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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구입하기 위해 중고차 시장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굉장히 머리가 아파본 기억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새차와는 달리 중고차는 이전 차주가 차를 잘 관리했었는지, 사고를 낸 일은 없는지, 그래서 수리는 얼마나 받았는지 등 차의 이력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판매자 측에서는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매우 관리가 잘 된 양호한 차라는 얘기를 할 것이다. 차 값도 문제다.
 차의 상태에 비해 값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상태는 좋아보이는데 차 값이 너무 싸도 의심이 되게 마련이다.

 이쯤 되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절대 중고차를 사기 위해 값을 후하게 쳐 줄 용의가 사라진다.
 아무리 판매자가 좋은 상태의 차라고 홍보를 하더라도 중고차는 중고차이며 구매자 입장에서는 상태가 좋은 차라는 확실한 증명이 없다면 최대한 낮은 가격에 구입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판매자(또는 차주)의 입장을 들여다 보자.
 우선 중고차를 파려고 내놓은 사람들은 구매자와는 달리 자신의 차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하면 중고차의 적정가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사고에 수리도 받은 적이 없고 정말 잘 관리된 차를 내놓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차에 비해 차 값을 많이 받으려고 할 것이고 이는 구매자 입장에서도 수긍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상태가 좋지 않은 차를 내놓은 사람들이다.
 과거에 사고도 많이 당하고 관리가 잘 되지 않은 차지만 그 사실을 구매자가 자세히 알 수 없다면 이 사람들도 차의 상태에 비해 차 값을 많이 받으려고 할 유인이 있다.

 자, 이제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를 들어 현재 시세가 1,000만원인 중고차가 있다고 하자.
 똑같은 차지만 관리가 잘 되어 1,000만원 이상의 가격을 받으려고 했던 차주들은 차를 팔지 않으려고 할 것이며, 시장에는 1,000만원보다 못한 상태의 차들이 1,000만원에 거래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매자들이 손해를 보게 되므로 이제는 1,000만원보다 적은 가격을 지불하려고 할 것이고 시장가격은 더 낮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그 가격이 700만원이라면 또 다시 700만원보다 양호한 상태의 차주들은 차를 팔지 않으려 할 것이고, 시장에는 700만원보다 못한 상태의 차들만 남게 될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결국 상태가 좋지 않은 중고차들만이 시장에 가득하게 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거래가 되지 않아 중고차 시장이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럴 듯 하지만 언뜻 황당한 얘기로 보일 수도 있는 이 얘기는 사실 경제학에서는 정보비대칭(Asymmetric Information)에 따른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문제로 2001년 노벨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George A. Akerlof)의 유명한 중고차 시장(Market for Lemons) 이론이다.

 즉 중고차 판매자가 갖고 있는 정보(사고이력, 관리상태 등)를 구매자가 알 수 없는 문제로 인해 구매자는 양호한 상태의 중고차(Peach)가 아닌 좋지 않은 상태의 중고차(Lemon)만을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역선택을 하게 되며 심지어는 중고차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역선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한 장치나 제도가 필요하다.
 만약 중고차 판매자가 사고 및 수리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든지, 구매 후 얼마간 이상이 있을 시 무상수리를 해 주겠다는 보증서를 발급해 준다고 한다면 구매자는 '레몬'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고 판매자는 양호한 상태에 걸맞는 가격을 받고 차를 팔 수 있으므로 중고차 시장이 보다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요즘 중고차 시장을 살펴보면 이러한 제도적인 장치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보다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여 품질을 보증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많이 줄어들어 거래가 이전보다 더 활발해 진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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