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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박물관의 열린공간 '중정'은 간이 무대가 설치돼 있어 지역 예술인 등이 펼치는 공연을 수시로 감상할 수 있다.

울산박물관은 현대적이면서도 울산대공원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선사시대부터 출발된 역사문화도시의 자부심을 외부마감인 석재층의 퇴적으로 표현했고 산업도시로의 번영을 전면 스테인레스 마감의 돌출된 창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울산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반구대암각화를 실물 3배 크기로 확대해 돌에 새겨 앞의 거울연못에 투영되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전국 다섯번째 안에 드는 규모

울산의 이미지를 살린 외관은 물론 전국에 있는 박물관 가운데서 다섯손가락에 드는 규모라고 하니 그 무게감이 더해져 첫 인상은 일단 합격이다.
 울산박물관은 울산대공원내 3만3,058㎡의 부지에 연면적 1만4,408㎡,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사실 '박물관'하면 따분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역사나 유물에 관심이 없다면 고리타분한 옛날 물건들을 죽 나열해 놓은 답답한 공간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울산박물관은 그런 부분에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박물관을 둘러보다 다소 지루하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면 머리와 가슴을 환기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있다.
 1층 야외에는 앉아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고 2층의 열린공간 '중정'은 간이 무대가 설치돼 있어 지역 예술인 등이 펼치는 공연을 수시로 감상할 수 있다. 옥상으로 가는 길은 비석 받침대 등 다양한 유물들을 만날 수 있는 야외전시장으로 꾸며져 산책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울산대공원 등산로와 연결돼 있어 박물관과 대공원을 어렵지 않게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울산박물관에서 국내 최대 규모로 제작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실물 복제물.

#울산의 정체성 확실히 보여주는

그렇다고 박물관 전시내용이 고리타분하거나 지루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울산지역의 정체성을 알리는 중요 유물 전시는 물론 산업수도 울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열어보는 전시로 다른 박물관에 비해 특색이 있기 때문이다.
 무료로 운영되는 상설전시실은 역사관과 산업사관 1ㆍ2관(2층), 어린이관(1층)으로 꾸며진다.
 울산박물관의 중심이 되는 전시공간인 역사관은 선사시대부터 1962년 울산공업지구 출범이전까지 울산의 역사문화를 주제별로 소개한다. 다양한 유물 전시를 통해 울산이 어떻게 변화, 발전해 왔는지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산업사관 1관에서는 울산공업지구 지정 등 지역 근대산업 시작 당시의 자료와 산업지도, 지역의 주력업종 가운데 화학에너지 및 비철금속 자료를 소개하고 2관에는 주요 기업체가 직접 참여해 자동차, 조선, 전자전기(미래산업) 분야의 각종 자료를 선보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S-OIL(주), (주)삼양사, SK에너지(주), 고려아연(주), 현대자동차(주), (주)풍산, (주)현대중공업, 삼성SDI, LS니코동제련, 노벨리스코리아(주)등 지역 10개회사와 협약을 체결해 자료를 모았다.

 어린이관(해울이관)은 어린이들이 울산의 옛날이야기, 자동차 등 교통수단의 역사, 지역 역사와 문화, 산업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밀 예정이다.
 역사관과 산업사관에 소개된 내용들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췄는데 처용탈을 직접 써본다거나 울산왜성을 직접 쌓아보는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놀이터로 볼 수 있다.

   
▲ 울산박물관 조감도.


#울산관련 2,000여점 전시품 준비


이들 전시관 운영을 위해 울산박물관은 지금까지 기증받은 1,600여점의 유물과 보물 제392호로 지정된 '동래부순절도'(1760년작, 육군박물관 소장)와 구성과 구도가 거의 유사한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 조선 17세기 초반에 그려진 '호작도(虎鵲圖)',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의 화풍이 보여지는 '조국구도(曹國舅圖)' 등 구입한 유물을 대상으로 2,000여점의 전시목록을 작성하고 있다. 4~5월께면 전시장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울산박물관은 내다보고 있다.

 또 하나의 특색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360도 회전하는 영상관. 이 영상관은 S-OIL(주)와 울산시가 총 1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마련한 공간으로 지역 산업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우선 울산지역 에너지 및 석유화학 산업의 역사와 석유정제 과정 등을 2D서클 방식의 5~7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상영하며 내년에는 '울산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영상을 추가로 만들어 상영할 계획이다.
 지역 주력 산업 가운데 자동차나 조선 분야의 영상 제작도 검토하고 있다.
 
#6월 개관기념 대영박물관 특별전

기획전시실에서 마련되는 대형기획전시도 기대된다. 우선 개관과 동시에 4개월간 '대영박물관 특별전-신화의 세계, 환상의 동물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전시에서는 '환상적인 동물'을 주제로 영국박물관의 소장 유물 가운데 신화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을 표현한 조각과 회화, 도자기 등 130여 점을 선보인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목신인 판(위쪽은 사람이고 아래는 염소의 다리와 뿔을 가지고 있음) 등 1∼19세기 신화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을 그리거나 조각한 유물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오는 14일 대영박물관 학예사 등이 울산을 방문해 전시와 관련한 실무에 대해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다.
 개관전에 이어서는 70여 년 전의 울산모습이 담긴 '울산 달리' 유물을 전시한다.
 이 전시는 일본 오사카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70여 년 전의 울산 달리 지역 생활용구와 민속품, 영상다큐멘터리를 공개한다.
 
#박물관교실등 평생교육기능도 담당

울산박물관의 개관은 울산시민들의 평생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면서 지역민들의 문화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박물관은 평생교육기관이자 학교 교육의 보완으로서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한 박물관 교육기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11월 지역내 교육프로그램 사례조사를 마치고 박물관 대학 등 총 9개 강좌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성인들을 위한 박물관대학과 전통문화체험교실, 가족들을 위한 문화유적답사, 청소년을 위한 보존처리체험교실, 어린이를 위한 1일 박물관학교와 박물관 놀이교실, 도슨트(전시해설사)를 위한 교육, 특별전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교육 등이다.
 울산박물관 신형석 학예사는 "울산박물관은 추진과정 등이 화제가 되면서 벌써부터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울산박물관 개관으로 울산의 도시 브랜드가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학예사는 이어 "개관 후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규모 테마전시를 통해 울산시민들의 잘못된 울산 역사에 대한 상식을 바로잡는 한편 몰랐던 역사를 알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체계적인 지역문화 조사 등을 통해 울산지역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데도 그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손유미기자 ymson@·사진=김정훈기자 idacoya@ulsanpress.net

 

   
 
"복합문화공간으로 사랑받겠다"
 박물관에서 만난 사람- 김우림 초대관장

울산박물관 개관을 3개월여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울산박물관 초대관장 김우림 관장(49)은 "죽을 맛"이라고 엄살아닌 엄살을 부린다.
 하지만 그 말투나 표정에서는 울산시의 숙원사업이면서 울산시민들의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을 울산박물관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다.

 지난 2009년 울산박물관추진단장으로 임명돼 울산박물관과 인연을 맺은 김 관장은 지난해 초대관장이 된 후 지금까지 줄곧 "울산시민에게 사랑받는 울산박물관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밝혀왔다.

 김 단장은 "적은 인력과 얼마남지 않은 시간으로 개관을 준비하려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면서도 "당초 계획했던 울산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박물관, 남녀노소 누구나 자연스럽게 역사와 문화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박물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순한 전시기능이 아닌 울산시민들의 문화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평생교육의 장으로서 그 역할을 기대해달란다.

 김 단장은 "울산박물관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울산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평생교육기관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한 박물관 교육기능을 강화해 나가는 한편 박물관대학, 문화유적답사, 어린이 1일 박물관 학교 등을 다양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대관장으로서의 부담감과 그 역할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 단장은 "최고의 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면서도 "개관 준비단계부터, 시민들의 유물 기증, 전시·체험기획에도 참여하는 등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명예로운 자리로 생각하고 임기기간 중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관장은 고려대박물관 학예사 출신으로 지난 2004년부터 2009년 4월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으로 재임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을 한국의 3대 박물관으로 끌어올린 공로로 자랑스런 박물관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조선시대 묘제(무덤에 관한 관습이나 제도)와 미라 발굴·연구에서 전문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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