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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산실이자 살기좋은 고장
화산근린공원 인근 망향비 건립
1985년 2,600여세대 덕신 이주

   
▲ 철거 이전의 이진마을(1980년).

'굴뚝마다 온기를 뿜고 있지만, 저녁밥 지을 때 피어나는 정겨운 연기 냄새가 아니더라.'
 울산 울주군 온산읍 화산근린공원 한 켠에 자리잡은 망향비의 글귀 중 일부분인 이 구절은 온산공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온산의 연혁과 사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해풍에 실려오는 상큼한 공기와 뒷산에서 불어오는 밥 짓는 냄새에 익숙했던 주민들이 '굴뚝'으로 상징되는 산업화에 밀려 실향민이 된 것이다.

 울주군 온산읍의 구석구석에는 실향민의 아픔과 정서가 숨어있다. 지금은 국가 산업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역군들의 피와 땀, 기계소리가 심장을 쿵쿵 울리는 역동적인 도시로 탈바꿈했지만, 온산은 조국 근대화 과정의 양지와 음지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따뜻한 산 '온산(溫山)'

오래 전부터 '온산'이라 불리게 된 것은 온화한 기후 여건과 기름진 토양 그리고 난류가 자주 흘러 풍부한 해산물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웃을 서로 사랑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고장이었다.
 지리적으로는 울산 중심권의 남쪽에 위치하고, 남쪽으로는 서생에, 서로는 온양, 북으로는 청량면에 접해 있다. 11개 마을이 동해 바다에 접한 곳이며, 철도 항만 도로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온산지역은 선사시대의 문화유적이 30여 곳에 걸쳐 산재해 있는 역사적 산실이다. 넓지 않은 지역에 이렇게 많은 유적이 분포되어 있음은 예로부터 인간이 살아가기에 매우 좋은 여건을 갖추었던 곳임을 알 수 있다.

 

 

   
▲ 덕신마을 전경.

 천연기념물 제65호로 지정된 목도상록수림에는 사철 내내 관광객이 줄지어 찾았던 곳이다. 서편을 끼고 흐르는 회야강은 용방소와 같은 기경을 만들며 삼평·강양리 등지에 풍요로운 곡창 지대를 형성하였다.
 왜침(倭侵)을 저지시킨 거남산과 봉화산 등 자랑스런 구국 역사의 장이 있고, 달포와 우봉 마을의 복어는 전국적으로 유명하여, 1960년대 수산협회 통계로는 전국 복어 어획고의 46%가 이곳에서 이루졌다고 한다. 강양·당월·목도·달포리 등 해안 마을에는 양질의 자연산 생선으로 미각을 돋우던 많은 횟집들이 있었다.

#사라진 마을

당시 이 곳은 산업도시 울산을 만드는 심장부이자 국가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됐지만 대신 대대손손 수백년을 살아온 토착민들은 조상의 땅을 떠나야했다.
 지난 1974년 온산 산업기지 개발지역으로 포함된 이후 온산지역 10개 법정리 19개 행정마을이 철거됐다. 철거된 마을은 당월리, 원산리 원봉과 산남, 대정리 대안·송정·번내, 이진리, 산암리 산하·달포·당목·솔개, 방도리 방도·목도·사방동 등이다. 1987년 2차 이주까지 포함하면 모두 2,804세대, 1만3,018명이 고향을 잃고 인근 덕신 지역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야했다.

 

 

 

 

   
▲ 온산 이주민 망향비.

 이 자리에는 고려아연 온산제련공장, 온산동제련, 동해펄프, 쌍용정유, 풍산금속, 효성알루미늄 등이 들어섰다. 현재 온산공단은 국가산업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240여개의 기업체 총생산액은 18조에 달하고 있다.
 온산공단 조성으로 정든 고향을 떠난 주민들은 지난해 화산근린공원 인근에 망향비를 건립했다. 규모는 높이 8.5m, 폭 2.5m, 좌대 높이 1.5m이며 19개 마을의 사진과 유래가 새겨 1만3,000여명의 실향민의 한을 달래고 있다.

 

 

#온산의 중심 덕신

온산읍은 지리적으로 동쪽은 바다를 접하고 있고, 북쪽은 청량면을 접하고 회야강을 경계로 남동쪽을 서생면, 서남쪽은 온양읍을 접하고 있으며, 울산중심권의 남쪽에 위치해 부산과 동해를 접한 항만과 도로등 천혜의 지리적 입지여건을 갖추고 있다.
 1974년 4월 1일에 국가산업기지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1985년 10월 15일에 2,600여 세대가 덕신으로 이주했다. 공단조성으로 인해 타지에서 유입된 공단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관계로 인하여 불협화음이 파생되기도 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소일거리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는 농어촌 출신의 40∼50대 이상의 연령층은 타 직종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탓으로 민원이 많이 발생했다. 중화학공업 및 비철금속 공장들의 입주로 인한 공해 문제로 주민과 업체간의 시비가 잦았지만, 꾸준히 상호 합의점을 모색해 가고있는 중이다.
 현재 주거생활공간인 덕신은 공단입주와 함께 택지가 조성되어 철거지역 이주민과 사택을 중심으로 공단근로자가 거주하고 있는 마을로서, 남부복지회관, 울주문화의 집이 개관 되었고, 온산운동장이 조성 되어 있다.

 해마다 온산공단한마음축제를 개최해 읍민화합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아름다운 온산읍으로 발전할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재환기자 hani@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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