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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곤 재경울산향우회 회장은 "향우회 활성화를 위해 젊은 층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며 "기존 향우회 회원들과 젊은 친구들과 힘을 합쳐 서울과 울산을 잇는 교량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재경울산향우회는 새로운 회장을 선출했다. 제7대 향우회장을 맡게된 박준곤 신임회장(65·㈜다나코리아 대표)은 "울산시와 향후회가 잘 협력해 고향발전에 도움이 되는 교량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향우회에 젊은세대의 참여가 저조한 데 대해 우려의 입장을 전하면서도,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옛말처럼 결국엔 울산을 통해 모두가 함께 호흡하게 될 것"이라며 말했다.
아울러 "향우회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금 향우회에 참여하지 않는 울산인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닌 함께 하는 향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우회의 활성화를 위해 한살이라도 젊은 사람에게 회장직을 맡겼다고들 한다"면서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김이현 전 회장과 7년 차이가 나니 향우회가 파격적으로 7년이 젊어진 것 아니냐"고 농을 던지며 웃음을 보였다. 박 회장은 "먼저 젊은 층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있다"면서 "기존 향우회와 젊은층, 서울과 울산을 잇는 '교량'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우회는 읍·면·동, 학교 단위의 모임들이 모여 하나가 된 것으로 향우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이들 모임 하나하나를 활성화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울산학사 건립은 고향을 위한 일
박준곤 회장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힘을 맞춰 울산학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울산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느냐"면서 울산학사 건립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울산학사는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울산 학생이 생활할 기숙사로, 최근 울산시와 교육청, 시의회 등이 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955년부터 1980년까지 약 25년간 운영되며 울산 출신 인재양성의 산실로 군림했던 '동천학사'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울산의 인재를 스스로 키워 내겠다는 애향심의 발로라 할 수 있는 동천학사는 기업인이자 정치인인 울산 출신의 故 정해영 선생이 인재를 키워 지역과 국가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설립한 기숙사다. 이곳을 거쳐 간 인재만 500여명이 넘고, 재경인사의 70~80%가 동천학사 출신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동천학사는 울산에서 학업을 위해 서울로 온 학생들이 당시 하숙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숙식을 해결하게 하며 큰 도움을 줬다"면서 "지역의 인재가 한 곳에 모여 공부하며 생활하다보니 고향에 대한 애정 또한 커질 수밖에 없었다"며 울산학사 건립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 회장은 서울에 홀로 상경해 하숙, 자취 등을 하며 외롭게 타지생활을 하던 생활을 떠올리며, "동천학사에서 생활하지는 않았지만, 이따금씩 그곳에서 친구와 고향 동문을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외로운 타지생활에서 그에게 큰 힘이 됐다"며 "많은 분들이 동천학사의 혜택을 받았으니 이제는 그분들이 다시 참여해 도움을 줘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향우회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논의해 나갈 것"이라면서 "재경향우회 사무국과 울산시 서울사무소도 한 곳에 모여 생활한다면 울산 발전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향우회는 고향에 대한 애정의 산물
박 회장은 "처음 상경했을 때만 해도 전철에서 사투리만 써도 다들 쳐다볼 정도로 동향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면서 "객지 생활을 하니 다들 고향이 그리워졌고, 자연스레 동문회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시작은 제일중학교 동문회였다.

 제일중학교는 당시 학년마다 6반씩 한 학년이 360명에 이를 정도로 동부경남에서 내로라하는 학교 중 하나였는데, 유력인사들이 많이 배출되며 자연스레 재경동문회가 제일 먼저 생겨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호 전 내무부 장관(1회), 안우만 전 법무부장관(2회), 차수명 전 국회의원(4회)  ㈜아티포트 회장 김이현 전 향우회장(4회), 한나라당 최병국(6회)·정갑윤(15회) 의원, 심완구 전 울산시장(4회), 박맹우 울산시장(16회) 등이 모두 제일중학교 출신이다.

 제일중학교 동창회는 1년에 1번씩 '왕생이들'이라는 소식지를 발간하고 있는데, 6년전 박 회장이 동창회장을 맡고 있을 당시 창간한 것이다. 제일중 교가에 나오는 왕생이들은 '왕이 태어날 들판'이라는 뜻으로, 태화강 너머의 넓은 들판을 지칭하는 말이다.

 재경울산향우들이 발간하던 소식지로 '울맥'이라는 잡지가 있었지만, 끊어진지 벌써 15년이 됐다. 울맥은 출향인사 가운데 학계와 공무원, 경제계 인사가 많은 탓에 글을 쓰는 사람도 많아 '문집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해 100페이지에 가까운 인쇄물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일부에서 재경향우회의 소식지 재발행의 필요성을 얘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지금도 잊지못할 공업탑 기공식
박 회장은 인터뷰 중에 1962년에 있었던 공업센터 기공식 당시의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들려주며 옛 기억을 추억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중학교 3학년으로, 졸업식을 앞두고 기공식에 일종의 박수부대로 동원됐었다"면서 "지금에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지만, 시골 울산에서 봤던 해병대의 사열하는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면서 당시를 회고했다. 또, "기공식에는 박정희 육군대장과 장도영 육군참모총장 등 별들로 정신없었다"면서 "별이 100개는 됐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박 회장은 1972년 정훈참모부 교관으로 복무한 군 생활에 대해 얘기하며 자신을 '10월 유신의 앞잡이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전방GP를 돌며 정훈교육을 하다 호출을 받고 포천으로 갔더니 책 한권과 매직, 종이를 주며 다음날 브리핑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숙소에 와서 보니 그게 바로 '10월 유신'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책 안에 담긴 '100억불 수출, 1,000불 소득'이라는 10월 유신 구호와 빨간 양옥집에 집집마다 자가용을 모는 미래 청사진을 보며 나조차도 그 내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다음날 브리핑을 하게 됐고, 결국 우리는 유례없는 성장으로 이를 이뤄냈으니 대단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30여년 뚝심의 상경기
박준곤 향우회장은 지난 1947년 울산 중구 복산동에서 태어나, 복산초교, 울산제일중, 울산고를 나왔다. 1962년 홀로 서울로 올라온 그는 삼성석유화학 울산 총괄과장으로 1978년부터 1985년까지 7년간 울산에서 근무하며 고향과 연을 다시 이어갔다.

 이후 제일제당 제약사업본부, 삼성종합화학, 한솔제지, 한솔전자를 거쳐 1997년부터 6년간 ㈜동남합성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후 2003년 지금의 다나코리아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직전까지 향우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했다.

 박 회장이 경영하는 다나코리아는 국내 유일의 냄새 없는 포르말린 생산·판매 업체다. 일명'마스크 포르말린'이다. 포르말린은 악취가 심하기로 유명한데, 그 원인인 기화(액체가 열에너지를 흡수해 기체로 변하는 현상)를 차단해 냄새의 근원을 제거한 것이다.

 포르말린은 포름알데히드의 37% 전후 수용액을 일컫는 말로,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무색투명한 액체로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새집증후군의 원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미군들이 하수도에 포르말린을 버렸다느니 양식장에 뿌려지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포르말린은 멸균제, 방부제로서의 역할을 하며 실생활에서 접착제를 비롯해 일상생활에서 함유된 물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조직검사나 대학병원의 해부학 실습을 할 때 시체의 부식을 막기 위해 사용된다. 20ℓ의 포르말린을 시체에 주입하면 1년 이상도 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나코리아의 포르말린은 인체의 악영향과 악취를 피하기 위해 의학계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높은 가격 탓에 대부분은 일반 포르말린을 이용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의사들의 입소문으로 인해 특별히 영업을 할 필요가 없다며 너털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 중간 중간에도 천안 단국대병원 등으로부터 주문전화가 걸려왔다.   글·사진= 이진호기자 zami@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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