 된 갈참나무가 우뚝 솟은듯 서있다. 시골집 아담한 돌담길 차 한대 겨우 지날수 있는 좁고 구부러진 미로길 같다. 대체 어디에 절터가 있는지 막연해 할때쯤 시적사(施寂寺
"와아, 별거 있겠나 싶더만 울산에 이래 멋진 곳이 있네!" 한 중년여성의 목소리가 소나무 잔가지를 흔든다. 마지막 입장이 끝난 출렁다리 출구가 카랑카랑하다. "어데서 오셨는데예?" 다리에서 내려선 중년남성이 입을 뗀다. "창원에 사는데 오늘 처음 울산에 왔어예. 진짜 멋지네예." "어데 요기뿐이겠습니꺼. 십리대밭에도 꼭 가보시소. 밤에는 등억온천에서 뜨뜻허게 주무시고예. 물이 끝내줍니더." "그래예? 낼 출근이라 아쉽네예." "하루 제끼삐리소 마." "그래삐까예?" 갖은 표정 사진을 찍은 여학생들의 웃음이 까르르 솔숲을 흔들고,
춘래불사춘입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내일모레인데 아침저녁으로 느끼는 쌀쌀함은 겨울과 진배없습니다. 여기에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고물가 시대가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더 팍팍하게 거드는 모양새로 그 체감온도는 여전히 한겨울을 연상케 합니다. 2월 울산은 오랜만에 온 눈으로 동심을 자극했고 정월대보름 기원과 염원의 달집살이가곳곳에서 펼쳐졌습니다. 또 모두가 힘겨운 와중에도 시민들과 기업들의 온정으로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넘기는 따뜻함이 기분 좋은 소식으로 들려왔습니다. 3월에는 한층 더 따뜻한 봄을 느끼는 그런
울산공단과 울산신항을 오가는 길에 대형 트럭들이 거세게 달리고 있다. 망해사와 깊은 인연이 있는 처용암으로 향하고 있다. 가는 길에 왜구 침입과 임진왜란을 겪은 개운포 성터가 있고 문수산과 영축산에서 시작한 남구 두왕천 물길이 울주군 청량천을 거쳐 세죽마을 앞 외황강으로 흐르고 있다. 울산항 앞 바닷길과 이어진 외황강 한가운데에 작은 외딴섬 처용암이 자리하고 있다. 처용암은 신라 제49대 헌강왕의 나들이 행차를 남긴 기록이 삼국유사에 등장하며 널리 알려졌다. 그가 왕위에 오르자 자연재해 없이 해마다 풍년이 들고 기근도 해소돼 백성의
겨울 가지산 출정이다. 가지산 자락에서 매일 아침 눈을 뜨는데도 그 산머리는 눈요기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한 발 한 발 찾아 오른 이에게만 봉우리를 내어주리라, 산중 깊은 곳에서 부른다. 등산 초보 아니랄까 봐 이왕 가는 길, 나목이 빽빽한 숲길로 들어설 요량을 해본다. '영남알프스 9봉 완등' 6봉 인증에 도전하는 남편을 며칠 전에 세르파로 고용했다. 저 설산 등반을 위해서는 그의 발뒤꿈치에 의탁할밖에. 그나마 운문령 코스가 제격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의지만 앞선 저질 체력을 감안한 모양이다. 어젯밤 늦게야 찜하고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에 춥다고 느껴지는 날씨지만, 해 뜨는 오후가 되면 제법 따뜻함도 느낄 수 있다. 선선한 날씨에 내 마음이 바깥을 향하게 한다면 울산 중구 원도심 골목을 찾아가 보자. 울산 중심지인 중구의 원도심은 맨발의 청춘 길, 젊음의 거리, 문화의 거리 등 다양한 콘셉트의 거리가 가득하고 하루 일정으로 다 둘러보기 힘들 만큼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등이 있다. 정갈한 도시 경관은 아니지만, 골목 사이사이 투박하게 옛 스러운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 레트로한 감성을 자아낸다. 골목을 거닐면 벽마다 다양하게 채색된
# 사육장 운영 지인 "문제없다"며 어미 잃고 시름시름 앓던 세 마리 부탁고인이 된 이규진 씨가 반달곰 새끼 3마리를 집으로 데려온 시기는 2018년 7월이었다. 곰 사육장을 운영하던 지인의 간곡한 부탁에서였다. 어미 곰이 새끼들을 낳고 곧바로 죽어 시름시름 앓고 있던 아기곰 3마리였다. 당시 이 씨는 곰을 데려다 키우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물었지만, 지인은 "문제가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 직접 씻기고 먹이고 잠도 침대에서 함께 자는 등 지극정성처음에는 아파트로 데려왔다. 이름은 '삼손이(2마리의 이름은 유족이
신라 헌강왕이 울산에 나들이를 나왔다가 갑자기 구름과 안개를 만나 한 치 앞도 보이질 않으니 한 신하가 동해용의 조화로 일어난 일이라 말한다. 이에 왕이 용을 위해 절을 지으라 왕명을 내리자 신기한 듯 구름과 안개가 걷혔다. 삼국유사 처용랑망해사조에 남겨진 기록이다. 이때 지어진 사찰이 울주군 청량읍 율리 망해사이다. 당대에는 신방사(新房寺)라 불렸다고 한다. 망해사 절터를 찾아서 율리버스공영차고지의 철망울타리 옆길에 들어섰다. 좁다란 산길을 한참 걷다 보니 영축산(영취산)자락 동쪽 기슭 아래 망해사를 만나게 된다. 망해사는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