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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에서 발표한 올해 수능 가이드라인을 보면 이번 수능은 최근 대중매체에서 자주 언급되는 '물수능'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영역별 만점자가 1% 수준이 되도록 수능 난이도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입시에서 난이도가 들쭉날쭉해 혼란을 줘왔는데, 올해는 6, 9월 모의수능을 거쳐 난이도를 조절해 만점자가 1% 수준으로 출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만점자 1%' 방침을 분명히 함에 따라 올해(2012학년도) 수능은 쉬운 수준에서 출제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수능 만점자가 1%라는 말은 올해 수능 수험자 60~70만명 중 6~7만명이 만점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 만큼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육현장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입으로 수능에 크게 의존하는 청운고학생들에게 쉬운 수능은 학생들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도 '물수능계획'은 수능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평하고 싶다. 수능은 모두 다 알듯이 상대평가다. 하지만, 수험자의 1%가 만점을 받는 수능은 '어느 정도만 공부하면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절대평가성을 지닌 시험으로 바뀌게 된다. 상대평가가 절대평가적 모습을 띠다니, 얼마나 모순적인가.


 그리고 '물수능'은 상위권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자칫 1문제만 실수로 틀리더라도 등급이 '확' 떨어지는 일이 벌어질 게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더불어, 수능이 쉬워 변별력이 떨어진다면 치열한 대입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수능을 비롯해 내신, 논구술, 스펙에서 남들과는 다른 능력들을 보여주기 위해 2~3배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학생들은 결국 대입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결국, 학생들은 그 모든 것을 관리해 줄 수 있는 사교육에 더욱더 의존하게 돼 그동안 죽이려 노력한 사교육을 다시 살리는 꼴이 될 것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정부의 '만점자1%' 계획이 나오자마자 수능비중을 높이겠다고 이미 선언했던 서울대 등 소위 상위권대학들이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논술 등 대학 자체적으로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입시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양한 역량을 평가해 대입의 길을 확대하겠다던 교과부의 '물수능계획'은 그 취지는 좋다.
 그러나 수능의 본질을 말살시키고 학생들을 대입전략에만 목숨 걸게 만듦으로써 진실로는 학생들을 더 혹사시킬 것이다. '물수능계획'에서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 입장들을 표출하고 있는 만큼 교과부는 '물수능계획'을 철회하고 진정으로 학생들과 대학들을 위한 대입방향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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