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의자'는 세상을 의자로 바라보는 어머니의 말을 빌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에게 의자가 되어 주는 아름다운 삶의 이치를 담담히 전하는 시 그림책입니다. 특유의 말맛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정록 시인은, 우리 삶을 이어 가는 동력이 '함께'라는 사실을 시로 담백하게 풀어냈습니다. 여기에 장마다 정성을 다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 주리 화가의 그림이 더 큰 감동과 울림을 더합니다. 허리가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길, 어머니는 아들에게 넌지시 이야기합니다.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인다고. 아프니까 자꾸 앉고
외국에 나가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은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든, 등산길에서 마주쳐 지나가든 인사를 한다. 히말라야를 올라갈 때 마주치면 "나마스떼"라며 서로를 격려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사에 인색한 편이다. 공연히 인사를 했다가는 싱거운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고, 이성에게 인사했다가는 수작을 부리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당구 모임에 늘 보는 사람들 중에도 입구에 들어서면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반가운 인사를 하는데 혼자 인사를 안 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처음 몇 번은 기분이 상했으나 다른 사람들
땅 이름(地名)은 향토사 공부의 출발이자 나의 호기심 1호이다. 이름이 이야기를 전하고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상기 시켜준다. 지명에는 그곳만의 특유한 느낌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웅촌은 이름만으로도 어딘가 웅장하고 큰 나라 같은 느낌이 든다. 시간이 멈춘 듯한 한적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회야강은 여전히 구불구불하게 흐르고, 나무들은 우거진 숲을 이루며 햇빛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고대국가의 터 웅촌은 '울산'이란 지명을 낳은 땅이라 울산의 원형이다. 우시산국(于尸山國)이란 소읍국과 정복자 거도(居道), 장토((張吐)라는 들판,
자영업을 운영하기가 너무 힘드는 시대이다.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한숨만 쉬기보다는 자신의 업에 대해 글로 써서 책을 만들자. 자신이 쓴 책은 자신이 운영하는 자영업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가령 인테리어를 하는 사장이 책을 썼다고 하자. 그 책에는 인테리어에 대한 모든 것을 실을 수 있다. 인테리어 업체 고르는 법, 싸게 인테리어 하는 법, A/S 받는 법, 화장실에 들어가는 제품들에 대한 설명, 벽지 고르는 방법, 장판 고르는 방법, 몰딩은 어떤 것이 좋은지, ABS 도어 고르는 법, 새시는 어떤 부분을 유의해 선택을 해야 하는지,
사랑하는 우리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건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가정이 편안하고 행복해야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다'는 강의를 듣는 중 한 부모가 "아이에게 뭘 어떻게 해주면 될까요?"라는 질문에 강의를 하던 강사는 "아이가 아니라 부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가 편안하고 행복해야 아이도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강사는 아이를 잘 키우려면 아이와의 관계보다 배우자와의 관계부터 점검하라고 조언했다. 부부가 갈등하는 가정에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부모와 아이의 관
AI가 사람의 영역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AI가 출현하면서 사람의 영역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 첨단 문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절기 문화를 말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그러나 첨단시대에 살면서도 절기 문화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분명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이 출현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절기 문화는 농경사회를 거치면서 크게 발전해 왔다. 농경사회에서 중요시했던 절기 가운데 하나가 청명이다. 오늘이 청명이고 내일이 한식이다. 이날은 맑은 기운이 천지사방에 도래하는 날이기도 하다. 기운이 생동하는
좋아하는 사람과 환하게 꽃이 핀 담벼락에 봄 햇살이 내려앉은 모습을 감상한다. 어떻게든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 뚫어져라 하늘을, 꽃들을 바라본다. 사진을 찍어도 마찬가지다. 눈앞에 펼쳐진 황홀함을 모두 담아내지는 못한다. 그 순간 느끼는 벅찬 감정, 피부에 와닿는 바람, 코끝을 스미는 청량한 공기까지 다 담기지 않아서일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순간은 생각처럼 쉬이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누구나 한 번쯤, 아니 그 이상으로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기억 속에 각인되기를 바란다. '순간'을 '영원'한 형태로 남기려면 어떤 기
'23년 9월부터 시행된 자치경찰 서포터즈(울산 경찰의 주요 정책들과 자치경찰제 홍보) 1기 활동을 하던 중 울산대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엘파소 지역으로 경찰행정과 관련된 학문인 형사사법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엘파소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도시로 다문화적 특색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생활하며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 텍사스 엘파소의 환경을 비교하며 각 지역의 특징과 장점을 살펴보려고 한다. 한국과 미국은 문화, 사회, 법률, 경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 독자분들은 여러분의 동네를 얼마나 속속들이 알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하 주차장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고 있으니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고 변명을 하신다면 네네 이해를 하고말고요. 갈수록 각박해지는 삶이라 동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해도 크게 이상할 건 없지만 그래도 동네 한 바퀴 도는 정도의 사정은 알아도 괜찮지 않나 싶어 툭 한 번 던져봅니다. 우리 동네엔 40년의 역사를 가진 목욕탕이 있습니다. 이 동네에 10년 이상 살면서 오며 가며 본 기억은 있으나, 20년간 다니던 사우나가 있기도 했고 외형이 낡은 것
나는 울산 소재 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재학 중인 대학생으로 입학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들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 대해 뉴스와 여러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됐다. 그리고, '코로나블루와 현대인의 정신건강'이라는 주제로 조별과제를 수행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우울과 불안을 비롯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자살 예방과 관련된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건강 분야에 막연하게 관심을 가지던 나는 남구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생명사랑 서포터즈'
한 달 전부터 윗층에서 발자국 소리가 심하게 나기 시작했다. 소위 발망치, 발도끼라는 층간소음이다. 초저녁부터 밤늦게 까지 그리고 한 밤중인 새벽 2~3세시 경에는 가장 소리가 크게 들려 잠을 깨기 일쑤였다. 그집 남자가 밤에 일을 하러 나간다고 들었다. 집은 편안히 휴식을 취해야 할 공간인데 이쯤 되면 지옥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서부터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머리는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고 가슴은 벌렁벌렁 뛰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직접 대면하지 말고 차분히 제3자를 통해 해결하라고 되어 있었다. 층간 소음을 못 참고 뛰
겨울이 끝나고 날씨가 많이 푸근해졌다. 나는 새로운 봄과 인연을 맺으려 한다. 올해 봄은 내 인생에 좋은 인연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하며,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연'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맺는 관계의 다른 말이다.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살아가느냐에 따라 어떤 인연을 맺느냐가 결정된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이 한 사람과 인연을 맺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으며, 그 다른 사람은 다시 나와 인연을 맺는 일도 있다. 그것을 나는 '인연 관계망'이라 부르고 싶다. 오늘 만난 사람이 또 다른 인연으로 연결되는
설거지는 잡념을 끌어들이는 자석이다. 물소리에 맞춰 눈과 손만 협응하고, 머릿속은 어수선하다. 애써 정신을 가다듬는데 침대 옆에 둔 찻잔이 생각난다. 찻잔을 가지러 가다 보니 사람 없는 화장실에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화장실 열린 문틈으로 치약이며 수건이 흐트러져 있는 게 보인다. 문을 왈칵 열고 들어가 청소를 한다. 욕조까지 닦고 나니 손대는 곳마다 뽀드득 소리가 날 것 같다. 개운한 기분에 커피나 한잔할까 해서 부엌으로 간다. 개수대에는 여전히 밥풀과 고춧가루를 묻힌 설거지 더미가 들어앉아 있다. 움직이는 틈마다 잡생각이 끼
영화 '리빙 : 어떤 인생'에서 주인공 빌나이가 부른 '로언트리'가 생각이 난다. 죽음을 앞두고 기억 저편에 있는 어린 시절이 마법처럼 얽힌 가지와 첫 새봄을 알리는 너의 잎새라며 내 소중한 나무라 노래한다. 무심히 서 있기만 한 나무이지만 누구에게는 위안이 되기도 하고 추억을 만들어 주는 소중한 나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무에 대한 감정은 대체로 긍정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완전한 나무 박라연 전신이 쓸쓸할 때 차오르는 저 가로수의 수액을 잠시 빌려 쓰면 어떨까 연두가 돋아나는 봄 가로수가 되려면 서서 잠드는 나무의 곁을
고요하게 흐르는 강물에 나룻배 한 척, 그 뱃머리에 대금을 부는 여인의 머리칼이 잔잔하게 날린다. 멀리 강기슭 대숲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리자 백로, 왜가리 등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는데, 그때 누군가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하늘 높이 날아올라 부채를 '촤락' 펼치며 대나무 꼭대기에 외발로 섰다. 태화강 대숲을 지날 때면 가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오빠들의 영향으로 무협 영화를 많이 보며 자란 탓이다. 태화강은 남편의 오랜 케렌시아 장소다. 새벽 다섯 시, 남편은 조용히 눈을 뜬다. 내가 깨지 않도록 주섬주섬 운동할
그동안 고위 관리나 CEO 등 소수만을 위한 것으로 여겨졌던 리더십 교육이 어린 학생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를 넓힌 것은 불과 수년 전부터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그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으며, 리더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리더의 역할이나 위치, 모습 등 리더라는 의미는 수직적인 관계에서의 이끔이를 의미하는 단순한 정의를 벗어난다. 리더십이 특정 소수만이 가진 자질이 아니라는 말이다. 누구나 갖춰야 할 덕목으로서의 리더십을 키우는 것이란 오늘날의 아이들에게 꽤나 어려운 공부의 하나다. 홀로 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인 아
오늘부터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여야 후보들과 정치권은 앞으로 13일 동안 표심을 잡기 위해 전력을 쏟을 것이다. 국회의원 선출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민의를 대변하고 법치주의의 출발인 입법권을 쥐고 있어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여야 후보들과 정당의 모습을 보면 유권자는 안중에 없는 퇴행적 행태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각 정당과 후보가 제시한 공약만 봐도 민생을 살피는 정책이 아니라 '선거만 이기면 상관없다'는 식이다. 나라 곳간은 비어가는데 '총선용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는 듯하다
자영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큰 데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저출생 지원대책 가운데 자영업자가 수혜자인 정책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마디로 육아 휴직 및 근로시간 단축 때 금전적 지원을 받는 정책에서 자영업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뜻이어서 안타깝다. 일례로 '3+3 부모육아휴직제'는 올해부터 '6+6'으로 확대 개편됐다. 생후 18개월 내 자녀를 둔 부모가 동시에 또는 차례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첫 6개월에 대한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지원한다. 또 연초 경제정책방향에서 직장어린이집 위탁보육료 지원금을 비과
우리는 과연 단일민족일까? 역사를 되짚어 보자면 그렇다고 단언할 수만은 없다. 고려 때 이미 혼혈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는 외침과 함께였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은 인근 나라들의 길목일 수밖에 없고,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나라를 오갔던 그들은 곱게 지나다닌 것이 아니었다. 약소국에서도 약자들인 여성들은 그 길목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성적 유린으로 숨어서 낳은 자식이 생겨났음은 슬프지만 인정해야 한다. 드러난 이야기의 주인공도 많다. 환향녀나 기황후 같은 인물이다. 이들은 혼혈과 절대로 무관할 수가
엔지니어링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결과를 창출하는 일이다. 필자와 같은 엔지니어들은 종종 문제를 해결할 때 조금만 더 품을 들이고, 시간을 들여서 완벽한 기술적 해답을 제시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이런 집요함은 결과물의 품질을 올리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집요함이 지나쳐, 투입하는 자원 대비 결과의 효용 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경우를 종종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필자가 십수 년 전 모바일 메신저 개발을 위해 일본에서 일할 때의 이야기를 예로 들겠다. 일본의 대도시들은 전철역 간의 거리가 서울과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