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늦은 새벽에도 아동병원 입구는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북적인다. 밤새 아팠던 아이들이 행여나 진료조차 받지 못할세라 부모들은 피곤함조차 잊고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병원 내 비치된 순번 대기표를 뽑아간다. 겨우 새벽 5시가 지났을 뿐인데도 이미 번호표는 20번을 넘어가고 있다. 진료 시작 한 시간 전엔 이미 그날의 소아 진료 순번이 모두 종료되어 진료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미처 번호표를 가지지 못한 부모들은 다급히 또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나는 것이 일상이다. 접수부터 진료까지 수시간이 걸리는 소아과 오픈런이 일상화되면
일 년이 이렇게 빨리 갈 수가 없다. 며칠 전에 일출 사진을 받은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트리가 배경인 사진이 제법 오고 있으니 쏜 화살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나이 들면 들수록 옛말 그른 게 없다는 말을 절감한다. 어른들이 말할 때면 거의 잔소리나 꼰대라고 치부하기 일쑤였으니 이걸 왜 몰랐을까 후회한들. 뭐 진작 알았더라도 달라질 것은 별로 없었겠지만 그래도 왠지 아쉽다. 대한민국은 드라마 강국이다. 가끔 칼럼에 드라마 속 이야기를 쓰는 이유도 그 맥락이다. 물론 드라마의 내용을 따지자면 나의 의도와 다르다 할 수도 있겠지만 전 세
치매 보험에 대한 관심은 나이가 들수록 높아진다. 2022년 2월 기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통계 분석 결과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치매보험 가입률은 15.5%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으로 생각했을 때 작은 비율일 수도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층의 가입률은 17.9%로 5명 중 1명이 가입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의 가입률이 27.2%, 70대 가입률은 9.2%로 떨어지고, 80대 이상은 1.9%로 크게 낮아진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가입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비싼 보험료가 가입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일 수도 있을 것이지만,
요즘은 한 가구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자녀가 한 명뿐이다 보니 부모의 입장에서 해달라는 것 다 해주며 키우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에 따라 아이들은 점점 버릇없고 말 안 듣는 아이로 성장해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말썽쟁이 아이가 되는 데는 어른들의 역할이 아주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연령대별로 대화법이 다를 수 있지만 특히 4세부터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위한 대화법은 매우 중요하다. 법으로는 이 시기 아이들은 이제 유아 라기보다는 어린이라고 불리며, 엄마 품에서 벗어나 많은 일을
빛나는 사유, 시가 되고 동화도 될 만한 문장들. 고급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아 독자로서도 품격과 자부가 보장되는 책을 읽었다. 정성스럽게 차린 고급스러운 한정식을 마주한 느낌이다. 수필을 읽고 받는 감동은 흔치 않아서 영혼이 오래 그득할 것 같다. 시든 수필이든 소설이든 동화든 모든 문학작품은 감동이 최고라는 생각을 굳힌다.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최민자/연암서가)는 저자의 수필 선집이다. 내가 읽은 저자의 수필은 모두 주옥(珠玉)이다. 그중에서 골라낸 작품들이라니 기대했고, 기대 이상이었다.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니
모나크 나비는 날개 길이가 10㎝도 안되며 동정 한 닢보다 가벼운데 4대가 대를 이어 4,500㎞를 날아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 장엄한 비행은 조상들이 갔던 길을 그대로 기억해서 가는 겨울나기 이동이다. 이 풀리지 않은 모나크 나비의 비행은 나비의 유전적 데이터가 쌓여 그럴 것이다는 추측일 뿐이라니 그저 신기하고 나비의 강인한 또 다른 일면을 보는 둣하다 모나크 나비처럼-한영채 호랑 무늬 나비 한 마리 손바닥에 올랐다 기죽지 않는 날개로 살아야 하는데 바람에 푸득 거린다 검은 건반 위에 앉은 그녀 손가락 다섯이 둘 되어 건반
태화강 은빛 물결 위에서 즐기는 조정 스포츠는 울산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석양노을을 배경으로 고요한 물결을 가르면, 청둥오리 무리들이 동양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를 감싸며 날아오른다. 14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드는 울산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외지에서 오신 교수님들이 입버릇처럼 퇴직 후에는 울산에 꼭 살고 싶다고 한다. 이런 울산을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의 탈울산을 해결하기는 쉽지가 않다. 일자리, 도시 인프라 개선, 청년과 여성 친화적 환경 조성 등 모두가 거대한 담론들이다. 울산은 그 어느 때보다 창의
출입문에 '당기시오'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문을 열었다가 지나는 70대 행인을 넘어뜨려 숨지게 한 50대가 항소심에서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작은 일이 크게 확대되어 전과자가 된 것이다. 백화점이나 영화관 복도를 지나가다 보면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중간에 문이 열릴지 모른다며 열리는 문의 공간을 바닥에 그려 놓은 곳이 많다. 문은 불투명하기 때문에 문을 밖으로 열 때 밖이 안 보이는 것이다. 이 사건은 이런 사고를 일으킬 소양이 다분했던 사람이 재수 없게 드디어 사고로 실체화
11월 중순에 서울 갈 일이 있었다. 상경하기 직전 며칠 간 무척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서울에 있는 딸들이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오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애들 당부대로 안 입던 내의까지 챙겨 입고 폴라 티까지 입고 갔었다. 예보와 달리 그날은 봄날처럼 포근했다. 종일 갑갑한 채 다녔다. 기온 변화가 극심해서 생태계가 이상 현상을 보이는 것이 어제 오늘은 아니다. 낙엽 지는 늦가을에 장미가 만발하고 진달래며 철쭉도 피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철모르고 핀 꽃들과 날아든 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얼어 버렸다. 이런 현상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 과학책 속에서 배울 때 동물은 뇌를 가지고 있어 식물과 다른 점이라고 배웠다. 움직임이 있을 때 뇌는 존재하고 발달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인간의 뇌도 마찬가지다. 50세가 넘으면 뇌 안의 해마 부피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걷기를 부지런히 하는 사람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부피가 줄어들지 않아 기억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공부를 잘하려면 운동을 해서 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의사, 과학자도 많다. 뇌과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몸을 쓰면 근육만 좋아지는 줄 알았다. 이제는 바뀌었다. 몸을 쓰면 뇌도 함께 좋
새로운 이동수단으로써 개인형 이동장치가 대중화됨에 따라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개인형 이동장치(PM)란,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1인용 교통수단으로, 개인형 이동장치의 일종으로는 전동킥보드가 대표적이다. 전동킥보드는 시속 25㎞ 이상으로 운행할 경우 전동기가 작동하지 아니하고 차체 중량이 30㎏ 미만인 것을 말한다.안전상의 문제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 중 대다수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여러 명이 탑승하는 등 위험천만한 주행을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해 삶의 생기를 잃을 때면 산행을 하거나 여행을 하곤 한다.먼저 산행은 땀의 진실을 일깨워 주는 맛에 즐겨하는 편이라 생활의 일부가 됐다. 짧은 산행이든 긴 산행이든, '혼산'은'혼산'대로 동반산행은 동반산행대로 즐거움이 있다.다만, 뭔가 일상에 새로운 열정을 불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반면 일 년에 한두 번 하는 여행은 어떤가. 낯선 곳에서 만나는 사람도 좋고 아름다움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자연은 더욱 좋다.무엇보다도 여행의 동반자와 함께 만드는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다가온다.그리하여 삶의 활력이 필요할 때면
라디오를 듣다 보면 저마다의 사연이 어찌 그리 많은지…. 이런 늦가을이면 라디오를 틀어놓고 밀양으로 가는 국도를 타고 구불텅한 옛길을 넘으며 혼자 호사스러운 여행을 즐기곤 한다. 천황산, 가지산을 타고 흐르는 붉은 단풍잎도 좋고, 가지가 부러질 듯 위태로운 나무에 매달린 태양 빛 닮은 사과는 꽃보다 더 아름답다. 바이올린 연주가 마치 유자색처럼 은은하고, 거기에 이어진 독자의 사연이 마음을 더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연인즉, 둘은 여고 시절 같은 반 친구였지만 그저 데면데면 지내던 사이였다. 그런데 그해 가을, 버스로 수학여행을
예방접종은 감염병을 예방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과거 영유아 중심의 예방접종이 주로 강조되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환경 변화로 인해 성인 및 노인에 대한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중요함에도 예방 접종률은 영유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성인에게 필요한 대표적인 예방접종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매년 겨울철에 유행하여 고열과 함께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갑작스러운 발열(38℃ 이상),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의 전신 증상과 함께 인두통, 콧물, 코막힘 및 기침 등이 인플루엔자의 흔한 증상이다. 모든 성인에게
"그건 선생님이 잘못하신 것 같네요."라는 ㅇ의 지적을 받으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닌가요?" 오히려 상대에게 날을 세웠다. 나름의 방어기재다.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줄 근거를 찾아 중언부언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ㅇ의 말이 맞다.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면서 아주 천천히 아주 조금씩 생각을 틀게 된다. 그 과정이 사실 쉽지 않다. 가끔은 안 되기도 한다. 그건 나의 오랜 가치관이나 습관의 한 부분을 부정해
책을 읽다가 덮어버린 경험이 있다.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책은 읽기가 힘이 든다. 필자의 책이 출간되고 난 뒤에 듣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가독성'이 좋다는 말이었다. 즉 책장이 잘 넘어가고 읽기가 쉽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 내용조차 가벼운 것이 아니다. 필자의 실패한 이야기가 그 책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가독성이 좋은 이유는 꼭지마다 하나의 스토리가 들어있어서다. 스토리가 들어있기에 읽기가 쉽고 책장이 잘 넘어간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비롯한 베스트셀러 반열에 있는 책의 공통점은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논
지난 봄 지방 패키지여행 때 알게 된 여성 한 분이 있다. 귀경 후 서로 연락하자 하여 그분이 주도하는 모임에 두 번 갔었다. 인사동에서 만났다. 전업주부가 주류로 10명 가량이 나왔다. 사람들도 순하고 좋아 보였다. 두 번이나 봤으니 그만하면 얼굴은 알겠다, 단톡방에서도 서로 답신이 오고 갈 줄 알았다.그러나 나를 소개한 한 분을 빼고는 내 카톡 글에 전혀 답신이 없었다. 자주 문자를 올리라는 독촉을 받았으나 남자가 별로 할 말도 없어 매주 신문에 연재 되는 내 칼럼만 올렸다. 물론 답신이 없었다.이 단톡방에는 이른 새벽부터 댓글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오늘도 바쁜 걸음으로 퇴근하는 이 시대 엄마들을 응원하며 『폭탄을 안은 엄마』를 소개합니다. 책장을 펼치면 매일 오후 6시가 되면 토끼 엄마의 폭탄이 째깍거리기 시작해요. 직원들을 감시하는 호랑이 상사의 레이저를 피해 토끼 엄마는 살금살금 사무실을 벗어나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오늘, 퇴근길은 더욱 힘들어요. 엘리베이터는 만원이고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져요. 난데없는 물벼락에 옷도 홀딱 젖었답니다. 32분, 17분, 10분 시간이 줄어들수록 토끼 엄마의 마음도 급해져요.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환하게 갠 하늘을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이 끝났다. 언론에서는 문제가 워낙 어려워서 만점자를 찾지 못한다느니, 올해에도 초고난도 문항이 있었느니 없었느니, 여러 가지 논의들이 꾸준히 진행 중이다. 수험생 아이들은 소위 코로나 이전의 보통으로 치르던 방식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무사히, 그리고 안전하게 끝마쳤다. 시험을 준비하는 지난한 기간 동안 고생했을 대견한 수험생들의 마음, 그리고 그동안 마음을 썼을 수험생 가족 모두의 마음도 헤아려 본다. 수능시험 이후에 여러 대학의 면접 등 과정이 남아 있는 학생들이라면 친구들과 실컷 마음을 놓는 만남도 갖기
국가의 정의에서 보면 국민·국토·주권, 이 3요소가 존재하는 것을 '국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 모두가 없어서 국가가 성립되지 않아도 그들만의 문화는 존재한다. 수천 년 세계를 떠도는 유랑민들에게도 그들만의 문화는 있다. 흔히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로 우리는 로마의 문화와 예술을 말한다. 문화는 오랜 전통을 이어오는 것들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럼 문화도시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사전적 의미는 다른 도시보다 문화적 사적이 많거나 학문, 예술의 문화 활동이 활발한 도시라고 했다.각설하고 울산은 유구한 전통의 문화와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