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남구 장생포와 삼산동, 중구 학성로 등 울산 도심의 간판들은 다양한 글자체와 색으로 업체별 특성을 살린 이미지로 재탄생해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중구 학성로 '간판이 아름다운거리'.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지역 정체성·특색 살려 밝은 이미지로 재탄생
휴식공간 조성·경관과 조화된 '걷고싶은 거리'
볼품없던 가게가 깔끔·세련된 알짜 상권 부활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공원이나 산길을 제외하고 이렇게 도심 한가운데 걷고 싶은 거리가 얼마나 있었을까. 공공 디자인 사업으로 남구 장생포와 삼산동, 중구 학성로 등 울산 도심 3곳이 한층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람' 중심의 '보행 천국'. '간판'이 그 동력이다.

#장생포 고래특구 거리

'고래 할매집' '고래 막집' '당월 고래전문 횟집' '왕표 상회 낚시'….
 알맞은 크기의 간판에 삐뚤삐뚤한 글자가 눈길을 끈다. 산돌광수체·샘물체·신명조체 등 다양한 글자체의 간판이 이어진다. 빨강·파랑 등 원색이 많았던 글자 색도 황토·보라 등 다양한 색으로 바뀌었다.
 "깔끔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회사원 김영진(41)씨는 "가게 간판 수가 줄어들고 깔끔해지면서 장생포의 모습이 한결 나아졌다"고 말했다.

 2004년 고래박물관 건립 이후 지역 모습을 달리하던 장생포가 또 한차례 변신했다. 장생포초등학교에서 울산해양항만청까지 1.7km 구간에 걸쳐 위치해 있는 고래고기집을 비롯 122개 점포에 변화가 이뤄진 것. 2009년 7월 고래특구 지정을 계기로 지역적 특색을 살린 경관을 되살리기 위한 '장생포 간판 정비사업'이 진행된 덕분이다. 가장 큰 변화는 간판의 크기가 작아지고 숫자가 줄었다는 것이다.
 '장생포 간판 정비사업'은 읽기 쉽고 찾기 쉬우며 장소와 업소의 정체성을 살려내면서 무엇보다 우중충한 장생포의 이미지를 밝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간판은 때로는 거센 파도를 이겨내며, 고래의 꿈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형상화했다.

 초기엔 가게주인들의 반발이 심했다. "경제난으로 어려운 마당에 간판 교체가 웬말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도심이 변화하면 고래문화특구로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며 설득했다. 글씨체·간판 모양 결정에 업소 주인의 의견을 대폭 반영했다.
 정두열 전 장생포고래문화회장은 "간판 개선은 물론이고 고래박물관과 고래연구소,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등으로 관광객이 점차 늘면서 장생포가 부활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다만 요즘 고래유통이력제로 고기 값이 비싸지면서 손님이 줄어들고 있지만, 장생포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남구 삼산동 현대백화점 뒷길에 조성된 '삼산 디자인거리'는 전선지중화 및 인공 시냇물과 화단 등이 어우러져 '걷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 했다.

#남구 삼산디자인 거리

깔끔하게 단장된 거리엔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몰려드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길 가운데 벤치에는 친구나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다소 쌀쌀한 날씨를 무색케 하듯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엔 여유가 묻어났다.
 지난해 디자인의 옷을 갈아입고 새롭게 탄생한 삼산디자인 거리는 울산을 대표하는 만남의 장소다. 남구청이 대대적으로 펼친 디자인 개선 사업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남구청은 지난 2008년 9월부터 2010년 2월까지 현대백화점에서 길을 잇는 500미터 구간의 보도블록을 모두 교체하고, 바닥분수, 휴식공간 등을 조성했다. 전선지중화와 가로등, 휀스, 보행자안내판, 교통안전표지는 하나의 시설물로 통합하는 등 여러 시설물들이 도시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개선했다.
 그리고 이 거리 일대 131개 점포의 간판에 세련미를 더해 '걷기 좋은 거리'로 거듭나도록 했다.
 남구청 도시디자인 이선호 계장은 "'삼산동에 가면 무언가 즐거운 일이 생긴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싶다"며 "도시의 성장 앞에서 그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함을 인식하고 앞으로 울산의 명품거리로서 인지도를 더욱 높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가 바뀌자 시민들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중·장년층이 주 소비층이던 삼산로가 20대로 넘쳐나는 상권으로 변했다.
 이 일대에서 충무김밥을 운영하는 정상준 대표는 "커피전문점, 보세의류, 액세서리 등이 속속 입점하고 있다"며, "유동인구가 늘면서 덩달아 매출도 조금 늘었다"고 전했다.

 

   
 

#중구 학성로

낡고 볼품없던 간판이 깔끔한 디자인과 세련된 빛깔로 디자인돼 칙칙했던 시장을 환하게 만들었다. 지저분했던 시장 길은 가지런히 정리돼 찾아온 이들의 발걸음을 가벼이 했다.
 울산의 옛 도심이자 성남동과 함께 가장 번성했던 상권이었던 학성로 일대가 2년전부터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로 변신했다.
 학성로 안국한의원~시계탑사거리 275m 구간에 대해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을 실시한 결과다.

 350여개의 간판으로 무질서했던 시장 거리가 190개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간판에다, 말끔한 모양의 간판으로 달라진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진통이 있었다. 시장이라는 특성상 큰 비용을 들여 설치해 놓은 간판을 철거해야 하는 부담때문에 상인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청의 끊임없는 설득작업 끝에 무분별한 간판보다는 규격화되고 개성있는 간판을 설치하는 것이 거리미관과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간판 정비에 동의했다.'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사업에 들어간 비용은 3억원.

 덕분에 이전보다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매출상승으로 이어져 학성로를 낀 중앙시장과 옥교시장 상권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기존에 해오던 대로 원하는 색깔, 원하는 광고 문구 한자라도 더 붙이고 싶어하는 업소 주인들의 욕구가 곳곳에서 분출되는 바람에 사업을 완료하기까지 애를 먹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사업으로 방문객 증가와 상가매출 상승이라는 시너지효과와 함께 이 일대가 지역의 새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꿔단 간판이 학성로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중앙시장과 옥교시장을 알짜 상권으로 변신시키고 있었다. 김미영기자 myidaho@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