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인 친구가 전시회를 한다기에 들뜬 마음으로 찾아갔다. 큰 화폭을 다 채운 강렬한 푸른 채색 너머 형형색색의 간결한 붓 터치가 조화롭게 그려져 있었다. 조명아래 그림은 마치 이 시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살아 움직이는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조선 후기 문장가 연암 박지원이 대륙의 광활한 요동벌판을 보고 크게 한바탕 울어볼 만한 터라고 명명한 '호곡장(好哭場)'처럼 그림의 문외한인 나에게도 그 감회가 다가왔다. 어떤 사물을 함께 보았다고 해서 같은 감동을 받는 건 아니다. 자기만의 시선과 해석을 통해 각자에
『공룡 놀이터』를 활짝 펼치면, “할머니, 나, 진짜 탄다." 율이는 벌써 열 번째 미끄럼틀에 앉았다 일어났다 하고 있어요. 미끄럼틀에서 내려가기가 무섭거든요. 할머니가 열심히 응원해 주시지만 도무지 용기를 낼 수 없어요. 어쩔 수 없이 다시 미끄럼틀에서 내려온 율이는 세찬 바람에 그만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놓치고 말아요.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누구냐고요? 율이가 가장 아끼는 공룡 인형이에요. 놀이터 안을 뒤지며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찾고 있는 율이 앞에, 아르젠티노사우루스가 나타나요. “같이 찾아볼까?" 하면서요. 아르젠티노사우루스를 만나자
울산 시민의 더 안전한 주거환경 조성과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울산경찰청이 공동주택 내 경찰 정책홍보 게시판을 시범 운영한다. 울산경찰청은 SNS 등 온라인을 활용한 시민 눈높이의 다양한 치안정책을 홍보하고 있으며 나아가 주요 치안정보를 남녀노소 누구나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홍보채널을 운영하며 신속·정확하게 경찰정책을 홍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이상동기 범죄, 강력범죄 예고 등 다소 공포감을 조성하는 사건들이 여럿 있었던 탓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울산경찰청의 정책홍보 게시판은 울산 시민의 평온한
는개가 부슬거리는 날, 석남사를 찾았다. 석남사는 신라 헌덕왕 16년에 도의국사가 처음 세웠다고 전한다. 가까이에 있는 절이라 생각날 때면 들르곤 한다. 여느 날처럼 어깨 물리치료를 마치고 나자 문득 산사의 향기가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차를 몰고 석남사로 향했다. 흐릿한 하늘에는 가늘게 비가 날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지산 석남사'라 적힌 산문 앞에 선다. 오른쪽으로 안내소와 '휴휴정'이 있다. 이름처럼 휴휴정은 행인이 쉬어가라는 장소다. 산문 오른쪽으로는 수령이 250년가량 되는 노거수인 소나무가 자리하고
문수체육공원에 숙박시설과 함께 청소년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될 계획이라고 한다. 문수체육공원은 축구장 야구장 수영장 테니스장 양궁장을 갖춘 울산의 스포츠 메카다. 호수공원을 끼고 있는 주변 환경은 사계절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우선 문수야구장 외야 잔디석 위쪽에 유스호스텔 건립 계획을 밝혔다. 유스호스텔이라면 청소년들이 자연과 어우러진 야외활동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저렴한 숙박시설을 뜻한다. 하지만 울산시는 숙박 기능을 넘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야구가 있는 날 뿐 아니라 없는 날에도 언제든
올해 80세가 된 동네 선배를 1년 만에 만났다. 아직 작은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외모는 비슷해 보였는데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서 가까이 가야 얼굴을 알아 볼 정도라고 했다. 그 정도면 시각장애인 수준이다. 약시 시각장애인들이 스마트폰 문자를 최대한 키워서 바짝 대고서야 겨우 읽고 노래방에 가면 모니터에 바짝 다가서야 가사를 읽을 정도다. 당연히 운전도 못하고 택시로 출퇴근한다고 했다. 직원들 결재 서류도 구두로 보고하면 사장이라고 되어 있는 칸에 겨우 사인을 한단다. 출근해서 마땅히 할 일도 없지만, 집에 있
서울에 남산이 있다면, 울산에도 남산이 있다. 울산의 남산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평일과 휴일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몰려든다. 지금은 지역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전국에서 남산을 찾는 발걸음이 붐빌 것으로 예상됐다. 오랫동안 끌어왔던 남산 은월봉에 '남산타워'가 건립된다는 전제가 실현됐다면 그랬을 것이다. 애초, 2027년 남산타워가 준공된다면 도심을 가르는 태화강을 따라 국가정원 십리대숲은 물론 영남알프스와 울산 앞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다른 지
타지에서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해질 무렵인데도 우리는 서둘러 밭으로 갔다. 마음이 급한 탓에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서둘렀다. 지난 주말에 뽑아 두었으면 좋았을 터이다. 바쁘기도 했을 뿐더러 놔둬도 괜찮다고 여겼는데 일주일 사이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추위를 대비해 무를 뽑아야 된다는 남편과 무는 얼면서 자란다며 그냥 두자고 우긴 탓이다. 기온이 내려가자 불안한 마음으로 일주일을 간신히 넘겼다. 아직 어떤 일에든 확신이 없으니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편이라서 이처럼 가끔 낭패를 보기도 한다. 산에는 벌써 어둑 거미가
모두가 잠든 늦은 새벽에도 아동병원 입구는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북적인다. 밤새 아팠던 아이들이 행여나 진료조차 받지 못할세라 부모들은 피곤함조차 잊고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병원 내 비치된 순번 대기표를 뽑아간다. 겨우 새벽 5시가 지났을 뿐인데도 이미 번호표는 20번을 넘어가고 있다. 진료 시작 한 시간 전엔 이미 그날의 소아 진료 순번이 모두 종료되어 진료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미처 번호표를 가지지 못한 부모들은 다급히 또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나는 것이 일상이다. 접수부터 진료까지 수시간이 걸리는 소아과 오픈런이 일상화되면
일 년이 이렇게 빨리 갈 수가 없다. 며칠 전에 일출 사진을 받은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트리가 배경인 사진이 제법 오고 있으니 쏜 화살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나이 들면 들수록 옛말 그른 게 없다는 말을 절감한다. 어른들이 말할 때면 거의 잔소리나 꼰대라고 치부하기 일쑤였으니 이걸 왜 몰랐을까 후회한들. 뭐 진작 알았더라도 달라질 것은 별로 없었겠지만 그래도 왠지 아쉽다. 대한민국은 드라마 강국이다. 가끔 칼럼에 드라마 속 이야기를 쓰는 이유도 그 맥락이다. 물론 드라마의 내용을 따지자면 나의 의도와 다르다 할 수도 있겠지만 전 세
치매 보험에 대한 관심은 나이가 들수록 높아진다. 2022년 2월 기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통계 분석 결과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치매보험 가입률은 15.5%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으로 생각했을 때 작은 비율일 수도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층의 가입률은 17.9%로 5명 중 1명이 가입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의 가입률이 27.2%, 70대 가입률은 9.2%로 떨어지고, 80대 이상은 1.9%로 크게 낮아진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가입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비싼 보험료가 가입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일 수도 있을 것이지만,
요즘은 한 가구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자녀가 한 명뿐이다 보니 부모의 입장에서 해달라는 것 다 해주며 키우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에 따라 아이들은 점점 버릇없고 말 안 듣는 아이로 성장해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말썽쟁이 아이가 되는 데는 어른들의 역할이 아주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연령대별로 대화법이 다를 수 있지만 특히 4세부터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위한 대화법은 매우 중요하다. 법으로는 이 시기 아이들은 이제 유아 라기보다는 어린이라고 불리며, 엄마 품에서 벗어나 많은 일을
빛나는 사유, 시가 되고 동화도 될 만한 문장들. 고급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아 독자로서도 품격과 자부가 보장되는 책을 읽었다. 정성스럽게 차린 고급스러운 한정식을 마주한 느낌이다. 수필을 읽고 받는 감동은 흔치 않아서 영혼이 오래 그득할 것 같다. 시든 수필이든 소설이든 동화든 모든 문학작품은 감동이 최고라는 생각을 굳힌다.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최민자/연암서가)는 저자의 수필 선집이다. 내가 읽은 저자의 수필은 모두 주옥(珠玉)이다. 그중에서 골라낸 작품들이라니 기대했고, 기대 이상이었다.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니
모나크 나비는 날개 길이가 10㎝도 안되며 동정 한 닢보다 가벼운데 4대가 대를 이어 4,500㎞를 날아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 장엄한 비행은 조상들이 갔던 길을 그대로 기억해서 가는 겨울나기 이동이다. 이 풀리지 않은 모나크 나비의 비행은 나비의 유전적 데이터가 쌓여 그럴 것이다는 추측일 뿐이라니 그저 신기하고 나비의 강인한 또 다른 일면을 보는 둣하다 모나크 나비처럼-한영채 호랑 무늬 나비 한 마리 손바닥에 올랐다 기죽지 않는 날개로 살아야 하는데 바람에 푸득 거린다 검은 건반 위에 앉은 그녀 손가락 다섯이 둘 되어 건반
태화강 은빛 물결 위에서 즐기는 조정 스포츠는 울산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석양노을을 배경으로 고요한 물결을 가르면, 청둥오리 무리들이 동양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를 감싸며 날아오른다. 14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드는 울산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외지에서 오신 교수님들이 입버릇처럼 퇴직 후에는 울산에 꼭 살고 싶다고 한다. 이런 울산을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의 탈울산을 해결하기는 쉽지가 않다. 일자리, 도시 인프라 개선, 청년과 여성 친화적 환경 조성 등 모두가 거대한 담론들이다. 울산은 그 어느 때보다 창의
출입문에 '당기시오'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문을 열었다가 지나는 70대 행인을 넘어뜨려 숨지게 한 50대가 항소심에서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작은 일이 크게 확대되어 전과자가 된 것이다. 백화점이나 영화관 복도를 지나가다 보면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중간에 문이 열릴지 모른다며 열리는 문의 공간을 바닥에 그려 놓은 곳이 많다. 문은 불투명하기 때문에 문을 밖으로 열 때 밖이 안 보이는 것이다. 이 사건은 이런 사고를 일으킬 소양이 다분했던 사람이 재수 없게 드디어 사고로 실체화
11월 중순에 서울 갈 일이 있었다. 상경하기 직전 며칠 간 무척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서울에 있는 딸들이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오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애들 당부대로 안 입던 내의까지 챙겨 입고 폴라 티까지 입고 갔었다. 예보와 달리 그날은 봄날처럼 포근했다. 종일 갑갑한 채 다녔다. 기온 변화가 극심해서 생태계가 이상 현상을 보이는 것이 어제 오늘은 아니다. 낙엽 지는 늦가을에 장미가 만발하고 진달래며 철쭉도 피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철모르고 핀 꽃들과 날아든 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얼어 버렸다. 이런 현상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 과학책 속에서 배울 때 동물은 뇌를 가지고 있어 식물과 다른 점이라고 배웠다. 움직임이 있을 때 뇌는 존재하고 발달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인간의 뇌도 마찬가지다. 50세가 넘으면 뇌 안의 해마 부피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걷기를 부지런히 하는 사람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부피가 줄어들지 않아 기억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공부를 잘하려면 운동을 해서 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의사, 과학자도 많다. 뇌과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몸을 쓰면 근육만 좋아지는 줄 알았다. 이제는 바뀌었다. 몸을 쓰면 뇌도 함께 좋
새로운 이동수단으로써 개인형 이동장치가 대중화됨에 따라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개인형 이동장치(PM)란,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1인용 교통수단으로, 개인형 이동장치의 일종으로는 전동킥보드가 대표적이다. 전동킥보드는 시속 25㎞ 이상으로 운행할 경우 전동기가 작동하지 아니하고 차체 중량이 30㎏ 미만인 것을 말한다.안전상의 문제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 중 대다수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여러 명이 탑승하는 등 위험천만한 주행을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해 삶의 생기를 잃을 때면 산행을 하거나 여행을 하곤 한다.먼저 산행은 땀의 진실을 일깨워 주는 맛에 즐겨하는 편이라 생활의 일부가 됐다. 짧은 산행이든 긴 산행이든, '혼산'은'혼산'대로 동반산행은 동반산행대로 즐거움이 있다.다만, 뭔가 일상에 새로운 열정을 불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반면 일 년에 한두 번 하는 여행은 어떤가. 낯선 곳에서 만나는 사람도 좋고 아름다움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자연은 더욱 좋다.무엇보다도 여행의 동반자와 함께 만드는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다가온다.그리하여 삶의 활력이 필요할 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