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과수원에 내려온다. 유성 같은 빛줄기가 나무 사이를 스며들며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얇은 안개가 감싸고 있는, 그 안에는 붉은 사과들이 더욱 빛을 발한다. 아름다움은 마치 자연 그 자체가 현실과 꿈 사이에서 춤을 추는 듯하다. 나무 가지는 색종이처럼 반짝이며, 과실들은 붉은 보석처럼 그 위에 달려 있다. 시집간 누나를 따라 버스를 타고 처음 놀러 온 포항시 오천읍은 온통 붉은색 천지였다. 버스도 붉은색, 군가를 부르며 구보를 하는 해병대도, 사과도 붉은색이었다. 마치 열정의 도가니처럼 느껴졌다. 사과만큼 사람과
똑똑한 사람들은 많다. 말도 똑소리 나게 잘 하고 논리에도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맞는 말인데 그것이 상대를 기분 상하게 하고 분위기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면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게 어렵다. 이번 어떤 정당의 선거 공천에서도 평소 똑소리 나게 쓴소리하며 당을 비판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낙천당했다. 나름 합리적이고 날카롭고 옳은 지적이라며 싫은 소리도 용기내어 한다는 사람들이 대거 탈락한 것이다. 왜 내가 낙천되었느냐고 따져 봐야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것이 정치다. 칼자루를 쥔 사람은 아무리 똑
경남 산청군 금서면에는 돌을 쌓아 만든 이국적인 무덤이 있다. 그 무덤은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무덤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국에 가려 먼 후대까지 전해 내려오는 자료가 많지 않아 구형왕릉이라는 설조차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앞에 전 자를 붙여 전 구형왕릉으로 불렸고, 최근에는 산청 전 구형왕릉으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 돌을 네모로 깎아 쌓은 피라미드형 적석총의 모습도 이색적이었지만 역사책에 몇 페이지를 장식했던 가락국 가야라는 이름이 내 마음에 남았다. 한때는 화려한 왕국으로 찬란한 미래를 꿈꾸었을 그들의 시간이 잠들어
자연을 넓게 보면 참 아름답고 신기하고 질서 정연함을 느끼게 된다. 철 따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다시 싹을 틔우는 자연의 순리가 인간에게 큰 이치를 깨닫게 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약한 자가 강한 자의 먹이가 되는 약육강식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것이 자연의 생존 법칙이다. 그러면 이 자연 속에 인간생태계를 한번 보자. 인간은 이성과 양심을 가진 동물로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안다. 그리고 사회적 규범이 인간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생태계도 생존경쟁이 없으면 발전할 수가 없다. 그것은
길고 춥던 겨울이 드디어 자취를 감추고 따뜻한 봄이 찾아와 우리를 설레게 하고 있다.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알리는 매화는 이미 핀지 오래고, 올해는 벚꽃 개화시기도 앞당겨져 3월말부터 벚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봄의 설레임과 더불어 우리가 기억해야 할 3월의 기념일이 있다. 달력 3월 22일에 쓰여져 있는 서해 수호의 날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해 그냥 지나쳐버리고 마는 날일 수도 있다. 이날은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으로 희생된 55명의 호국영웅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공헌을 기리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천년의 미소가 그윽하게 나를 쳐다본다. 이마와 두 눈, 오뚝한 코, 두 뺨의 턱 선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볼수록 편안하다. 가만히 안아줄 것 같은 표정에 얼굴무늬수막새 앞을 오랫동안 떠나지 못한다. 경주에 위치한 국립경주박물관은 당시의 문화유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경주역사유적지구 내에 있으며, 궁궐터인 월성과 월지, 능묘가 밀집된 대릉원, 대가람이었던 황룡사터와 가깝다. 신라역사관, 신라미술관, 월지관으로 이루어진 상설전시관과 특별전시관, 옥외전시장과 수장고가 있다. 신라역사관은 천년
매년 3월은 개학, 입학으로 학생들은 새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다는 설레임과 기대로, 또 입학하는 자녀에 대한 대견함과 기대감으로 학부모들의 마음도 뿌듯한 시기다. 그러나 3월의 교실이 아름답기만 할까, 학부모들의 마음 한편에는 혹시 내 아이가 이른바 '왕따' 등 원활하지 못한 교우관계로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동반하게 된다. 어느 리서치 설문 조사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새 학기 고민에 대해 물은 결과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을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고 한다. 새 친구를 사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울산이 다른 광역시도에 비해 대중교통이 열악하다는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울산 면적이 서울의 1.7배 정도로 커서 시민들의 유류비·교통비 부담이 상당한데도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지하철이 없어 어딜 가려면 주로 버스를 타야 한다. 그래서 시민의 발이 되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서 얼마나 만족하는지, 더 편하게 탈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가 과제였다. 울산시는 시내버스 이용률 향상을 위해 광역시 승격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시내버스 노선체계 전면 개편을 통해 좀 더 쉽게 이동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한산도는 한산면의 주도이자, 한산대첩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추봉도(秋蜂島)에서 북서쪽으로 0.5㎞ 지점, 통영에서 동남쪽으로 약 2.4㎞ 지점에 있다. 면적은 14.72㎢이고 해안선 길이는 30.0㎞이다. 한산도는 통영시의 유인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이며, 한산면의 29개 유·무인도 중에서도 가장 큰 섬이다. 동쪽은 거제도, 서쪽은 미륵도, 북쪽은 고성반도, 남쪽은 용초도(龍草島)·추봉도·비진도(比珍島) 등에 싸여 있다. 추봉도와는 연도교인 추봉교를 통해 연결된다. 한산도라는 명칭은 섬에 큰 산이 있다는 데에서 한뫼(큰뫼)라고 부르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개념 중에 요즘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MZ세대가 있다.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최신 트렌드를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MZ세대 다음 세대는 뭐라고 부를까? 바로 우리 아이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알파(Alpha) 세대라고 한다. 알파(Alpha) 세대란 2010년 이후에 출생한 아이들로 현재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지O야~, 헤이 카O오!' 등의 소리를 들으며 자랐기에 그들에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환경이 숨 쉬듯 익숙하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는 미국의 야생 생물학자 마시코트렐 홀과 노인의학 전문의 엘리자베스 엑스트롬이 함께 쓴 책이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100세 이상 노인이 많은 장수촌을 탐사하고 '노화를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가 실제로 기대 수명을 7년까지 연장한다'라고 주장했다.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인정하라', '일이나 봉사 활동 등 목적성이 분명한 활동을 하라', '자주 웃고 관대함을 발휘하라', '일주일에 한번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젊은 친구를 사귀라' 등이
“여자가…. 그러면 안 된다카이. 니 미친나? 가시나가?" 그랬다. 엄마도 아버지도 그러다가도 “여자도 일해야 하고, 여자도 성공해야 된 데이…. 절대 집에서 밥하지 마래이" 늘그막에 엄마는 그랬다. 도대체 엉켜진 그녀의 정체성을 어찌해야 할까? 실은 내게도 많은 혼란스러운 정체성이 하나 있다. 여자와 사람 그사이에 낀….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기라고 해봐야 내가 여자로서 지대하게 공헌하며 희생했다고 할 수 없어 그냥 헤게모니를 가지지 않은 '인간 장하영으로 살아가기'를 말해 보고자 한다. 많이 똑똑하거나 똑 부러지게 예쁜 것도
나잇값은 비싸다. 나잇값을 하려면 먼저 입을 다물어야 하니 일단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입 닫는 것이 뭐가 어렵냐고 하겠지만 늘 말을 많이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고문일 수도 있다. 때문에 충분히 이해한다. 나 또한 아무리 노력해도 이놈의 입이 문제다 싶을 때가 있다. 입을 다무는 것은 침묵이다. 또한 침묵은 금이니 금만큼 비싼 것이 있겠는가, 고로 나잇값은 비싸다. 나의 말에 역정을 우려를 곁들리거나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치부할 사람들이 있으리라. 또는 나를 나무라는 사람도 분명 생길 것이다. 그래도 나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에게
과거를 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천문 관측이 바로 그것이다. 말하자면, 별을 본다는 것은 과거를 보는 것의 다름 아니란 얘기다. 예컨대 지구에서 제일 가까운 별은 태양인데 대략 1억5,000만 ㎞ 떨어져 있고 지구까지 오는 데는 대략 8분 20초 정도 걸린다. 우리가 보는 태양의 빛과 별은 지금 모습이 아니라 과거 모습이란 말이다. 따라서 별자리 관측은 망원경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인 셈이다. 별은 매일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지만, 일상에서 별을 보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되어버린 시대이다. 마음을 내
요즘 어르신들이 교통사고를 내면 매스컴에서 대뜸 고령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냈다고 꼬집는다. 이 때문에 고령 운전자에 대해 면허증 반납을 유도하는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반대로 젊은 층이 교통사고를 내면 실수나 운전 부주의, 음주 등으로 교통사고가 났다고 한다. 사실은 고령 운전자는 인지능력이 좀 떨어진다고 해도 운전 노하우가 있어 무리한 운전을 하지 않는 편이다. 왜 고령(?)이란 이유 하나로 주위의 눈총을 받아야 하고 교통사고의 주역인 것처럼 취급당해야 하는지 억울하기도 하다. 지난해 울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1
얼었던 땅을 뚫고 새싹이 나고 메마른 가지 끝에 푸른 잎이 돋아나면서 힘찬 기운이 솟아오르는 봄입니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에는 우리 몸도 자연의 기운을 쫓아 혈액순환과 신진대사가 활발해집니다. 봄철 환절기는 2월에서 4월 초까지로,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다 이따금 강한 추위가 찾아오는 변덕을 부립니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우리 몸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황사와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이 증가하면서 감기와 비염, 알레르기, 아토피와 같은 질환이 많이 발생하여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즘 보건소 한방진료실을 찾는 주민들은 "선생님, 환절
촉촉한 봄비가 스며들고 따사로운 햇살이 깃들면서 들녘에 쑥이 고개를 내민다. 들판에는 쑥을 캐는 아낙네들이 봄 향기를 줍느라 손발이 바쁘다. 어릴 적,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쑥을 캤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몸이 봄기운을 느끼는지 자주 나른하다. 이맘때면 도다리와 쑥을 넣어 끓인 도다리쑥국이 생각난다. 쑥은 직접 캐든지 시장이나 마트에서 살 수 있지만, 싱싱한 도다리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초봄이면 도다리쑥국을 끓여 파는 식당을 찾는다. 남편도 봄 향을 맡았는지 아침부터 도다리쑥국 타령을 한다.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고 남
울산은 하나뿐인 우리나라 고래도시이다. 미국은 가까운 하와이부터 멀리 낸터킷까지 고래도시들이 즐비하다. 산업원료용 고래를 잡았던 18~19세기에는 미국 동부 포경선들이 동해까지 몰려왔다. 소위 조선 후기 이양선들이다. 상업포경을 끝낸 지금은 수많은 한국인들이 미국 바다에서 고래관광을 즐긴다. 고래관광의 핵심은 배를 타고 나가 살아있는 고래를 보는 것이다. 1950년대 미국에서 이런 사업이 시작된 곳이 캘리포니아 최남단 항구도시 샌디에고이다. 지금은 샌디에고에 10여개 업체가 있다. 유람선과 낚시배, 요트와 카약 등 체험에 쓰이는 배
요즘 청소년들은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잘 차려입은 옷에 구김살 없는 표정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행동은 더러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거침이 없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그들의 욕구가 드러난다. 겉으로는 부유해 보이나 어딘지 위축된 모습도 있다. 무기력한 발걸음은 질식할 듯 억눌린 자존감이 할딱거리고, 거친 말투에는 향기가 없다. 그런 아이들일수록 눈여겨보아야 한다. '비스킷'(김선미/위즈덤하우스)은 이런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다룬 판타지 소설이다. 부모의 학대로 주눅 든 아이, 주변의 관심에서 소외된 사
지난 설 연휴 이후 울산지역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휴대폰에 반가운 문자가 전송됐다. 지난해 연말 발표됐던 정부와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의 일원으로 소상공인 188만명에게 1조 3,455억원이 캐시백된 것이다. 울산지역 농협은행에서는 정부 시책에 발맞추어 거래 소상공인 6,987명의 차주에게 약 43억원 규모의 캐시백으로 지원했다. 경기위축과 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이 서민과 취약계층과 함께 동고동락을 위한 금융서비스로 지향하는 것이 바로 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