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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신입생들이 들어왔다.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신입생 캠프에서 본 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다 밝았다. 아마도 자신들이 원한 자율고에 합격한 승자의 여유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원하던 학교에 떨어져 패배자가 된 이들 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갈 길을 못 찾아 헤매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패배자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실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운이 따라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교육부에서 내놓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특목고 입시정책들도 한 몫을 했을 수도 있다. 대학입시든 특목고 입시든 학생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도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달라지는 입시정책은 특목고 준비생들을 충분히 당황시킬 수 있다.


 이번 2011학년도 특목고 입시의 최대 이슈는 바로 '자기주도 학습전형'이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스펙'을 갖춘 학생이 아니라, 학교공부를 충실히 수행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중학교 내신 성적+면접'이 기본적인 틀이고, 학교생활기록부, 학습계획서, 교장추천서 등의 자료를 활용한다. 또한 TOEFL이나 TEPS 같은 영어인증시험 점수나,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은 전형자료에서 배제한다. 따라서 이번년도 입시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쌓아온 화려한 스펙을 가진 학생들보다는 중학교 때 착실히 공부해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더 유리했다. 물론 이 전형의 취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신 성적보다는 스펙에 더 중점을 두었던 학생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종전까지는 내신 성적이 그리 좋지 않더라도 각종 수상실적과 인증시험 점수가 높으면 충분히 합격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전형이 좋고 나쁨을 얘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매년 예측할 수 없는 입시정책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학생들에게 큰 곤욕이라는 것이다. 특목고라는 목표를 잡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교육부에서는 그들의 앞길에 장애물을 던지고, 길을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훨씬 더 돌아가게 만든다.
 필자 역시 재작년까지만 해도 특목고 준비생이었다. 중학교 입학하면서부터 외고를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 당시에는 지역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실력을 많이 쌓아서 경기권 외고를 지망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입시를 1년 앞둔 시점에서 지역제한이 생겨버렸다. 경기권 외고는 지원 할 수조차 없었다. 한순간에 목표를 잃어버렸고, 고민하다 결국 전국모집을 하는 자립형사립고에 지원하게 됐다.


 학생들은 실험용 쥐가 아니다. 여러 정책을 시행해 본 다음에 그 중에 가장 나은 것을 택하려고 하지 말고, 정책을 하나를 내놓더라도 충분한 고민과 검토를 해보고 시행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교육은 먼 앞날을 내다보고 세우는 큰 계획이라는 뜻이다. 근시안적 관점을 가지고 입시정책을 내놓는 교육부의 자세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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