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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종영한 MBC드라마 '욕망의불꽃' 세트장에는 한눈에 들어오는 동해안의 아름다운 절경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남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봄은 짧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스쳐가는 봄을 잠시라도 담아두려면 간절곶으로 가자.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해안을 따라 핀 노란 유채꽃이 농익어 갈때면 봄날은 더욱 분부시다. 확 트인 동해를 마주하면 가슴이 뻥 뚫린다. 남해가 신산스러운 생활이 묻어 있는 삶의 바다라면 동해는 희망이 역동하는 생명의 바다다. 한반도의 아침이 시작되는 간절곶은 그 심연의 아름다움 만큼이나 새 희망을 품고 오기에는 좋은 곳이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간절곶 소망우체통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한 가족. 5m 높이의 우체통에는 그리운 사람에게 사연을 띄울 수 있도록 엽서가 비치되어 있다.
#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간절곶
간절욱조조반도(艮絶旭肇早半島). 울산 지역 읍지(邑誌)에 실려 전해오는 문장이다. 울산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의 새벽이 열린다는 뜻. 간절곶은 동해의 맨 아랫자락, 남해와 만나는 귀퉁이다. 바다에서 보면 '긴 간짓대(막대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간절곶(艮絶串)이라 이름 지어졌다.
 간절곶은 간절곶 등대를 비롯한 그 일대 바다 위에 간짓대처럼 불쑥 튀어나온 넓은 지역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등대가 있는 서남의 넓은 땅과 평리, 동북으로는 송정과 솔개마을까지도 간절곶에 속한다.
 간절곶은 지형상으로 태평양을 향해 열려 있는 중요한 뱃길이었다. 비록 바람이 모질고, 파도도 거칠지만 울산 장생포의 포경선들이 태평양의 고래떼들을 쫓아 헤매던 바다였다. 지금도 원유를 실은 유조선, LPG수송선, 자동차를 싣고 가는 컨테이선 등 수없이 많은 화물선과 어선들이 오간다.
 간절곶 등대는 새로운 천년을 상징하는 등대로서 만들어졌다. 등대 지면으로부터 17m, 해수면으로부터는 35m 높이다. 불빛의 밝기는 양초 180만개를 모아놓은 것과 같은 180만캔들. 50㎞ 밖까지 빛이 닿는다. 등대 옆에는 1979년 세워져 20년동안 불을 밝히다 지금은 쓰지 않는 앙증맞은 꼬마 등대가 서 있다.

# 사랑, 기다림, 소망의 출발점
   
▲ 해안가에 위치한 가수 김상희 울산큰애기 노래비.

간절곶은 자그마한 공원처럼 꾸며져 있다. 거센 파도가 쉴 새 없이 부딪치는 바다 끝자락 해안의 바다로 열린 언덕 위에 운치 있는 벤치를 마련해두었다.
 등탑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면 해변에 한 여인이 아이를 데리고 먼 곳을 바라보는 조각상이 보인다. 세 모녀의 눈동자를 가만 쳐다보니 바다 너머 미지의 세계로 간 어떤 이를 기다리는 것 같다.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됐다는 충신 박제상의 아내이다. 밤이 되면 등대불빛이 빛나고 바닷가에는 그녀가 그 배를 바라보고 있다. 등대의 불빛은 아직도 그 시절에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불빛이다. 사랑하다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간절곶 바다를 떠돌고 있을 것이다.
 그 옆에 있는 어부상은 해학적이면서 유쾌한 기분을 안겨준다.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 어부 하나가 굳센 팔뚝을 힘차게 앞으로 내지르고 있다. 언뜻 보면 마님을 사랑하는 돌쇠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일 잘하는 머슴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외에도 간절곶에는 웅장하게 생긴 철조각 작품이 감청색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거대한 화강석 거북상이 바다를 향한 모습도 있다.
 언덕배기에 널따랗게 자리 잡은 잔디밭은 간절곶의 백미다. 비스듬하면서도 수평지게 자리 잡은 잔디밭은 간절곶의 한적한 여유를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이다. 그 넓은 잔디밭에 우람한 자태로 서 있는 철조각품의 기품은 의젓하기까지 하다.
 그림같은 봄바다를 배경으로 높이 5m의 우체통이 서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큰 우체통이다. 소원을 빌면 정말 소원이 이뤄진다는 뜻에서 '소망 우체통'이란 이름을 달았다. 바다의 끝자락에 서 있는 우체통은 왠지 모를 그리움을 불러온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본 게 언제였던가. '그'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이곳에서 가장 간절한 마음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그 마음이 반드시 올해 안에 이루어질 것이다.

   
▲ 간절곶 해안길을 따라 위치한 '간절곶 등대카페촌'.
# 사랑 그리고 추억의 명소
그곳에 가면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 세트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드라마에서 대서양그룹 김태진 회장(이순재)이 요양차 머무는 별장이다. 2층으로 된 이 별장의 앞에는 분수가 자리하고 있고, 벽돌색과 흰색이 조화된 건물 외관은 르네상스시대 건물의 분위기를 풍긴다. 집 안에 들어서면 대리석 계단이 시야를 사로잡는다. 창밖으로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동해안의 아름다운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간절곶 세트장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간절곶 세트장은 수제 인형 곰 박물관을 운영하는 ㈜테디베어 뮤지엄 부산이 울주군으로부터 낙찰받아 빠르면 하반기부터 테디베어 박물관으로 변신한다.
 테디베어 뮤지엄 부산은 드라마 세트장을 테디베어 박물관으로 활용하되 이름은 '간절곶의 사랑 그리고 추억의 명소-간절히 사랑한다면'이라고 짓기로 했다.
 간절곶에서 울주군 온산읍 강양리 해안까지 4.5km 구간,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이 해안가는 자연친화적인 쉼터로 조성된다.
 울주군의 해안디자인 2차 개선사업이 이달부터 시작됐다. 바닷가를 끼고 4곳의 수변공원이 조성되고 해안산책로가 만들어진다. 연인들이, 가족들이 바다와 더불어 이야기하며 걸을 수 있는 최고의 장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 희망과 의지를 되새기는 해맞이 땅
간절곶 일출도 물론 장관이다. 동해안에서 가장 빨리, 가장 멋지게 해가 뜨는 곳이다. 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어떤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 앞에 닥친 희망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을 개척하고 변화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일 것이다. 간절곶은 그 결연한 의지를 다지기에 더 없이 좋은 일출의 명소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의지를 보여주고,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간절곶인 것이다.
 유채꽃이 새하얀 등대, 파란 하늘과 합쳐져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래서인지 간절곶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희망'을 찾고 돌아간다. 잃어버렸던 소망을 되찾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면 간절곶에 가는 것이 정답이다.   글=정재환기자 hani@ 사진=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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