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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절곶 등대카페촌'은 밤바다의 야경을 보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커피 한잔, 주인의 푸근한 인심을 더한 과자와 따뜻한 난로, 담요, 한켠에 쌓인 뗄감용 장작이 한 층 더 분위기를 더해 손님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등대가 비추는 바다·야경보며'커피한잔'
 따뜻한 난로·땔감용 장작이 분위기 더해
'욕망의 불꽃'촬영지 주변 밀집돼 입소문
 불법건축 이유 한 두번씩 철거아픔 겪기도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기도 해 연말연시 명소로 자리잡은 간절곶. 정확하게는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은 함경도 두만강 하구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는 독도이고, 육지를 기준으로 하면 간절곶이다. 하지만 간절곶은 '울산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는 울산읍지의 기록처럼 매년 새해 첫 날이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해맞이를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 해맞이 말고도 유명한 게 몇 가지 더 있다. 높이 5m, 무게 7톤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높이를 자랑하는 '소망우체통', 최근에 건립된 드라마 '욕망의 불꽃' 세트장, 포장마차 카페가 밀집한 '등대카페촌'.
 해안길을 따라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등대카페촌'은 몽마르뜨, 솜사탕, 인어공쥬, 바위소리 등 앙증맞은 이름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아기자기한 외양은 머물다 가라며 발길을 붙든다. 포장카페에 들어서면 따뜻한 난로와 담요, 한 켠에 쌓인 뗄감용 장작이 한 층더 분위기를 더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주인의 푸근한 인심이 전해지는 비스켓, 쌀과자 등 과자접시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포장마차로 만들어져 더욱 특색있는 '간절곶 등대카페촌'은 하얀색 등대가 바다 저멀리 길을 비추는 밤바다의 야경을 보며 커피 한 잔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신선한 커피원두로 직접 핸드드립해 내려주는 커피맛은 일품이다.

 

 

#우리네 이야기를 담은 곳

간절곶은 동해 먼바다를 항해하는 어부들이 동북이나 서남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긴 간짓대(긴대로 만든 장대)처럼 보인다고 해 붙여진 지명이다.
 간절곶에는 동해의 짙푸름을 배경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암석도 일품이지만,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해안길도 멋지다. 간절곶을 따라 펼쳐진 3.6km길은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해안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곳에 설치된 많은 조형물도 바다의 낭만을 더하고 있다. 등대가 있는 정원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로도스섬에 세워진 36m 높이의 청동상, 태양의 신 핼리오스의 형상의 축소모형을 세워놔 그리스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신라 충신 박제상의 부인과 두 딸이 치술령에 올라 애절하게 남편을 그리워 하던 마음과 출어한 어부의 무사귀향을 비는 가족들의 마음을 담은 모녀상, 새천년을 기념해 세운 새천년 기념비, 울산대학교에서 기증한 미술조각품 등도 간절곶의 바다와 어우러져 멋스러움을 더한다.

 원래 간절곶의 카페촌은 소망우체통이 있는 길을 따라 위치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테이크 아웃을 해 앞에 놓인 한두 개의 탁자에서 커피를 마시는 정도였다.
 길과 맞닿은 곳 길카페 벽면에는 각 업주의 개성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과 시 등을 담은 간판이 세워져 있었고, 길따라 줄지어선 이들의 간판은 또 하나의 볼거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주차공간 부족, 교통체증 등의 민원 및 불법건축물 등을 이유로 철거되며 간절곶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지기에 이르렀다.

 이후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간절곶에 포장카페촌을 다시 만들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고, 철거한 지 6개월여 시간이 흐른 뒤 지난 2009년 5월 지금의 자리에 터잡게 됐다.
 몽마르뜨, 복금카페, 바위소리, 미소 등 4곳이 지금의 자리로 옮기며 등대카페촌이라는 입간판도 세우고 지금의 형태로 만들어 영업을 하자 한 곳 두 곳 늘기 시작해, 현재 16개의 포장카페가 성업 중이다.
 몽마르뜨 대표 최해숙씨는 이곳 등대카페촌이 '돈의 많고 적음,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누구에게나 추억이 되는 장소, 사람냄새가 나는 장소'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많은 연인들이 이곳에서 서로의 기념일이나 생일을 기념하며 데이트를 즐기기도 하고, 노부부는 정답게 손잡고 와 바다풍경을 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또 친구, 가족과 함께 소소한 추억을 쌓는 등 이곳 등대카페촌은 우리네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자리를 옮겨 안정적인 모습을 취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등대카페촌 업주들은 일년에 한 두번 가량 철거를 했다 다시 설치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의 위치가 개인소유지이긴 하지만 여전히 공원부지이기 때문이다.

 한 번씩 철거가 될 때마다 이곳을 찾는 시민들은 '없어져서는 안된다. 여기서 쌓은 추억이 얼만데 계속 유지해달라'고 부탁을 해온다고 한다.

 

 

   
▲ 장작으로 직접 떼는 나무난로, 아기자기한 조명 등 특색있는 포장마차로 만들어진 카페는 손님들에게 옛 추억을 선물한다.

 

 

#새로운 관광명소로

겨울은 간절곶의 등대카페촌의 비수기다. 그런데도 요즘 이곳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에 귀족의 성을 옮겨놓은 듯한 고풍스런 저택, MBC주말 드라마 '욕망의 불꽃' 재벌 회장의 별장이 간절곶의 새로운 볼거리로 꼽히고 있는데다, 또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소망우체통'을 방문하면서 간절곶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등대카페촌'도 입소문을 타며 꼭 들려야 하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코스도 변하고 있다. 최근 울산 간절곶을 찾는 관광객들은 소망우체통과 욕망의 불꽃 세트장을 둘러본 뒤 등대카페촌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코스를 누가 정하기라도 한 것 처럼 따르고 있다.
 해맞이 장소로만 유명하던 간절곶을 대표하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속속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등대카페촌도 철거되지 않고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이보람기자 usy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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