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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풍경을 자랑하는 곳 중 하나가 북구 신명동과 그 인근으로 펼쳐져 있는 정자해변이다. 정자해변에는 새알같이 둥글고 작은 까만 몽돌이 깔려있고, 바위섬과 어우러진 옥빛과 쫓빛의 바닷물 빛깔과 풍경이 일품인 곳이다. 정자해변은 울주군 간절곶과 함께 울산시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해안 관광지다. 해변을 따라 바다를 보며 차로 이동하다보면 남쪽으로는 울산 12경 중의 하나라고 불리는 주전해수욕장이, 북쪽으로 달리면 경주 감포 바다에 닿게 된다. 울산에서 경주까지 이어지는 구간의 해안도로의 주변 풍광도 아름다워 드라이브를 즐기려 찾는 사람도 많다.
 1990년대 말에 하나 둘 2차선 해안도로 양쪽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음식점과 레스토랑, 카페로 정자해변은 데이트 명소로도 꼽힌다.

 

   
 

 

# 이국적인 외양 인기 2000년대 초 성업
정자해변은 울산의 대표적인 새해 첫 해맞이 장소다. 청정한 바다와 몽돌 등 천혜의 자연조건과 뛰어난 접근성은 이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이 사랑받는 이유다. 이곳은 바닷가 군데군데 가로수로 해송이 심어져 있으며, 까만 밤같은 자갈밭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뤄 연인은 물론 가족단위의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다.

 밤 풍경은 더욱 멋지다. 이국적인 외양의 레스토랑이 해변의 도로를 따라 아름다운 조명빛을 발해 동화 속 나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곳에 레스토랑이 들어선 것은 지난 1995년으로 현재 향(香)이 들어서 있는 곳에 '캐나다 하우스'가 들어서면서다. 이후 1998년 오페라, 시드니, 제이드, 윌 등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서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현재 정자해변에는 7곳의 레스토랑이 성업 중이다.

 정자 레스토랑 거리가 형성된 시기는 삼산과 달동에 상권이 생기기 전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외식을 즐길 장소가 많지 않던 울산시민들은 이곳을 자주 찾았다.
 정자 레스토랑거리가 가장 번성했던 시기는 2000년 밀레니엄 해맞이 축제가 개최됐던 즈음이다. 당시에는 간절곶보다는 정자해변이 해맞이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었고, 울산의 대표 해맞이 장소이기도 했다. 정자 레스토랑거리는 2000년대 초기 예약를 하지 않으면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민들의 인기를 얻었다.

 

# 라이브 카페부터 커피전문점까지

처음 레스토랑이 들어설 당시에는 라이브 카페 붐이 일면서 몇몇 레스토랑에서 통기타 연주를 곁들였고, 라이브 시간이 되면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후 MP3 플레이어 등 음악을 접하는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라이브 카페도 차츰 사라졌다. 지금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없다.
 삼산·달동 상권이 생기기 시작하고 이곳에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베니건스, 마르쉐 등의 패밀리레스토랑과 뷔페 등이 들어서면서 정자 레스토랑 거리도 타격을 받았다.

 양식의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이곳 레스토랑의 음식도 변화했다. 무거운 프랑스 정식에서 파스타 등 가벼운 이탈리아 음식이 유행을 하고, 레스토랑의 메뉴 역시 미국식, 멕시코식, 이탈리아식 등 외식 트렌드에 따라 메뉴를 변화했다. 현재는 커피전문점이 유행하면서 레스토랑에서도 바리스타를 통해 전문적인 커피는 내놓기도 하고, 한 두 군데 커피점도 생겼다.

 이제는 울산 곳곳에 많은 수의 레스토랑이 생겨 양식을 먹기 위해 굳이 정자 레스토랑을 찾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도 평일 낮에는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바다를 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주말이면 가족 단위의 고객으로 레스토랑이 가득 찬다.
 정자레스토랑거리는 여전히 크리스마스나 수능 등 특별한 날이 되면 울산시민들이 바다와 함께 식사를 즐길 수 특별한 곳이다.

 

   
 

 

# 여름 이색풍경…강동권 개발계획에 큰 위기
정자해변은 여름에 수도권이나 타 지역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그렇다보니 이곳 레스토랑 거리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바로 해수욕을 즐긴 관광객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모습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비키니에 비치 타올만 두른 여성 해수욕 관광객이 식사나 차를 마시러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그러한 광경을 쉽게 볼 수 없는 울산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지고, 시선이 쏠리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지난 2003년 정자 레스토랑 거리는 강동권 개발 계획이 나오면서 큰 위기를 겪었다. 레스토랑 철거 계획이 나왔기 때문이다. 친목도모 등의 활동을 위주로 운영되던 상가번영회는 철거계획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보존가치가 있는 곳은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져 7곳의 레스토랑은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 새로운 관광명소 가능성

사실 바다와 인접해 있고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사실만 가지고는 정자 레스토랑 거리가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볼거리, 즐길거리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희망을 걸만한 가능성은 있다. 북구청이 강동권 개발 계획에 따라 정자해변에 고래테마 박물관, 아쿠아리움, 자동차박물관, 콘도와 워터파크가 결합한 트리핑리조트 등의 설립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왕복 2차선의 해안 도로는 차선 3개에 차도 양쪽으로 보행로를 하나씩 만들어 걷기 좋은, 보행자를 고려한 장소로 만들 계획이다.

 주상절리, 몽돌이 깔린 해변, 바다 경관을 즐기며 달릴 수 있는 해변도로 등 멋진 요소를 갖고 있는 정자 레스토랑 거리가 볼거리마저 풍부한 곳이 된다면 전국에서 손꼽히는 관광명소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보람기자 usybr@ulsanpress.net

 

 

[김여관 오페라 레스토랑 대표 인터뷰] "음식과 함께 낭만 선사"

 

   
▲ '오페라' 김여관 사장은 레스토랑 개점 이유를 "정자 해변의 아름다움에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정한 바다와 몽돌 등 천혜의 자연조건은 무한 경쟁력이지만 볼거리가 있다면 사람들이 좀 더 찾는 이유가 될 수 있겠죠"
 정자 레스토랑 거리의 대표 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는 오페라 레스토랑은 1998년에 개점했다. 오페라 레스토랑의 김여관(54) 대표는 지금의 정자 레스토랑 거리에 레스토랑을 개점할 마음을 먹은 건 정자해변 자연 그대로의 바다, 그 아름다움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멋진 바다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즐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레스토랑 건물 설계부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아름다운 바다를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레스토랑 벽 3면을 통유리로 했죠. 저희 집은 바다조망권이 끝내주는 곳입니다"

 김여관 대표는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에게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자 해변의 정서를 제공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김 대표가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을 위해 들이는 노력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레스토랑을 개업한 뒤 그는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고, 커피문화가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손님들에게 품격있고 제대로된 커피를 대접하기 위해 바리스타 2급 자격증도 땄다.
 그는 젤 처음 들어섰던 캐나다 레스토랑 등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비슷한 업종이 모인 곳을 찾기 마련이죠. 정자 레스토랑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의 경쟁상대는 이웃집이 아니라 전국입니다. 전국에서 제일가는 관광명소가 되려면 현재 위치한 레스토랑이 모두 잘되야 하지 않겠어요?"

경쟁상대는 이웃집 아닌 전국 '최고의 관광 명소'로
스치는 곳 아닌 볼거리 개발해 머물다 갔으면


 그는 울산에 산업시찰을 온 많은 사람들이 산업 시찰 후 경주에서 숙박을 하는 점 역시 아쉽다고 했다. 울산에서 산업 시찰을 한 사람들이 경주가 아닌 멋진 바다를 가진 정자에서 음식을 먹고, 숙박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볼거리 등의 이벤트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북구와 울산시가 나서 정자해변을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자해변은 또 그러한 가능성을 가진 곳이기도 하구요. 아쿠아리움, 자동차박물관 등 볼거리나 이벤트를 만들어 제공한다면 관광객들이 이곳을 좀 더 찾는 이유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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