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일출을 보며 다짐했던 각오와 맹세들은 안녕하신지 궁금합니다.3년 만에 대면 설로 즐거웠던 연휴였습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인척들을 만나 안부를 묻고 안녕을 빌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시샘이라도 하듯 역대급 한파가 몰아쳐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났고 전기, 가스 요금 폭탄에 서민들의 한숨이 더해졌습니다.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이 될지도 모릅니다.모두들 무사히 이 수상한 계절을 건너시길 빕니다. 봄을 기약하는 2월 말에 찾아뵙겠습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오세영 '
# 울산시 기념물 제5호울산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로 가는 길에 첩첩히 들어선 모텔 건물 사이로 가려진 아담한 사찰이 보인다. 낮은 돌담 사이로 난 절 입구를 지나면 은행나무 옆에 아담한 법당과 돌부처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절에 스님은 온데 간데 없고 법당도 자세히 보니 텅비어 있고 오직 불상만이 있는 보호각으로 고쳐 지어졌다. 보호각 건너편에는 문화재를 지키는 컨테이너형 관리동과 문화재 관리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곳이 간월사지((澗月寺址·울산시 기념물 제5호)이다. 사라진 절의 창건 기록을 담은 관월사기(觀月寺
짧은 낮이 자꾸 짧아져 간다. 깊은 산속 옹달샘에 고인 어둠을 산토끼도 모르게 살금살금 퍼내오는 동짓달. '동짓달 기나긴 밤 허리 하나 베어내 봄날 이불 아래 서리게 넣었다가 고운 님 오시는 밤에 굽이굽이 펴리라'는 황진이의 시 가락이 떠오르는 겨울밤. 그렇다 하여 이 밤이 누구에게나 길고도 지루할까. 밤의 시작을 내심 반기는 곳이 있다. 울산만에 면한 산자락을 깊숙이 돌아 공영주차장에 차를 댄다.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 한 잔을 마시고는 잘 닦인 산길을 오른다. 12월 중순의 찬 공기를 숨차게 뿜어내는 중년 남녀가 앞
울산의 11월은 첨단 스마트시대로의 항해가 시작된 뜻 깊은 달이었습니다. 동구에서 세계 최초의 육·해상 자율운항선박 성능시험장 역할을 하게 될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 준공식이 열렸고 미포조선에서는 세계 최초의 ICT융합 전기추진 스마트선박 '울산 태화호' 명명식이 열렸습니다. 또한 한민족 최대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행사인 '제20차 세계한상대회'가 열려 울산의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했습니다. 한편으로는 5년만에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청정지역의 지위를 반납했고 수만마리의 산란계를 매몰 처분하는 등 긴
울주군 상북면 석남사 입구 일주문 주변으로 늦가을 정취가 가득하다. 영남알프스 맏형 가지산과 운문령, 문복산 등 산자락이 붉게 물들며 다가올 긴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절 입구 도로는 산길을 타고 밀양으로 넘어가는 24번 국도길이 나있지만 능동터널길이 뚫리면서 차량 왕래가 크게 줄었다. 80년대 후반 개통된 이 도로는 한때 울산에서 창원 등 서부 경남을 바로 잇는 유일한 통로였다. 험난한 산세 지형 아래 있는 석남사의 일주문을 지나면 동서 방향 일직선으로 700여 미터 시원스레 뻗은 길에 높다란 참나무, 서어나무, 단풍나무들이 어우
차로 갓길에 이어지는 쪽 곧은 11자들. 사이드미러에 들어 점점 좁아지는 나무둥치들. 함함한 가로수들 11이 전봇대와 가로등 11을 속속 당겨오고 밀어낸다. 뒷걸음으로 멀어지는 그들의 소실점에 눈길 붙들리며 11월의 한가운데를 달리는 중이다. 덤프트럭이 은행나무 가지를 흔들 때마다 노랑나비들이 날개를 펄럭인다. 멀찌감치 차를 세워두고 나도 11자 발걸음으로 걸어볼걸, 후회막급이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오호호…." FM 라디오를 켜니 까마귀 날자 홍시 떨어지는 음률에 입이 짝 벌어진다. 울산 귀신
10월 한달 울산에서는 굵직한 행사들이 잇따라 펼쳐졌습니다. 17년만에 개최된 전국제육대회와 장애인체육대회, 그리고 태화강 국가정원서 열린 가을축제 등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또한 민선 8기들어 첫 국정감사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역대 최대규모로 열린 전국체전에서 울산시선수단은 종합 9위라는 쾌거를 이뤘으며, 장애인체전에서는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열정으로 종합 3위라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훈훈한 울산시민들의 인정과 선수들의 땀방울이 만든 성공적 대회 개최는 울산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도약점이 될 것입니다. 사진=유
# 아소카왕이 띄운 황철 실은 배 신라에 닿아 573년 음력 2월 신라 진흥왕때 서라벌 남쪽 하곡현 사포(絲浦·울산 중구 반구동 일대) 앞바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배가 나타났다. 배 안을 살펴보니 사람은 없고 만들다만 부처·보살상의 형상과 함께 문서만 있었다. 이 문서에는 서축국(西竺國·인도)의 아소카왕(Asoka·아육왕 阿育王)이 황철 5만7,000근과 황금 3만푼을 모아 석가모니 금동불상을 만들려다 매번 실패해 여러 배에 나눠 실어 보내니 누군가 이 불상을 완성하기를 기원한다고 적혀 있었다. 아소카왕은 기원전 250년경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 젖은 이지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아아…."맞잡은 손을 느릿느릿 흔들며 중년 남녀가 흥얼거린다. 자갈과 신발이 자꾸만 쑤군거려서 뒤로 바짝 다가갔다. "아아 뜸북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잃어진 그 사랑이 나를 울립니다/ 들녘에 떨고 있는 임자 없는 들국화/ 바람도 살랑살랑…." 3절을 다 마치고는 서로의 손바닥을 부딪친다. 가을밤의 부부 모임에 대비해 노래를 연습하는 걸까. 뒤따르는 청중이 눈치채지 못하는 소곤거림에 미소가 피
성큼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추석은 언제 왔는지 모르게 지나간 느낌입니다. 아마도 추석 전후로 2개의 큰 태풍 소식에 잔뜩 긴장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워낙 강하다는 예보와 더불어 상습침수지역엔 모래주머니와 차수막을 설치하는 등 노력으로 인해 큰 피해가 없어 다행이었습니다. 그러나 태화강 국가정원은 어김없이 물에 잠겨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한편으로 12년 만에 옥동에서 농소로 이어지는 이예로가 완전 개통돼 도심 상습 정체에 숨통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울산에서 17년 만에 열리는 전국체전의 열기가 서서히 고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고택이 먼저 눈에 띈다. 그 앞에 유유히 흐르는 대곡천 건너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야트막한 야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 언덕은 동쪽 하늘을 향해 한 마리의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형상이라 해서 반구대라 불린다.# 울산시 유형문화재 '반고서원 유허비'그 반구대를 자세히 살펴보면 짙은 녹음에 가려진 아담한 붉은 비각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반고서원 유허비각이다. 삼각지 길가에 놓인 평상에 앉아 푸른 단풍나무 사이로 비각을 보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비각 안에는 3개의 비
옹기마을 마실 간다. 우리나라 최대 생산지에서 갖가지 옹기를 보며 하루해를 넘겨볼까. 길가 코스모스가 나긋나긋 초가을 흐린 잔비를 맞는다. 장독 뚜껑을 눌러쓴 반쪽 몸의 옹기장승이 품으로 어서 들라 손짓한다. 마을 사람들은 건넛마을로 마실 나갔나. 수백 수천의 옹기들만 집집이 모여 앉아 객을 맞는다. 장인의 손마디 같은 마을 길을 한 바퀴 돌아본다. 입구 왼편의 경남요업, 발효아카데미관 옆의 영화요업, 옹기박물관 앞의 가야신라토기, 성창요업, 옹기골도예를 꺾어 돈다. 옹기아카데미관 갓길에 즐비한 일성토기의 독들이 우후죽순 같다. 금
반구대 암각화는 그 내용이 무엇이든 신석기시대의 시 혹은 시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기록된 최초의 시입니다. 우리는 그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반구대 암각화는 우리에게 시의 첫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반구대 암각화' 책머리에서 (백무산·임윤·맹문재 엮음, 푸른사상) 체감 기온 35도. 땡볕의 기세에 현관문 앞을 서너 번 돌이켰다. 해가 서쪽 산을 탐하면 출정이 곤란한 시간. 어서 '챙 넓은 모자와 손선풍기와 냉커피를 챙긴다. 끈 없는 운동화가 신긴 발등을 토닥인다'는
뽕나무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이다. 그래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그런데 생각 외로 오래된 뽕나무는 보기 힘들다. 반구대 암각화 가는 길에 오래된 뽕나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구 마을로 향했다. 반구대 암각화 입구에 사는 뽕나무는 키가 컸다. 여러 그루가 모여 있는데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라는 뽕나무가 정겨워 보였다. 또 한 그루의 오래된 뽕나무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가 보았다.오래된 뽕나무가 있는 곳 아주 가까이에는 공룡 화석 발자국이 있었다. 지금은 반구대 암각화가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데 동행한 분의 설명을 듣다보니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이 났습니다. 냉혹한 민심은 지방정권 교체라는 큰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당선자들은 오늘 취임해 앞으로 4년간 울산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가야합니다. 당선자들이 내건 공약들을 차근차근 실천해 지역발전의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사진= 유은경기자 2006sajin@
# 조선조 왜구 방어를 위해 만든 유포석보울산 북구 정자동 625( 북구 동해안로 1455-6 )에 위치한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17호로 지정된 돌로 쌓은 작은 성이다. 현재 750m 정도의 둘레만 보존되어 있고 가장 잘 남아 있는 동문의 성벽 최고 높이는 2.2m다. 조선 문종(1455년) 때 왜구를 막기 위해 목책성으로 지었으며 세조(5년 1459년) 때 석성으로 다시 쌓았다. 경상좌도 병마절도사의 지휘 아래 병사 300여명이 주둔하면서 수비를 했으며 일제수탈기 정자항 방파제 축조때 성의 큰 돌들을 뽑아 대부분 훼손됐다. 유포라는
간월재는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 있다. 구름이 넘어가고 바람이 넘어가는 곳이다. 5월, 간월재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약초가 있다. 쥐오줌풀이다. 쥐오줌풀은 연분홍 꽃이 핀다. 해마다 간월재 사는 쥐오줌풀을 보러 간다. 올해도 쥐오줌풀 보러 간월재에 다녀왔다. 이름이 특이한데 뿌리에서 쥐오줌 냄새가 난다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만 들어서는 꺼릴 수 있지만 연분홍 꽃을 보면 그 고운 모양에 빠져 들게 된다. 간월재에서 바람 따라 산들 거리는 쥐오줌풀 보고 있으면 마냥 즐거워진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더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걸로 뭐 하시는 거예요?" 우가항방파제등대를 돌아보고 나오는 길. 중년의 남녀가 방파제 가장자리에서 긴 쇠막대기로 물풀 속을 가늠하고 있다. 나도 눈길을 빠뜨려 본다. "군소를 잡고 있심더." "군소를, 막대기로 잡아요?" "운이 좋으면 해삼이나 뿔소라까지 건집니대이."배 한 척 없는 한낮의 항구는 처음이라 어리둥절하던 중이었다. 빤히 들여다보이는 밑바닥, 물과 풀뿐인데 군소가 있다? 해삼, 뿔소라도 있다고? 손톱만 한 고동이나 잡아본 나로선 신기할 따름. 두 중년에게 오늘의 내항은 신통찮은 모양이다. 바다와 산을 이어 낸 강동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벚꽃과 개나리가 연 봄날이 장미로 그 절정을 맞이한 듯 한낮은 벌써 한여름을 연상케할만큼 뜨겁습니다. 대통령이 바뀌었고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목청이 갈수록 커져갑니다. 오늘부터 이틀간 사전투표가 실시됩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7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79명의 일꾼을 뽑게 됩니다. 앞으로 4년간 울산을 이끌어갈 누군가를 선택하는 신성한 권리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시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사진= 유은경기자 2006s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