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완전히 동네북 신세다. 간헐적으로 쏘아대던 김정은의 미사일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않고, 아베의 구역질 나는 입냄새는 세정제를 찾지 않는다. 탄핵사태에 몰린 트럼프는 툭하면 한국정부에 버럭 소리를 지르고 애견을 보내 주한미군 주둔 대가를 짖어댄다.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 시작은 화려했지만 과정은 일방적이고 결과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갈수록 김정은의 태도는 더욱 뻣뻣해지고 있다. 당당함을 넘어 무슨 영문인지 턱까지 앞으로 추켜세웠다. 뒷배는 당연히
가을도 깊어져 이제 낙엽 구르는 풍경이 거리를 덮었다. 도심에서는 주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잎으로 늦가을의 정취를 맛본다. 하지만 태화강 국가정원이나 신불산, 가지산 등에 가보면 울긋불긋한 단풍이 눈을 즐겁게 한다. 단풍은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기 직전에 나타나지만 초봄에 새로 싹트는 어린 잎에서도 볼 수 있다.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대표적인 단풍 식물은 단풍나무과(科) 단풍나무속(屬)에 속하는 식물들이다. 하지만 색감은 진달래과나 노박덩굴과, 옻나무과, 포도과 등에서 더 화려한 단풍을 뽐낸다. 단풍은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고, 새
지난가을 초입, 국립국악원이 야심 찬 기획 공연에 나섰다. '서울 밝은 달에/밤들이 노니다 들어와/자리를 보니/다리가 넷이도다/둘은 나의 것인데/둘은 누구의 것인고/본래 나의 것이지만/빼앗긴 것을 어찌 하리요'. 처용이 무용극으로 시민들과 만났다. 늦게 귀가한 처용이 안방 문을 열자 아내 옆에 다른 이가 있다. 처용은 노여워하지 않고 이미 아내를 빼앗긴 것을 어쩌겠느냐며 태연히 노래를 부른다. 탐욕스러운 '역신'(疫神·전염병을퍼뜨리는 신)은 처용의 행동에 감복해 처용 얼굴이 보이는 곳에는 다시는 들어오지
올해도 어김없이 입시 한파가 찾아 왔다. 해마다 수능 때는 온 나라가 입시열풍이 불었지만 그 열기도 이제 흘러간 옛추억이 될 듯하다. 올해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입시 수시모집 확대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이 사상 처음 5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어제 치러진 2020학년도 수능 1교시 응시생이 49만552명이라고 밝혔다. 작년 1교시 응시생 52만8,595명보다 7.19%(3만8,043명) 줄어든 것으로 1993년 수능이 시행된 이래 처음으로 50만명을 밑돌며 최소치를 기록했다.수능 응시생은 첫 수능인 1993년
도루묵이다. 여권의 독주기관차가 엔진음이 요란할 때 잠시 결집하던 보수층이 다시 제자리다. 자유한국당의 헛발질이 원인이다. 막말에 안하무인, 초딩 수준의 정국대응이 자초한 결과다. 시작은 표창장이었지만 대표가 기름을 부었다. 황교안호의 영입 1호가 '갑질장군' 박찬주라는 보도가 나가자 한국당 내부에서부터 비판이 터져 나왔다. '조국 낙마 표창장'과 '벌거벗은 대통령'에 이은 연타석 루킹 삼진감이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신진인사 영입이 오히려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지자 당내에서는 묘한 기류가 흐
자동차·의류 등 일본 소비재 기업들의 10월 매출이 9월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다. 유통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두고 지난 8~9월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소비자들이 일본 업체들의 대규모 할인 공세에 점차 마음을 되돌리는 양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도요타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국내에서 차를 판매하는 5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지난달 전체 판매량은 1977대로 전달보다 79.2% 증가했다.가장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업체는 혼다였다. 지난 9월 국내 시장에서 16
가을빛이 무르익은 지난 주말 울산에서는 그야말로 축제의 열기가 뜨거웠다. 흔히 울산을 두고 부자도시, 공업도시, 굴뚝도시라고 이야기하지만 몇 해 전부터는 역사와 문화를 울산과 연관지어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공해도시, 굴뚝도시로 알려진 울산을 찾아 직접 도시의 속살을 들여다 본 사람들이 많아진 탓도 있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점차 확산되는 증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울산시와 각 구군에서는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는 축제나 행사를 기획하고 이를 지역사랑과 지역민의 자긍심 고취로 연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가을 산을 찾아 숲길을 오르다보면 순간 당황스러운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등산복이 아닌 레깅스 차림의 등산객들이다. 남녀 구분도 없다. 최근엔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레깅스를 입고 산을 오르는 경우가 있다. 뒤에 가던 사람은 시선을 어디에 둘지 망설이기 십상이다. 최근 바로 이 레깅스로 인한 판결 하나가 이슈가 됐다. 레깅스를 입은 사람을 몰래 찍는다면, 유죄일까 무죄일까. 가장 최근에 이를 무죄로 선고한 판결이 나와 논란이 됐다. 지난해 버스에서 레깅스를 입은 한 여성의 엉덩이 부위 등을 몰래 동영상 촬영하던 남성이 경찰에 검거
지난 주말 울산은 7,000년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을 찍었다.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공식 이름표를 달았다.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이다. 이름이 별것이냐고 하지만 분명히 별것이다. 7,000년전 태화강이라는 이름을 갖기 이전부터 이 강에서는 인류사의 위대한 노정이 시작됐다. 그 질곡의 시간을 굽이쳐 흐른 강이 이제 새로운 명패를 얻은 셈이다. 굳이 이름표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름표 자체가 대전환의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선사문화의 첫발을 디딘 이 땅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역사시대의 혈맥이 됐고 그 동맥이 삼한통일의 심장소리로 쿵쾅거
전후에 출생한 첫 일왕으로서 즉위를 선언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즉위식을 가졌다. 공식적으로 일왕으로서 면모를 전세계에 알린 셈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지난 22일 오후 도쿄 지요다 소재 궁전에서 자신이 일본 헌법과 '황실전범'(皇室典範)특례법 등에 따라 왕위를 계승했다며 “즉위를 내외에 선명(宣明, 선언해 밝힘)한다"고 말했다.살아 있는 아버지 일왕을 두고 즉위한 나루히토는 전후세대다. 아버지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이 고령을 이유로 퇴위의 뜻을 밝힌 뒤 나루히토의 일왕 승계작업이 진행됐다. 일본에서 왕이 생전에 퇴
한때 울산으로 들어오는 사통관문에 '역동의 산업수도'가 깃발처럼 펄럭였다. 그리고 한참 뒤 울산의 리더들은 그 산업수도에 문화의 옷을 입혔다. 왜, 어떤 옷을 지어 입혀야 하는지를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채 사시사철 형형색색 다채로운 옷을 입혔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문화를 미래 먹거리로 삼자 마음이 급했다. 놓치면 후회할 거예요라고 누가 속삭이는 것처럼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옷을 만들었다.스토리텔링도 하고 전설과 설화를 끌어다 장승처럼 세웠다. 울주의 일곱 개 봉우리가 이상한 나라의 일곱 귀신 이야기
관중없는 경기와 이상한 문자중계로 뒷말이 무성한 남자 축구대표팀 남북대결이 논란이다. 한국 남자축구은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북측의 비협조로 이날 경기는 남측 취재진과 응원단은 물론 TV 생중계도 없이 진행됐다. 결국 이날 경기의 중계는 대한축구협회(KFA)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경기장에 있던 AFC 경기감독관이 문자를 보내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AFC 본부가 이를 받아 대한축구협회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모처럼 찾아온 휴일 산에 올랐다. 태풍이 지나간 뒤라 신불산 억새평원으로 이어진 등산로는 인산인해였다. 한참 오르다 잠시 쉬는 틈에 휴대전화를 봤다. 세 번의 부재중 전화. 평소 친분이 있던 모 교수는 두 번을 연달아 부재중으로 표시돼 있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특유의 시니컬함이 묻어 나왔다. "아침에 반구대암각화 쪽으로 왔다가 김 국장이 생각나서 전화했다"는 그의 목소리는 슬펐다. 잠겨버린 암각화에 먹먹한 가슴이 잠긴 듯 숨결이 차올랐다. 그리곤 한참을 물에 대해 이야기 했다. 사실 그는 물관련 전문가다. 울산의 치수 문제라면 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가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 방송을 통해 "KBS 법조팀이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증권사 직원 김모씨를 인터뷰했지만 방송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 내용을 검찰에 흘린 것 같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KBS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해 논란이다.문제의 방송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에서 제작하고 재단 이사장 유시민이 진행하는 시사프로그램으로 금요일 자정 노무현 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데이트 되는 방식으로 방송을 하고
한해 나라 살림을 평가하고 따져보는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정 전반의 감사가 진행되어야 할 국정감사는 예상대로 조국일가 감사장으로 변질됐다. 시작은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부터였다. 첫 번째 감사에서 교육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을 둘러싸고 교육부를 질책했다. 국회에서 18일째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이학재 의원은 감사장에 나와 조 장관의 자녀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교육부가 8월 이후 한 달 보름 동안 조 장관 딸 문제와 관련해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며 “입시
이이첨은 조일전쟁으로 나라가 도탄에 빠진 광해시대에 교언영색의 처세로 권세를 쥐락펴락했다. 연산조 무오사화를 주도한 할애비의 유전인자를 받은 이이첨은 후궁의 아랫도리에 취해 불면한 선조를 후려치고 궁궐을 손아귀에 넣었다. 상궁과 내통한 혐의가 짙은 선조의 급사는 국과수에 정밀감식을 받기 전에 심장마비로 덮어버리고 왕권을 바로 세운다는 명분으로 인목대비를 유폐하고 어린 영창을 찜질로 보냈다. 왕실의 누구라도 이이첨의 이글거리는 욕망을 모르진 않았지만 실세였던 광해는 눈을 감아 줬다. 그로부터 이이첨의 권세는 하늘을 찔렀다. 겉으론 광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급기야 탄핵 회오리에 휘말렸다.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 하원 차원의 탄핵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전격 돌입함에 따라 탄핵론이 메가톤급 뇌관으로 부상하며 미 대선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200여년의 미국 역사상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첫 번째 대통령은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었다. 의회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존슨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 에드윈 M.스탠턴을 해임한 것을 빌
박지원 무소속 의원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 투쟁에 대해 비판을 이어가자 한국당이 그의 과거를 소환했다. 장능인 한국당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에 이어 민주평화당까지 탈당한 구태 정치의 상징 박 의원이 황 대표의 삭발 투쟁에 '구정치' '쇼' 등을 운운하며 훈수를 두고 있다"며 “조국 임명 강행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정의를 파괴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독선과 불공정에 맞서는 제1야당 대표의 결기에 공감하는 국민을 함께 조롱하는 언사"라고 비판했다. 장 대변인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을 놓고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또다시 손을 잡았다. 추석 연휴 직전 문화재청과 울산시, 그리고 울주군은 반구대암각화 보존 및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내용은 반구대암각화의 지속가능한 보호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협력하기로 한다는 부분이 핵심이다. 민감한 현안인 물 부족 문제는 낙동강 수계 통합 물관리 방안 등 울산시 대체 수원 확보에 적극 협조한다는 선에서 얼버무렸다. 새로운 일도 아니고 새로울 것도 없는 협약을 놓고 언론은 또 호들갑이다. 십수년동안 반복된 협약 내용 보도만 보면 반구대암각화
태풍이 또 지나갔다. 요란한 바람이 불었지만 모두 문을 단단히 잠가 큰바람을 피했다. 개폐장치가 견고할수록 문의 위력은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태풍에 걸어 잠가야 하는 문이 아니라 내뱉고 싶을 때마다 걸어 잠그지 못한 입이다. 화생어구다.중국 당나라 말기를 살았던 풍도는 가장 혼란한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당이 세력을 다하고 송나라가 세워질 때까지 오대 시대가 이어졌다. 풍도는 이 다섯 나라의 혼란기에 후당에서 입신하고 뛰어난 처세술로 재상을 지냈다. 그는 무엇보다 입을 조심하는데 삶의 금줄을 쳤다. 감성도 풍부해 문학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