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옥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지난해 열린 기후 목표 정상회의에서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묵직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최근 몇 년 새 사시사철 더운 아프리카 사하라와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 난데없이 눈이 내리고 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섭씨 50도를 웃도는 극한의 폭염이 발생했다. 온실가스 과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가뭄, 폭우, 폭설, 홍수 등의 기상이변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봄에는 때아닌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많은 농작물이
완연한 봄이다. 봄 한 가운데서 불어오는 바람 한오라기에도 나른함이 실려 밀려오면 춘곤증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잠시 그 졸음의 달콤함은 봄빛만큼이나 활력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리고 향 좋은 커피를 마신다면 더할 나위 없는 봄날의 오후를 맞이할 것이다. 그러다 공연히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싱숭생숭함은 덤처럼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봄은 연초록을 낳고 꽃을 키우는 무한한 힘을 가진 것인지라 春愁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서 한낮의 아른거리는 아지랑이 같은 환상 속으로 걸어가는 날이어도 봄이라 좋을 것 같다.춘수春愁이기리낮잠을 자
열흘째 마트에 가지 않고 있다. 일명 '냉장고 털기'를 하기 위해서다. 내 키보다 큰 냉장고는 두 식구를 위한 것인데 어쩐 일인지 늘 비좁은 상태다. 냉장고는 식품 저장 공간이자 요리한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한 것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음식을 위한 모든 재료를 넣기 위해 크기가 코끼리처럼 커진 것이다. 냄비는 물론 과일 상자가 통째로 들어가는 냉장고가 처음 나왔을 때, 주부들은 열광하며 내남없이 소형 냉장고를 버리고 대형 냉장고로 갈아탔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세월이 30년 정도 된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울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을 기다리는 농부는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옛날 어른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두 가지가 있었다. 한 가지는 논에 물 대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자식 입으로 밥 들어가는 것이다. 농부는 작물을 가꾸는데 온갖 정성을 다한다. 싹이 트고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는 수십 번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런데 농부는 매일매일 정성을 다할 뿐 조금도 조급해 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작물이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도 이런 원리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농부는 1년을
해돋이 전, 동이 트면서 비치는 빛줄기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안정감을 준다. 짙은 코발트블루가 점차 검붉은 주황색으로 바뀌면서 잠들어 있던 수평선이 깨어난다. 하늘은 서서히 밝아지고, 구름이나 공기 중 작은 입자들로 인해 산란되는 빛은 고요하게 주변을 물들인다. 경주 단용굴은 몇 번이나 출사를 간 곳이다. 주변의 기암괴석과 해송들이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울산과 경주의 경계에 있는 주상절리도 마찬가지다. 이 두 곳에서는 썰물 때와 해 뜨는 시간이 잘 맞아야 한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바위의 섬세한 부분을 담을 수
소설이든 수필이든 시든 책 속에는 사람이 있다. 참 다양한 삶의 모습이 펼쳐진다. 이타적인 사람과 이기적인 사람,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같은 삶이 없다. 어떤 삶은 응원을 하게 되고, 어떤 삶을 보면서는 화가 나기도 한다. 주인공의 삶에 감정이입이 되는가 하면, 살면서 만나질까 두려운 인물도 있다. 수기를 읽을 때면 공감과 외면이 더욱 선명해진다. 대개가 고난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환희가 내 일처럼 느껴지고,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과정에 무릎을 치기도
겹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의 절정, 계절의 변화무쌍함을 온몸으로 느낀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바라는 삶을 위해 다람쥐 쳇바퀴처럼 사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가고 있으며 나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그 경험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한 달 전부터 성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시 쓰기 프로그램을 맡았다. 남녀 40~70대로 나이는 다양하다. 새롭게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망설임이 따르지만, 나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라 생각했다. 첫 시작
평생 검도를 생활스포츠로 즐기던 지인이 검도대회에 출전했다가 중상을 입었다. 근육에 무리가 생겨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마음은 여전히 한창 때 같은데 몸이 못 따라주는 것 같다고 했다. 하루 2만보를 걸으며 근력 자랑을 했던 또 다른 지인은 최근 횡단보도 신호를 보고 뛰다가 돌부리에 걸렸는데 안 넘어지려고 버티다가 종아리 힘줄이 끊어져 깁스 신세를 지고 있는 중이다. 뼈에 힘줄이 붙어 있는데 젊었을 때처럼 탄력성이 버텨주지 못하기 때문에 힘줄이 뼈에서 찢어져 분리되었다고 했다. 근력이 강하면 체력에는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번 22대 총선도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집권 여당의 초라한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다. 선거 패배의 원인에 대해 여러 억측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고집이 민심을 잃었다든가 또 여당이 조직적이지 못한 읍소전략이 통하지 않았다는 등 많은 해석이 분분하다. 죽은 자가 말이 없듯이 패배자는 말이 없다. 그러면 선거 패배의 원인을 한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이번 총선은 야당의 끈질긴 네가티브 전략이 민심 이반의 큰 영향을 줬다고 본다. 총선의 본래 취지는 각 당과 후보의 면면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기록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많다. 사십 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써온 사람도 있고, 읽은 책에 대해서는 빠짐없이 독서록을 써온 사람도 있고, 금전출납부를 오랫동안 적어 온 사람도 있다. 삶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19세기 사람을 요즘 세상에다 옮겨 놓으면 심한 현기증을 느낄 것이다. 생각이 변화를 좇아가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시대를 살아도 삶의 속도는 제각각이다. 농촌보다는 도시의 속도가 빠르고 늙은 사람보다는 젊고 활동적인 사람의 삶이 빠르다. 순간순간 배우는 것도 많지만 그만큼
봄꽃이 피고 새싹이 파릇하게 피어나는 봄! 이 시기 농촌에는 지난해 농사 지었던 땅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는데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일손이 부족한 요즘 농기계 사용이 많아지고 있으며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렇게 편리한 농기계는 혼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또한 익숙한 환경이라고 마음을 놓고 있다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항상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기준)간 발생한 농기계 사고는 총 5,907건에 인명피해는 4,593명(사망398, 부상4,195)
1960년 3월 15일에 치러진 정·부통령 선거에서 4선을 노리는 이승만 대통령이 88.7%의 득표율로, 이기붕이 79%의 득표로 당선됐다. 부정선거의 결과였다. 너무나 노골적인 부정행위에 선거 전부터 항의시위가 있었다. 28일에 대구에서 학생시위가 발발했다. 선거 당일인 3·15일에 마산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했는데 이날 벌써 경찰의 발포가 시작되면서 희생자가 나왔다. 대구, 마산에서 시작된 부정투표 반대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됐는데, 4월 11일 최루탄에 눈을 맞아 사망한 김주열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 떠오르면서 시위
옛날 어느 마을에 한 홀아비가 살았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속을 끓이는 짓만 했다. 어느 날, 참다못한 그는 아들을 불러 앉혔다. 불퉁하게 이유를 묻는 아들에게 말없이 목침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수많은 못이 박혀 있었다. "얘야, 이 못은 네가 내 속을 휘저을 때마다 하나씩 박아 놓은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못 박을 자리가 없구나." 아들은 그 말에 목을 놓아 울면서 자기의 잘못을 빌었다. 그날 이후, 아들은 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일만 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다. 며느리
딸이 베란다 화분에 상추 씨앗을 심었다. 상추쌈을 좋아하는 나는 저 씨앗을 언제 키워서 밥상에 올리나 차라리 마트에서 사먹고 말지 생각했다. 하지만 딸이 정성으로 키우는 화분이니 군말 없이 지켜보고 있는데 이틀 만에 조그맣게 싹이 났다.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파릇파릇 제법 상추 모양으로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이 어렵지 시간이 지나면 뭐든 보상으로 돌아온다. 주말 가족과 벚꽃 길을 걸었다. 아름답게 핀 꽃이 지기 전에 챌린지에 동참한다는 느낌으로 나선 길이다. 끝없이 이어진 벚나무를 보면서 타인을 위해 한 그루씩 나무 길을 조성
암각화에 새겨진 그림이 살아 움직인다. 사람이며 고래, 호랑이, 여우, 늑대가 금방이라도 바위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아득한 선사시대가 생동감 있게 내 앞에 펼쳐진다. 빨려들 듯 그 속으로 들어간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대곡천변 반구교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국보 제285호인 울산 반구대암각화와 국보 제147호 울주 천전리각석을 널리 알리고, 국내 암각화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전문 박물관이다. 2008년 암각화전시관에서 2010년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향고래를 형상화한 목조 건물의
봄철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감염 매개체인 참진드기가 본격 활동을 시작해 야외활동 시 주의가 당부된다. SFTS, 쯔쯔가무시 등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주로 가을에 발생하지만 봄철 매개 진드기가 활동을 시작하는 만큼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때맞춰 질병관리청이 지난 15일부터 울주군을 포함한 16개 지역별 참진드기 발생 감시를 벌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채집된 진드기 721개체 중 SFTS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라임병 병원체는 4월과 10월 2차례 검출된 탓이 크다.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오는 11
내가 참석하는 여러 모임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유독 한 여자가 내게는 인사를 안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제 봤어도 또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그 여자는 먼 산을 바라보듯 했다. 그러니 나도 인사를 안 하고 찝찝한 기분으로 그날 모임에 참가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모임에서도 다른 사람은 들어가면서부터 인사하고 들어가는데 한 남자는 무표정이거나 역시 모르는 사람 바라보듯 했다. 처음에는 기분이 상했으나 나도 무시하고 나니 복수한 것 같기도 하고 아예 신경 안 쓰니 마음이 편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나는 사람들에게 대우 받기를 원했던
'사랑이 좋아 가슴 아파도, 누가 뭐래도 난 당신이 최고야. 인생이 나를 울게 한대도, 당신이 나를 또 웃게 만드니까. 다시 힘을 내야지. 다시 일어서야지. 이게 바로 인생 아닐까' 대중가요의 한 소절이다. 언제 어느 때고 사랑은 힘의 원천이고 삶의 동력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일까. 생의 종착역을 앞 둔 시점에 우연히 정서적 교류를 하는 노년의 남녀에게는 어쩌면 더 절실한 감정이지 싶다. 생의 마지막일 것 같은 감정은 부표처럼 쉬이 가라앉지 않고 미래를 향한 항해를 함께 하기로 다짐하는 것도 쉽지 않은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
진달래, 복숭아, 벚꽃 등 봄꽃이 앞다투어 피고, 날씨도 한층 포근하다. 오늘은 울산소설협회 봄 문학기행이 있는 날이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사뭇 궁금해하며 집결지인 선바위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 세 대에 나누어 타고 첫 번째 탐방지를 향해 출발한다. 차는 새싹이 푸릇푸릇한 봄 들판을 달린다. 차창 밖, 청초한 목련과 꽃눈을 터뜨린 벚꽃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고개 너머 꼬부랑 산길을 타고 넘으니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입구다. 천전리 각석은 국보 제147호로, 최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잦은 비로 굽
주변 산에는 진달래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처음 이 골짜기로 들어왔을 때와는 아주 다르다. 드문드문 드난살이처럼 흩어져 있던 진달래가 범위를 넓혀 군락을 이루었다. 길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시간은 급물살을 탄 것처럼 흘러가고 잠시 피었다가 지는 꽃이지만 봄기운을 내기는 충분하다. 언제 준비했는지 엄동설한에도 쉬지 않고 끝없이 생명을 받쳐 올린 자연이 신비롭다. 마음이 여유로우면 화전놀이를 했으면 좋겠다. 밭 주변에는 정리되지 않은 덤불 속에서 해쑥이 제법 도톰하다. 쑥국으로 봄을 시작해도 좋을 듯하다. 주말에 밭 뒤집기를 했다. 동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