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복은 그 길로 영영 각동마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영월 군수가 임영복의 또 다른 재주를 실험해 보았는데 돌팔매질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호박돌은 주먹으로 내리쳐 부수었다. 임영복은 사흘간 영월 관아에 머물다 관리를 따라 한양으로 올라갔다. 영월 군수는 한 장의 서찰을 써서 관리에게 딸려 보냈다. 임영복이 도착한 곳은 한양의 한 대감집이었다. 한 대감은 영월 군수가 보낸 서찰을 읽어보고 임영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영월에서 온 임영복이냐?" "그렇습니다." 임영복은 한 대감이란 자의 얼
지난 7월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 제80차 회의에서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8년 배출량보다 최소 20%까지 줄이고, 2040년까지 최소 70%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한다는 2023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채택했다. 국제적으로 지구온난화가 큰 화두로 떠오르면서 선박 대기 및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선박 배출가스 규제에 대해 친환경 연료 선박으로 교체하거나 후처리 설비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글로벌 선사들은 신규 선박 발주 시 LNG추진선박 도입
서찰을 다 읽고 난 상왕의 얼굴엔 화기가 비쳤다. 마치 깜깜한 어둠 속에서 호롱 불빛을 발견한 사람 같았다. "이것이 정녕 대군께서 보낸 것이란 말인가?" 상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재차 물었다. "대군께선 잠시도 전하를 잊지 않고 계십니다. 전하께서 참고 견디시면 반드시 밝은 날이 올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 대군께서 순흥에서 일을 도모하고 계신다 하니 내가 이 수모를 견디어야 하지 않겠소. 대군만 믿고 있겠다고 가서 이르시오. 이곳에서 순흥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오?" "네, 전하. 큰 령을 하나 넘으면 바로 순흥으로 팔
울산 출신 아동문학가 서덕출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아동문학가에게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제정된 서덕출문학상이 올해로 17회째를 맞았다. 서덕출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 사이에 발간된 아동문학 작품집을 대상으로 공모를 시작했다. 공모와 함께 투고 또는 추천을 받은 결과 전국에서 모두 40여편의 작품이 응모됐다. 이후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정하고 심도있는 심사를 거쳐 제17회 서덕출문학상 수상자로 '모든 순간이 별'을 펴낸 장세정 씨가 선정됐다. 올해의 심사평과 당선 소감, 주요작품을 소개한다. 편집
'제17회 서덕출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장세정 시인을 축하하기 위해 시상식에는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박도문 대원그룹 회장, 이상봉 BNK경남은행 울산영업본부 부행장, 이희석 울산예총회장, 장세련 울산아동문인협회장, 이시향 울산아동문학회장과 회원, 서덕출 선생 유가족 등 각계 내빈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17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시상, 축하인사 순으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의 이모저모를 담았다. 식전 행사로 무대에 오른 '벨라 앙상블'은 서덕출 선생의 노래 '눈꽃송이', 오버 더 레인보우, 캐럴 메들리 등 따뜻한 클래
이선달은 포고문을 읽고 상왕께서 분명히 청령포에 와 계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만나는 자는 반역자로 처벌한다고 하지만 그런 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슴 한가운데서 분기 같은 것이 치밀어 올랐다. 옆 남자에게 마을 사람들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물어보았다. 남자는 이선달의 행색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혀를 끌끌 찼다. "허허. 외지에서 오신 모양이구려. 지금 여기는 난리가 났다오." "난리라니요?" "아직 모르시는 모양이구려. 상왕 전하께서 이곳으로 귀양을 오셨답니다. 물 건너 청령포에 계시는데 고을 사람들이 모두 그곳으로 몰려
어느덧 밤은 깊어 흥청망청 떠들며 마시던 무리도 잠자리로 찾아 들어갔다. 남대 주막거리는 달빛만 무심하고 소백산 자락에서 부엉이 울음소리만 서글프게 밤공기를 울렸다. 이선달은 소운이 자기 팔에 머리를 괴고 곤히 잠든 모습을 내려다보며 가벼운 한숨을 지었다. 어쩌면 갈 곳 없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소운의 운명이 이 나라의 운명과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선달이 잠깐 눈을 붙이고 나니 새벽닭이 울었다. 여전히 이마와 팔목의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마의 통증은 더 심해진 것 같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니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소운은 이선달의 허락이 떨어지자 방 안으로 들어와 개다리소반을 내려놓았다. 소반 위에는 간단한 안주와 탁주 한 병이 올라 있었다. 소운은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잔 두 개에 술을 따랐다. "오라버니 한 잔 드시어요." 이선달은 아무 대꾸도 없이 소운이 따른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소운도 이미 취기가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의 잔을 말끔하게 비웠다. "얘기해 보아라.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얘기를 어디다 대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소운은 입을 떼기가 무척 어려운 듯 쭈뼛거리다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손등으로 닦
"그럼 캐어 놓은 산삼은 한 뿌리도 남김없이 내어 오너라. 다 네놈들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니 그런 줄 알아라." 털보가 다시 산채로 쪼르르 달려가 삼베 보자기에 싼 바구니를 들고 나왔다. 대장이 보자기를 풀어보라고 시켰다. 털보가 바닥에 내려놓고 보자기를 풀고 바구니 뚜껑을 열었다. 덮어놓은 수태를 걷어내자 사구삼 한 뿌리와 오구삼 한 뿌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소백산 산삼이로구나." 대장은 군사 한 명을 시켜 산삼 바구니를 챙기게 했다. "이것으로는 안 되겠다. 이번 보름까지 마구령 입구의 주막집에 육구
그러나 대장이 지시받은 임무는 사체를 인수해 오는 것과 김장복이란 자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이보흠은 오히려 영웅심에 대장이 일을 그르칠까 신신당부를 했다. "우리 군사들은 물론이지만, 저쪽 사람들도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해결하게. 단단히 알아듣게나. 아무도 다쳐서는 안 되는 것이네." "네, 알겠습니다." 대장은 이보흠의 지시를 생각하곤 빙그레 혼자 웃음을 웃었다. "단단히 알아들었으면 천천히 나를 따라 오너라." 대장은 행렬의 맨 앞에 서서 산채 마당으로 들어갔다. 군사들은 바짝 긴장하여 무기를 잡은 손에 땀이 맺혔다. 그나마 앞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새롭게 구성된 울산신문 제10기 독자권익위원회가 출범했다. 독자권익위원회는 23일 본사 사장실에서 열린 위촉식을 겸한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제10기 독자권익위원회는 학계와 경제, 법조, 문화예술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사들로 구성했다. 김남규 서경플러스종건 대표,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 김순경 법무사, 김유희 울산사립유치원회장, 신언환 울산과학대 평생교육원 원장, 이상민 한국타이어북울산㈜ 대표, 이현진 울산세무회계 대표세무사, 주한경 화가(前 울산미협 회장)
안흥선의 의심은 그냥 의심으로 끝나지 않았다. 부인과의 잠자리가 예전과는 너무 확연하게 바뀌었다. 전에는 행위 중에 나무토막처럼 누워 있기만 하던 예천 댁이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횟수가 지날수록 몸짓은 더욱 격렬해지고 신음은 더 높아갔다. 안흥선은 부인과의 잠자리가 즐거워졌는데도 정체 모를 불안감이 뒷머리를 내리누르는 기분이었다. 예천 댁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자 안흥선의 속마음은 야철로의 쇳물처럼 부글부글 끓었다. 부인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매질이라도 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안흥선은 손짓으로 밖에 서 있는 관노를 물려줄 것을 청했다. 이보흠은 안흥선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다. 갑작스레 자신을 해코지할 그런 인물은 아니었다. 안흥선이 살림도 넉넉하고 관에서 시키는 일엔 적극 협조를 하는 원만한 성품의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만 물러가 보아라." 이보흠은 관노를 뒤로 물렸다. 밖에 사람이 물러간 것을 확인한 안흥선은 품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었다. "이거 변변치는 않지만 조그만 성의니 받아주십시오." "아.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냥 찾아오시지 뭘 이런 걸 들고 오시었소." 이보흠이 주머니 안에
한명회가 자신을 순흥 부사로 보낼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 노산군으로 강봉 된 상왕을 영월로 보낸 걸 보면 답은 나와 있었다. 금성대군의 일거수일투족을 한양으로 보고해 올리는 것이 자신의 임무였다. 원래는 마구령에 나타난 새 두목의 사건도 자신이 손을 쓰기 전에 보고를 먼저 하는 게 맞는 일이었다. 그러나 직접 부딪쳐 볼 요령으로 군사를 올려보내려는 것이었다. 직접 부딪쳐보면 새로 온 두목이라는 놈의 정체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대감 꼭 좀 도와주시오. 상왕의 나이 이제 열일곱이오. 삼촌이라는 자가 왕위를 뺏은 것으
병방은 물러 나와 바로 군사를 대기시켰다. 되도록 걸음이 빠르고 활을 잘 쏘는 궁수로 열 명을 뽑았다. 근접전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병방의 생각에는 산적들의 숫자가 얼마인지는 모르나 수십 명 정도는 궁수 열 명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산적들이야 제대로 무술을 연마하지도 않은 오합지졸일테니 토끼몰이식으로 몰아붙이면 될 것 같았다. 병방은 오히려 나들이를 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이보흠이 퇴청하여 관사에서 저녁을 마치고 느긋하게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관노가 나지
장꾼들이 남대 주막거리에서 흥청망청 술독에 빠져 있을 때 순흥부에서는 난리가 났다. 한 여인이 올망졸망한 아이들 셋을 데리고 순흥 관아를 찾아와 대성통곡을 했다. 어제 마구령을 넘다 산적에게 붙들려 맞아 죽은 남자의 부인이었다. 아이 셋도 제 어미가 대성통곡을 하자 덩달아 울음보를 터뜨렸다. 그 바람에 순흥 관아는 숫제 난리가 난 것 같았다. 여인은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몸부림을 치며 울었다. 순흥 부사 이보흠은 갑자기 벌어진 일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구잡이로 울어대는 여인에게 봉변이라도 당할까봐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이
정신없이 칼을 휘두르던 이선달이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숨소리가 제법 거칠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칼춤만 추고 있을 텐가?" 노각수가 빙긋 웃기까지 하며 농 비슷하게 말을 던졌다. 이선달은 놀리는 듯한 상대의 말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체면치레하다가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비굴하게라도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한 것이다. 의리나 명분을 앞세워 목숨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 덕분에 계유년의 정난에도 살아남은 이선달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목숨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오늘 대결은 이것으로 끝을 냈으면 싶은데
울산신문이 주최·주관하고 울산시 중구가 후원한 '2023 울산경상좌도 병영성 걷기 대회'가 지난 11일 오전 시민 9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펼쳐졌다.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에서 출발해 병영성 북문지와 서문지, 병영초, 외솔기념관, 동문지를 거쳐 행사장으로 돌아오는 3km 구간을 따라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대회 후 폴리텍대 운동장으로 돌아온 시민들은 발 마사지 체험과 문화공연, 푸짐한 경품 추첨 등 이벤트에 흥겨운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는 병영성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주민 화합을
이선달이 칼을 뽑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최후의 수단이 아니면 칼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어지간한 상대는 이선달의 발차기에 명치나 부샅을 차이면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주먹으로 상대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아주 하수들에게나 사용했다. 이선달의 발차기 특징은 현란한 몸놀림에 있었다. 남사당패에서 줄타기를 배웠던 이선달은 몸의 균형을 잡는데 남다를 재주가 있었다. 공중발차기를 할 때는 한 마리의 제비가 공중에서 재주를 부리는 것 같았다. 이선달을 상대로 붙어본 적들은 공격의 거리와 방향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정면을 공격하
"아이구 아퍼. 좀 천천히 해. 몇 달 굶은 사람 같아." 색시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산꾼은 부지런히 방아질을 해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정을 하자 너무 허무한 생각이 들어 양물을 빼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아니 뭐해? 벌써 끝났어? 끝났으면 내려와." 색시는 숫제 반말이었다. 산꾼은 개의치 않고 바지를 추스른 뒤 밥과 술을 시켰다. 밥상이 들어오자 색시는 자리를 뜨려 했다. 산꾼은 일어나는 색시의 손목을 잡아 앉혔다. "가긴 어딜 가? 넌 나하고만 놀아야 해." "뒷물은 하고 와야 할 거 아냐." 산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