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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구 삼호동 '고가구거리'는 15여년 전 고가구, 골동품을 취급하던 고가구점을 시작으로 신복로타리에서 삼호중학교를 따라 앤틱가구, 고재가구, 원목가구점 등이 늘어서 세월의 향기를 은은하게 느낄 수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산업수도 울산, 울산의 관문에는 신복로터리가 있다. 신복로터리 상징탑은 지난 1973년 현대건설이 울산∼언양 고속도로 준공 기념으로 세웠다. 당시 '유신탑'이라는 별명으로 우리나라 근대화의 초석을 다진 울산에 진입하는 입구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산업도시의 상징물이 있는 그곳에 세월의 향기 은은한 고가구거리가 있다. 고가구나 골동품을 취급하던 고가구점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면서 3~4곳으로 줄었지만, 이 곳에는 원목가구, 고재가구점 등이 들어서며 새로운 가구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15년전 삼호중 방면 4~5곳 들어서며 형성
현재 고가구·고재·원목가구 등 20여곳 영업
가게 문턱 낮추고 인근 주차공간 확충 숙제

 

 

   
▲ 고가구점에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온 골동품과 물건들이 가득하게 진열되어 있다.

 


#가구마다 담긴 이야기와 역사

울산 남구 삼호동 고가구거리에 들어서면 풍경이 단숨에 달라진다. 점포마다 시간의 터널을 지나온 고가구들이 가득 차 있다. 손때가 묻은 장농이며, 빛바랜 앞닫이, 살짝 칠이 벗겨진 화로 등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이 됐을 물건들이 시선을 끈다. 흡사 작은 박물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수백년 동안 세월의 손때가 묻어 자연스럽게 드러난 질감과 고풍스러움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고가구와 고재가구, 이조가구의 차이점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무로 만든다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르다. 고가구는 대를 이어 물려받은 가구나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오던 가구를 말한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머릿장이나,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반닫이 등이 바로 고가구.
 반면 고재가구는 오래된 고재목을 이용해 만든 가구로, 최상의 제품은 오래된 한옥에서 뜯어낸 우리 고재(대청마루 등)를 사용해 만든 가구이다. 고재가구는 고재 자체는 오래 되었지만 가구는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하거나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제작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조나무는 수입해온 원목 등으로 공장에서 고가구의 디자인을 본따 만든 가구를 말한다.
 웰빙, 로하스(LOHAS) 등의 라이프스타일이 각광을 받으면서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도 한옥을 닮고자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유리, 스틸, 대리석, 콘크리트로 무장한 요즘 공간에 우리 전통 고가구 한 점만 놓이면 금세 삭막한 풍경은 온화해지고 세련미를 더한다. 그래서 최근들어 수제 원목가구, 고재로 만든 가구, 고가구 등이 주목받고 있다.

 고가구의 가장 큰 매력은 오래됐기 때문에 편안하고 두고 볼수록 더욱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고가구는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물건이다. 또 현대식 가구와는 달리 고가구는 싫증이 나지 않는다.
 더위에도 추위에도 우리 전통 고가구는 사람처럼 반응을 한다. 나무가 살아숨쉬는 것이다. 아랫목은 따뜻하고 위로는 찬 기운이 도는 한옥문화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관리에 애정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적당한 애정을 갖고 관리한다면 딸, 손자를 거쳐 몇 세대를 거듭하더라도 자신의 매력을 뽐내며 자손들에게 우리에게 주는 것과 같은 편안함을 줄 것이라고 고가구점 상인은 설명한다.

 옛 선조들의 자취와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매력이다. 고가구를 본 사람들은 우리 어머니, 할머니, 할머니의 할머니가 사용하던 가구 얘기에 자연히 젖어들고, 또 가구를 통해 과거를 추억한다.

 

 

 

   
▲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선조들의 자취가 느껴져 편안함이 느껴진다.

 


#'울산의 인사동'되기위한 과제

삼호동 고가구거리는 신복로터리에서 삼호중학교 방면으로 가는 길 400~500곒 지점을 일컫는다. 길 좌우로 고가구점과 앤틱가구, 고재가구, 원목가구점 등 약 20여개가 늘어서 있다.
 이곳에 고가구거리가 형성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여 년 전. 처음엔 고가구점 4~5집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었다. 고가구점을 따라 인근에는 앤틱가구, 고재가구, 원목가구점들이 들어서며 삼호동 고가구거리는 형성됐다.

 하지만 타 지역에 비해 고가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수요가 줄어들면서 한 가게는 언양으로 한 가게는 웅촌으로 옮겨갔고, 최근에는 곳곳에 중국산 가구를 판매하는 경매장이 들어서면서 제대로된 고가구를 파는 고가구점이 오히려 외면받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기름값도 오르면서 자주 발품을 팔며 전국 방방곳곳에 산재한 고가구를 구해와야 하는 고가구점도 물건 구하기도 힘들게 됐다. 어려워진 경기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돌아봐지는 고가구점의 경기도 얼어붙게 한 것이다.

 삼호동 고가구거리 내 고가구점 상인들은 같은 거리 내에 더 많은 고가구점이 들어서길 바란다고 말한다.
 고가구점은 수 많은 가게가 모였더라도 저마다 만든 방식, 세월, 재료, 역사 등 똑같은 고가구는 없기 때문이며, 집집마다 판매하는 물건이 달라 오히려 손님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호동의 고가구거리가 울산지역의 이색지대로, 문화콘텐츠로 자리잡기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다. 고가구점들이 조금 더 들어서야 하고 전통수예점 등 관련 상들이 밀집해 보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 비교적 고가로 알려진 고가구점의 문을 쉽게 열고 소비자들이 들어설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

 다음은 어느 상권에서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주차문제다. 차량소통량이 많은 신복로터리가 인근에 있는데다 주위에 주차를 할만한 공간조차 없어 소비자가 물건을 여유롭게 둘러보기 힘들다.
 이 거리 상인들은 울산시나 남구청도 경상남도 진주나 인사동처럼 거리 활성화를 위한 행정을 펼쳐준다면, 삼호동 고가구거리는 관광콘텐츠로, 울산의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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