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가 올 거라는 기상예보가 현관을 나서는 순간 어긋난다. 아니다, 꼭 들어맞는다. 오늘은 여고 친구들과 나들이하는 날. 시집간 '여우(女友)'들이 한 무리 짓기로 진즉에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목적지는 물 반 고기 반이라 지인망어업이 발달했다는 나사리 바다, 그리고 발갛고 하얀 등대다. 꼬리 다섯씩 달고 나름 한 재주를 헹헹 부리는 완희, 정옥, 해윤을 가는 길에 태우고 남으로 달린다. '돌아가고파 사랑하고파/ 아아 우리는 여고 졸업'생'/ (중략)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이이이이이…' 서생
황금빛 들판은 추수가 끝난지 이미 오래다. 추수 끝난 논에는 커다란 마시멜로 덩어리만 군데군데 남겨졌다. 까마귀 떼도 돌아오고 철새도 돌아왔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하지만 낮에는 햇살 좋은 날들의 연속이다. 햇살에 더욱 빛나는 붉은 보석이 달린 나무가 있다. 이 계절 가장 빛나는 산수유다.산수유는 겨울의 시작과 끝에 빛나는 나무다. 지금 산수유 열매는 붉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겨울의 끝 봄의 시작쯤엔 산수유 노란 꽃이 불꽃처럼 환하게 터진다. '우리 나무 백가지'에서 '산수유는 개나리나 벚나무보다 훨씬 일찍 꽃
-거액 기부를 결심한 배경과 계기는?△오늘의 덕산을 있게 한 '덕산하이메탈'은 울산의 1호 향토 벤처기업입니다. 지역의 많은 도움을 받은 덕분에 오늘날 9개 기업을 거느린 덕산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제가 벤처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절실히 깨달은 것은 '벤처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누군가 도와준다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무난히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유망한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울산의 많은 젊은
언양읍성을 주름잡던 한삼덩굴은 예초기의 칼날 앞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그러나 그렇게 사라질 한삼덩굴이 아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따로 있다. 한삼덩굴이 삼켜버린 도꼬마리다. 작년까지도 도꼬마리는 한삼덩굴 근처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다. 올해 한삼덩굴의 지나친 확장세로 인해 고사했는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다.도꼬마리 이름의 유래에 대해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서는 '도꼬마리라는 이름은 옛이름 '됫고마리(또는 고고말이)'가 어원으로, 약재로 사용하는 열매의 가시가 되(도로)
언양읍성에는 논이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논농사를 짓고 계신 농부가 있다. 출퇴근길에 지나치며 자주 보게 된다. 영농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 옛날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옆에 삽 한 자루를 끼고 가신다. 언제나 그 모습으로 지나가시는데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있다. 미소가 그렇게 아름다운 연로하신 분을 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 분은 항상 지긋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삽 한 자루와 함께 논 여기저기를 다니며 논을 돌보고 계신다. 미소가 아름다운 농부와 풍성한 논. 논에 살아가는 다양한 동식물들. 개구리, 메뚜기, 족제비. 사마귀풀
꽃바위라는 이름의 마을은 어떤 꽃으로 시월을 물들일까. 구절초, 해국, 감국이 노란 폭죽을 터뜨리는 이즈음엔 피고 또 함빡 피어도 꽃이 마구 그립다. 오늘은 시가 술술 떠오를지도 몰라 이생진 시인의 바다 시집을 끼고, 방어진항 서쪽 끝 '꽃방(꽃바위방어진) 마을'로 간다. 바위가 꽃을 피우다니, 그리움이 얼마나 여물어야 하는 일일까. 주차장이 곧 도로인 화암등대로가 1.3㎞ 방파제를 끼고 시원하게 길을 내준다. 초입부터 방파제 위 전망테크가 눈길을 끈다. 걸어서 들어가면 오가는 시간이 30분은 될 성 싶다.등대를 만나
울산신문이 주최·주관하고 중구가 후원한 '2021 울산 병영성 역사 기행' 행사가 1,7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는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계획됐지만, 참가자가 몰리며 성황을 이루면서 5일 만인 지난 5일 조기 종료됐다. 올해 행사도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지난해와 같은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총 6곳의 스탬프존을 방문해 현장에서 QR 인증을 받고 퀴즈를 풀어 미션을 수행했다. 미션 완료자들 가운데 참가자 중 선착순 1,500명에게는 기념품이 지급됐다. 참가자들이 직접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린 인증사진을 모은 사진전도 이어진다. 사진전은 오는 19일부터 31일까지 13일간 외솔기념관에서 열린다. 행사 현장 이모저모를 화보로 담았다.
박도문 (주)대원그룹 회장이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11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박도문 신임회장은 향토기업인 대원그룹을 이끌며 지난 1995년 대원교육문화재단을 설립해 인재 양성에 힘써왔고, 재울 5도 연합향우회 초대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울산지역회의 부의장을 맡아하는 등 활발한 봉사활동을 해왔던 박 회장이 앞으로 3년간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이끌어 가게 된다. 박 회장의 취임 소감과 함께 공동모금회장으로서의 각오를 들었다. 편집자15억원 출연 장학재단 설립1996년부터 환경보호협 활동이웃사랑 실천 1억 기부
심장 혈관(관상동맥)이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은 돌연사의 주범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심장이 멈추면 뇌를 비롯한 전신의 장기가 망가져 10명 중 3~4명은 끝내 사망한다. 조기 진단과 빠른 이송, 응급 치료의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있다. 울산병원 최병주 진료부원장에게 급성 심근경색의 예방과 응급조치 등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심장 질환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를 물었다. 최병주 진료부원장은 "울산지역은 인구 10만 명당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35.9명으로 부산(36.1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됐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고향방문 자제와 옅어져가는 명절에 대한 인식이 그리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못본 가족 친지들을, 명절을 핑계로 만나 볼 기회였는데 말입니다. 추석 긴 연휴의 후유증이 어느해보다 심했습니다. 귀성길에 오르거나 가벼운 여행으로 연휴를 즐기던 사람들을 뒤따라온 코로나는 사상 최다의 감염자를 발생시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반 두려움 반으로 진단검사를 받았고, 그래도 감염자가 조금씩 줄어들며 하향세를 보이니 다행입니다. 추석
새벽 산책은 언제나 언양읍성이다. 읍성을 둘러보며 밤새 다들 잘 잤는지 하나하나 살펴본다. 꽃이 지는 식물도 있고 피는 식물도 있다. 줄어드는 식물도 있고 늘어만 가는 식물도 있다. 올해 언양읍성에서 제일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이 있다. 해마다 더 무성하게 번성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삼덩굴(환삼덩굴 : 표준국어대사전)이다.환삼덩굴·율초 등으로 불리기도 한삼덩굴 이름의 유래에 대해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서는 '한삼덩굴이라는 이름은 '한'과 '삼'과 '덩굴
멀리 나서기도, 시끌벅적 여행을 떠나기도 애매한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추석 연휴. 그렇다고 모처럼 긴 연휴인데 '집콕'만 해야 할까. 가까운 곳을 둘러보면 울산 도심에는 가족들과 오붓하게 둘러볼 만한 힐링 공간들이 있다. 연휴 기간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조심스럽게 방문해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다. # 태화강 국가정원·십리대숲 은하수길 울산 대표 도심 속 휴식 공원 태화강 국가정원. 태화강의 생태환경이 고스란히 담긴 태화강 국가정원은 하늘 높이 뻗은 대나무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숲 터널을 형성한 4.3㎞의 십리대숲과 어
바위솔의 한약명은 와송이다. 와송의 경우 바위솔이라는 식물명보다 와송이라는 한약명이 더 익숙하다. 와송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언양에는 5일장이 선다. 봄에 언양장에 가보면 각종 모종과 함께 약초 모종이 나온다. 해마다 언양장에 나오는 약초 모종은 당귀, 황기, 작약 등인데 몇 년 전부터 와송 모종도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약초 모종이 나오는 것을 통해 약초의 인지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와송은 항암제로 유명세를 치른 까닭인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밭에서 재배하는 분들도 있다. # 항암제로 유명세 최근엔 대량 재배언양읍 송대
눅진한 달력 한 장을 뜯자 가을이 왔다. 귀뚜라미, 철써기, 여치들의 중창이 드높아져도 변화무상한 자연은 달력의 찰나처럼 순탄치 않다. 올가을의 첫날은 비와 바람의 탱고로 어지러웠다. 속수무책의 관객인 나는 춤을 추지 못한다. 밀롱가를 배워 남미로 카페리호 여행을 꿈꾸는 친구, 조의 실력은 얼마나 늘었을까. 정오를 넘어서자 신나던 춤곡이 늘어진다. 오늘은 문무대왕의 기운이 든 울산 끝자락으로 가야 한다. 그곳에 근대의 역사가 된 등대가 있다. 땡볕을 무릅쓰고 한 달 전에도 다니러 온 곳. 대형 마스크를 끼고 입을 다문 미르놀이터에는
몇 년 전 8월 아이들과 경주 양동 마을에 놀러간 적이 있다. 양동 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 보전 되어 유서 깊은 고택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 내 눈에는 고택보다 키 큰 나무들이 먼저 들어 왔다. 집집마다 커다란 나무가 눈에 띄었는데 멀리서 보기에는 아까시나무 같았다. 잎과 꽃이 특히 아까시나무를 닮았는데 꽃 피는 시기가 아까시나무와는 다른 8월이어서 무슨 나무인지 궁금했다. 가까이 가보니 회화나무였다.# 경주 양동마을 수놓은 꽃회화나무 이름의 유래에 대해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서는 '회화나무라는 이름은 한
지난 8월 한 달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기약하는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울산이 낳은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의 순국 100주년 행사가 광복절을 맞아 다채롭게 펼쳐졌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입니다. 한편으로는 부울경 메가시티를 위한 추진준비단이 공식적인 출범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수도권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부산 울산 경남의 몸부림이자 장밋빛 미래를 열고자 하는 염원입니다. 8월 막바지 쏟아진 폭우로 발견 50년을 맞은 반구대 암각화가 또 물에 잠기기 시작했고 도심 곳곳이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5년 전 태풍 차바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태화시장의 상인들은 또 한 번 수해의 고통을 겪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9월은 민족 대명절 한가위의 달입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귀성길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비록 몸은 가지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풍성한 한 달이 되길 기원합니다. 이상억기자 agg77@·유은경기자 2006sajin@
무더운 날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등에서 땀이 흐른다. 더위를 물리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시원한 수박, 차가운 얼음물, 달콤한 팥빙수. 그러나 다른 방법도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 내게는 여름을 이겨내는 아주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산행이다. 여름엔 신불산이다. 영남알프스 중 여름에 제일 많이 찾게 되는 산이 신불산이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더운 여름날에는 배내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배내고개에서 간월재로 오르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길가에 약초들이 너무나 많다. 꿀풀, 질경이, 물레
폭염의 시간을 건너가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기미는 아직 없어 더욱더 답답한 마음입니다. 힘겨운 나날들 속에도 동구 대왕암공원 출렁다리가 개통돼 시민들의 인기를 독차지했고 울산시립미술관의 첫 소장품으로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 3점이 수집했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그러나 북구 물류창고 큰 불과 성남동 상가 화재로 결혼을 앞둔 막내 소방관이 운명을 달리해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해마다 7말8초의 울산은 기업체 휴가로 인한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반복됐지만, 올해는 집콕으로 '울산에 있지만 울산을 떠난듯한'
올해 들어 새로운 생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새벽 기상. 그리고 이어지는 언양읍성 산책.언양에는 읍성이 있다.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거기다 언양읍 한 복판에 위치하고 있다.센트럴파크에 가본 적은 없지만 난 거기가 부럽지 않다. 언양에는 읍성이 있으니까.새벽에 읍성 산책을 자주 나가다 보니 농부가 된 기분이 든다. 밤새 다들 잘 잤는지 그새 올라온 녀석은 없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게 된다. 지금 언양읍성에서 단연 빛나는 존재는 타래난초이다. 북벽 쪽에 군락을 이뤄 자라던 타래난초는 잔디깎이 하고 전멸 당했다. 그러나 서벽 쪽의 타래난초
지극한 만남은 곡진하기 그지없는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두둥두둥 둥당 둥기당, 어느 전생의 못다 이룬 사랑이 꿈결에도 나의 별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는가. 그를 들으려 방어진항 끝자락의 성끝마을, 동진포구로 간다. 해상공원으로 단장한 입구가 환하다. 주차장 왼편 언덕배기에선 소리박물관과 소리카페가 파랑의 일렁임을 듣고 있다. 주차장을 둥그렇게 감싼 계단식 쉼터에 앉으니 바윗돌을 어루만지는 물보라 틈에서 갯강구들이 바쁘다. 장난감 같은 낚싯대로 꽃게를 잡아 올리는 아빠와 아이는 신이 났다. 태화루 푸른 병과 오징어땅콩을 소일 삼은 두 중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