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아 동화작가의 '변신풀 대소동'은 무슨 일이든 채근하는 엄마 때문에 딸꾹질하는 아이들이 느림보의 대명사인 달팽이로 변해 일어나는 소동입니다. 이야기가 재미있네요. 마치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거대한 벌레로 변한 장면으로 시작하듯 이 동화도 딸꾹질이 멎는다는 풀을 먹고 잠든 두 아이가 잠에서 깨자 달팽이로 변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달팽이가 말을 해요! "저, 저리 가!"슬금슬금 뒷걸음치는데 기분이 이상했어요. 발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느낌인 게
댄스스포츠를 하게 되면 균형 감각이 발달한다. 균형 감각이란 몸의 균형을 잃지 않아 넘어지는 일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우리 몸은 좌우가 대칭으로 양쪽이 균형을 유지해야 넘어지지 않는다. 건강학적으로도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편향운동보다는 댄스처럼 좌우를 균형있게 사용하는 양향운동이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골프,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야구 등은 몸의 한 쪽을 주로 쓰는 운동이라 편향운동이다. 댄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은 양향 운동이다. 댄스스포츠는 거의 정확하게 왼발 오른발을 교대로 사용한다. 간단히 말하면 정확한
육상은 인간의 기본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육상경기의 기원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달리고, 높이 뛰고, 던지는 일련의 활동들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방어와 공격법이었을 것이다.이것이 점차 발전하여 경기로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의 제전 및 종교적 행사와 이러한 경기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식전행사의 일부로 달리기, 창던지기, 철구던지기 등의 종목이 행하여졌다. 스포츠로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BC 776년 그리스에서 제우스신을 숭배하기 위하여 시작된 고대 올림픽에서부
내일은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이다. 6월 21일에서 22일 무렵이면 북반구에서는 태양이 지구 위에 가장 높이 떠 있게 된다. 상대적으로 남반구에서는 낮이 가장 짧아서 겨울이 된다. 하지가 되면 지표면이 점점 뜨거워져 삼복 무렵이면 연중 가장 무더운 시기가 된다. 원대의 수시력(授時曆)에 따르면 하지 기간을 5일 단위로 나누어 '초후에는 사슴의 뿔이 빠지고, 중후가 되면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가 되면 반하(半夏)의 뿌리가 굵어진다'고 했다. 반하는 3장의 소엽이 맞붙어 한 장의 잎을 이루는 약초이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한테서 간혹 전화가 걸려온다. 단축 번호 1번에서 6번까지 저장해 놓고 아무 번호나 눌러도 보고 싶은 자식한테 닿는다. 어느 날, 그 전화가 내게로 왔다. 엄마는 먼저 “니가 누고?" 하고 묻더니 내 이름을 씹어먹듯 되뇌고 울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자다 깬 아이처럼 우셨다. 발단은 김치. 김치를 담가줘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엄마는 요양병원에 입원하시기 직전까지 김치를 담가 주셨다. 선천적으로 몸이 건강하지 못한 나는 엄마에게 유난히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런 내가 육식을 꺼리고 주야장
아랫어금니가 영 시원찮다. 밥을 먹을 때 씹기가 여간 불편스러운 게 아니다. 아무래도 단단히 탈이 난 모양인 듯하여 치과에 들렀다. 사진을 찍고 잇몸 치료를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개운치가 않다. 어금니는 아래윗니가 서로 맞부딪히며 음식을 먹게 도와주는 것이라 그중에서 하나만 탈이 나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다시 들린 치과에서는 치아 뿌리가 탈이 났으니 뽑고 임플란트를 하자고 권유한다. 선뜻 답을 못하고 생각을 좀 한 후 다시 오겠다며 나왔지만 무슨 수를 내긴 내야 할 모양이다. 수십 년을 사용했으니 어찌 온전하랴만 그렇다고
양양의 명소인 휴휴암休休菴에 왔다. 팔만 사천의 번뇌를 내려놓는다는 곳이라 며칠 쉼을 내세워 찾았다. 눈앞으로 펼쳐진 동해가 유월의 태양 아래 코발트 빛 윤슬로 바스러진다. 발이라도 담그면 금세 초록 물이 들 것 같아 해안으로 이어진 계단 길로 내려선다. 휴휴암은 연초마다 방생을 위한 불자들이 전국에서 모여든다. 그걸 증명하듯 바윗길에 물고기를 가두었던 수족관이 초록 이끼 띠를 두른 채 방치되고 있다. 옆에 물고기 먹이를 판다는 안내 글이 붙었고 모여드는 물고기 떼가 황어임을 알리는 현수막도 펄럭거린다. 발바닥을 닮았다는 바위 주변
"선생님, 교장 선생님께 이 꽃 사진 보내도 되나요?"본교 교장 선생님의 개인 휴대폰 번호는 모르는 학생이 없다. 처음에 이 사실을 알고 너무 신기해서 "응? 어떻게 교장 선생님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어?" 물어보니 작년에 교장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셨다고 했다. 본교 학생들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교 화단에 있는 꽃 사진을 교장 선생님께 보내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면 교장선생님께서 친절하게 꽃 이름과 설명을 덧붙여 답장을 보내주신다. 교장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보낸 꽃 사진을 예쁘게 인쇄하여 1층 현관에 전시해주시고, 이를
한 켤레의 구두*손택수 구두가 아니라 발을 벗어놓았다가죽은 발이 빠져나간 뒤에도 부르튼 발을 잊지 못하고 있다 해진 가죽 위에 앉은 먼지들은 소멸을 이야기하는 듯하다아마도 타박이는 저 먼지들이 체액에 젖은 구두 가죽 속으로 스며들어 까맣게 뭉친 빛을 내는 것이리라 바람도 눈보라도 들판도 가죽의 살갗 속으로 들어와 어느새 그들을 닮은 발을 바람벽처럼 안아주고 있는 것이리라 세족식이라도 하듯 지상으로 내려온 노을빛이무쇠솥에 데운 물처럼 발을 품어주고 있다 발톱이 돌조각 같았던 사람무덤구덩이 속처럼 컴컴한 구두에 발을 집어넣는다 발등 위
어느 순간 울산이 노잼이라는 단어가 꼬리처럼 따라다니는 불명예스러운 명찰이 하나 생겼다. 과연 이 용어가 정말 맞는지에 대한 의문은 울산에 정주하면서부터 들었던 것이다. 타 지역에는 없는 태화강국가정원의 아름다움과 도심내 시민의 휴식처인 울산대공원, 밤을 아름답게 비추는 산업단지의 야경, 지역내 어느 산에 올라가도 보이는 바다와 도심 그리고 산업단지의 풍경 등 문득 생각나는 것만 떠올려봐도 어느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필자는 태어나서 학업까지 타 도시에 있었지만 이러한 환경은 울산만의 자랑거리인 놀라운 도시와 어우러진 자연환
웃음 끝에 찾아 온 슬픈 안녕이여 팔도강산 굽이굽이 발로 밟는 그 세월이 얼마였소 조선 시대 보부상처럼 등짐지고 전국을 떠돌던 그 발끝으로 찾아가지 못한 곳은 북녘 하늘 밑 빼고 모두 다니지 않았소 대동여지도를 그렸던 김정호처럼 웃음의 대동여지도를 그리지 않았소 울고 웃게 했던 사람들의 인생사를 다독이는 그 구수한 웃음의 보따리를 오늘 여기 지차꽃 피는 6월의 그늘 아래 현충일 다음 다음 날 남겨 두고 떠나셨소 일요일 오후 전국 노래자랑 웃음의 장마당으로 열었는데 이젠 이 안녕 다음으로 열 전국노래자랑 장마당은 한 동안 가슴이 텅
우리 역사책을 읽다 보면 '호환마마'라는 말이 등장한다. 호환은 호랑이에게 물려죽거나 다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고 마마는 천연두를 뜻한다. 과거에는 이로 인한 피해가 극심했는데, 특히 한반도에 호랑이가 많이 살다보니 다양한 호랑이 관련 설화가 구전되어 내려왔고 우리 울산에서도 반구대 암각화에 호랑이 그림이 새겨져 있을 정도다. 이렇게 호랑이 때문에 피해가 크다 보니 조선시대에는 국가적으로 호랑이 사냥에 나섰고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사실상 한반도에서 야생 호랑이는 멸종됐다. 그런데 '호랑이가 없으면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떨어진다. 가느다랗고 힘이 없는 머리카락은 바람을 타고 방바닥에 떨어진다. 손가락으로 집어 휴지통에 넣는다. 요즘 더 횟수가 잦다. 그림책 '방바닥으로 떨어진 머리카락이'에서 루시도 나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루시에게서 떨어진 머리카락은 안절부절이다.루시와 함께 하기 위해 온몸을 비틀며 자신을 어필한다. 루시가 좋아하는 꽃 옆에 있고 싶고 언젠가 책갈피가 되어 일기장에 같이 있었던 것도 그리워한다. 드디어 이토록 애쓰는 머리카락을 루시가 발견하고는 웃는다. 하지만 안심하는 순간, 루시가 머리
겨울철에 서울 탑골 공원 근처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간 적이 있다. 하나 같이 검정색 옷에 허름해 보였다. 검정색 옷은 때가 타도 안 보이기 때문에 검정색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날씨까지 추워서 두툼한 검정 옷이 마치 특수 집단처럼 보였다. 노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튀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보이려 하는 것이다. 비단 노인들만 그런 건 아니지만, 노인들 세대에서는 그렇게 지내왔다. 그래서 옷을 고르는 취향이 비슷하다. 무채색 옷이거나 기껏해야 잔잔한 체크무늬 옷들이 많다. 한번은 일행 모두가 비슷한
박미라 작가는 스스로를 '도시의 산책자'라 칭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이면에 숨겨진 검은 그림자들을 들추어 기록한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작가는 도시의 작은 틈새의 변화를 감지하고 조사한다. 도시의 이면을 찾아다니던 작가는 '싱크홀'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래빗홀(토끼굴)을 연결지어 가상의 이야기를 만든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보편적인 혼돈의 감정들을 구멍이라는 대상을 통해 상징과 은유로 표현하는데 이러한 은유성과 함축성은 마치 한 편의 시(詩)와 닮아 있기도
코로나로 3년 간 나들이를 할 수 없었으므로 가까운 마을 근처만 걸어 다녔다. 이제 관광버스를 타고 전국의 명승지를 찾아갈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최근 주택가에도 김밥 전문점이 많이 들어섰다. 가까운 산이나 들로 나갈 때면 김밥을 준비한다. 김밥 속에 빠져서는 안 되는 식재료가 바로 단무지 아닌가. 이름만으로도 단맛이 나는 무장아찌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단무지. 우리말로 이처럼 적절한 명사도 흔치 않을 듯하다. 단무지를 생각하면 먼저 가난을 떠올리게 된다. 지난 날 학창시절에는 자장면 한 그릇에 단무지 몇 조
발가락이 부러졌다. 새끼발가락이다. 그 작은 발가락이 부러졌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형외과 의사는 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엔 반깁스를 해줬다. 반깁스는 발과 다리 모양의 부목을 압박붕대로 감기에 어느 정도 여유가 느껴져서 움직일 때 불안이 덜했다. 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는 날씨에 발바닥에 땀이 나 힘들었고, 조금 움직이고 나면 발이 화끈거리고 아렸다.일주일이 지나 정기검진차 병원에 갔더니, 엑스레이 화면을 보던 의사는 통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다. 통깁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없어도 반깁스보다 강도가 높을 거라
대선도 지방선거도 끝이 났습니다. 수차례 선거를 경험했지만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여전한 선거판이 신기하고 변화와 혁신의 결과는 그놈이 그놈을 낳기도 합니다. 정치에 소신이 있고 뜻한 바가 있는 사람과 어쩌다 보니 등 떠밀려 나온 사람이 다 정치꾼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한결같이 바라는 권선징악(勸善懲惡)과 살아있는 정의(定義)를 위해 누군가는 열심히 뛰어주리라 믿습니다. 급변하는 시스템에도 우리 뜨거운 사람은 한 걸음 한 걸음 우직하게 나가주리라고. 재미없는 선거 이야기는 저 뒤로 두고 촉촉하게 젖어 드는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전국체전의 역사는 백 년이 넘었다.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전국체전은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함께 했다. 식민지 민족의 울분을 전국체전으로 풀어냈으며, 해방과 광복의 기쁨도 전국체전이 함께 했다. 전쟁과 가난, 산업화와 민주화 속에서도 전국체전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다.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월드컵 개최의 밑거름도 전국체전이었다. 전국체전은 단순히 스포츠에 전념하는 선수와 지도자만의 잔치가 아닌 국민의 축제였다. 전국체전을 통해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스포츠 강국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선수의 발굴과 육성 못
억새 요양원 이영필 흰 억새 머리칼을 쓸어 넘긴 바람 손이숨차 오른 고갯마루 옷고름 휘날린다한 때는 들꽃 향기에 취해 살던 날인데창 없는 창밖에서 햇살을 만지다가낯선 이 마주하고 꺾인 허리 다독일 때명치끝 불빛을 쏘며달려가는 구급차고려 땐 지게에다 부모 지고 산에 갔고지금은 승용차로 요양원 모셔간다그나마 언덕 삶인 난해도 보고 달도 보는모두가 다짐한다 안 아프고 살아가길눈물도 말라붙은 저문 해 수발 앞에한 생을 유모차에다 느릿느릿 미는 가을 △ 이영필 시조시인: 199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시조 당선, 시조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