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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세상의 기운들이 휩쓸곤 했다.
불상의 목이 달아나고 손과 발을 잃어버린  시간들이 아득했다.
하늘을 이고서지 못한 탑의 누운 세월은 길고도 어두웠다.
남산에는 부처 아닌 돌이 없었다.
흩어진 돌들이 불두였고, 탑신의 귀퉁이였다.
산 전체가 불국토였다.
쓰러진 것들 위로 풀들이 자랐고 나무가 뿌리를 내렸다.
천년의 시간을 지나 부처의 나라로 간다.
경주 남산이다.
그 길은 한사람의 생애를 만나러 가는 길이기도 하다.
끓는 청춘의 피를 어쩌지 못한 불우한 삶이었다.
바람은 차고 햇살은 종잇장처럼 얇았다.
가끔씩 산의 날숨이 계곡을 쓸고 내려왔다. 가슴마저 서늘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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