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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학원 이미지 때문에 쉬쉬…피해학생도 신고꺼려
성교육 활성·신고문화 정착 등 지자체 차원 협조 필요


"자식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부모도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겠지만, 아이는 어떨지 더 걱정입니다"
 최근 울산의 한 성폭력 상담센터로 걸려온 성폭력 피해 여학생 아버지 김 모씨의 상담 내용이다. 김 씨는 몇 주 전부터 딸 아이와 함께 상담센터를 통한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한달전쯤 딸 아이가 성추행 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학교와 상담센터의 협조를 통해 동급생인 가해 학생을 찾아냈다. 현재 가해 학생은 전학을 간 상태지만, 평생 아이에게 상처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다.
 
# 성범죄 20~30% 청소년 대상 추정
23일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모두 200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중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도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20~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본보의 보도로 확인된 동구 가출소녀 3명에 대한 50대 남성의 성폭행 사건과 같이 청소년들을 보호해야할 어른들이 저지른 범죄는 물론 청소년이 가해자인 성범죄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실제로 지난 5일께는 지역 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을 여관으로 유인, 술을 먹여 만취하게 한 뒤 집단 성폭행한 남자 고등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때문에 경찰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8일 아동청소년과 여성에 대한 성범죄 사건을 집중 담당하는 1319팀을 발족시켜 성범죄 검거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 센터마다 피해상담도 늘어
하지만 청소년들의 성범죄 피해사례는 훨씬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울산의 한 청소년 성폭력 상담센터는 매달 10~12여건의 관련 신고를 접수받고 있다고 밝혔다.
 상담센터 관계자는 "특히 요즘 상담한 성폭력 사례 가운데 청소년 성폭력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가해자들이 10대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성폭력이 발생해도 학교나 학원 같은 곳에서는 이미지 때문에 은폐하려는 경향이 강해 보고된 피해사례도 전체 피해의 절반가량 밖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울산시교육청은 이같은 학교내 성관련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성교육 전담교사 등의 부재 등으로 효율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각 학교들은 학교 이미지 때문에 이러한 청소년 성범죄가 발생하더라도 교육청에 신고를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가해 학생들의 80%가 반복적으로 동급생이나 후배를 성희롱하고 있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학교 교육 외에도 가정에서의 부모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울산을 포함한 전국에성교육 전담교사가 없는 등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일반교사가 성교육을 담당하는 실정이라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처벌도 중요하지만 예방 더 중요
선진국과 비교해 성범죄자에 대한 우리나라의 처벌법은 엄격한 편이다. 최근 개정된 성폭력특별법은 20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범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했다. 하지만 성범죄 공개를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성범죄 사건이 신고부터 기소, 유죄 판결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아동 성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사전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청소년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은 "정부의 정책과 방침이 피해학생 구제라는 사후 대책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가해 자체를 막기 위한 성교육과 신고문화 확산 등의 사전 예방에도 힘을 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지자체가 공조 체제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청소년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 지자체의 자발적인 예산 운영과 정책집행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승원기자 uss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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