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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자활어직판장 상인들이 활어직판장 앞에 마련된 무료진료소에서 혈압, 당뇨, 체지방 분석을 비롯한 기초검사를 받고 있다.

 

"와~ 물고기 많다. 아줌마, 여기 상어는 없어요?"
 "상어 먹을라꼬? 여기 상어는 없는데~ 우야꼬"
 엄마 손을 잡고 정자 활어직판장을 찾은 한 꼬마 손님이 가자미, 대게, 오징어, 넙치, 농어, 우럭, 참돔 등 갖가지 생선의 향연에 궁금한 듯이 상인에게 묻는다.
 오랜 전 마을 가운데 24그루의 포구나무(느티나무) 정자가 있어서 정자(亭子)라는 지명을 얻게 된 울산 북구 최대항 정자항. 정자항에는 바다에서 잡아온 싱싱한 물고기를 취급하는 '정자어촌계 활어직판장'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은 언제나 넘치는 생동감과 진한 삶의 향기가 피어난다.

#1997년 천막치고 판매한 것이 시초
지금의 자리에 정자활어직판장이 들어서게 된 것은 지난 1997년 10월이다. 이전에는 지금의 자리에 파이프호스로 연결한 기둥에 천막을 씌운 직판장이 있었다.
 정자활어직판장의 유래는 간이 시장이 들어서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자 전통시장(5일장)에 할머니 2~3명이 큰 다라이(대야)에 생선을 팔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
 싱싱한 횟감에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서 손님들이 모여 북새통을 이루면서 정자 전통시장 인근도 몰려든 차량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 상황을 보던 전(前) 정자어촌계장이 아이디어를 내 지금의 자리에 파이프호스로 연결한 기둥에 천막을 씌운 좌판, 포장마차 형태의 직판장을 마련했고, 이후 복지어촌종합개발사업을 통해 사업비 2억7,200만원을 들여 부지 2,100㎡에 연건평 912.42㎡ 규모의 직판장이 만들어졌다.

 

   
▲ 울산우리병원과 울산수협 정자어촌계는 9일 활어직판장 앞에서 울산우리병원과 함께하는 허리펴는 재래시장 MOU를 체결했다. 박성훈 원장과 박상철 정자어촌계장이 협약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선도 전국 최고 어촌계원 직접 운영
현재 활어직판장 안에는 36코너가 개설돼 있으며 현재는 33코너가 운영되고 있다. 코너당 6.6㎡씩 총 90명의 정자어촌계 계원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곳의 활어들은 정자 어업인이 직접 어획해 공급한 것으로 신선도는 전국 최고로 손꼽힐 정도다. 가장 유명한 것은 가자미, 대게다. 특히 가자미는 전국 물량의 50%를 차지할 정도다. 원산지를 속이지 않고 저울 눈속임이 없는 것도 정자를 찾는 사람들이 줄지않고 늘어나는 이유다.
 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주말이나 평일이나 해변을 따라 마련된 넓은 주차장도 차로 가득 차고, 직판장 안은 고기 반, 사람 반이 될 정도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와 명성을 자랑하던 정자활어직판장도 한 달 전 일본의 원전 사고가 일어나며서 큰 타격을 입었다.
 "예전에는 '자연산이예요, 양식이예요?'하고 묻던 손님들이 일본 원전 사고 후에는 '어디 산이예요? 일본 근교인가요? 서해안이예요, 동해안이예요?'로 질문이 바꼈어요. 그만큼 손님들이 일본 원전 사고에 민감해하고 있다는 거지요.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한 달 전에는 우박 맞듯이 온 몸으로 피해를 실감했습니다"

#속이지않는 양심장사 전국에 입소문

   
 


정자활어직판장에서 20년째 장사를 해온 털보 아저씨의 말이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사고와 관련이 먼 청정해역 정자의 생선까지도 소비자들이 기피하게 됐고, 때문에 생사가 오락가락하다고 느낄 정도로 직판장은 피해를 입었다.
 정자활어직판장은 정자 앞바다의 물을 그대로 끌어쓴다. 플랑크톤이 그대로 살아있는 물을 쓰다보니 대야에 갖힌 물고기도 죽지 않는다. 그만큼 물이 깨끗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그 물에서 잡은 물고기야 말할 것도 없다.
 "고기는 싱싱하고, 저울로 눈속임 하는 것도 없고. 그야말로 '양심장사'를 하는 게 정자가 전국적으로 소문나고,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 아니겠습니까"
 
#비가오는 와중에도 검진행렬 이어져
"이거는 뭐하는 기계요? 나는 팔이 너무 아픈데 그것도 봐주는교?"
 "할매~ 이리 와보소, 병원에서 와가 검사해준다 카네"
 비가 왔다 그쳤다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지만 정자활어직판장 앞 주차장에 마련된 울산우리병원의 무료진료장에는 고무장화를 신은 발이 줄지어 서있다.
 정자 어민들은 궂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멀리서 찾아온 의료진들이 반가운 눈치다.
 혈압부터 당뇨, 체지방 분석을 비롯한 기초 검사부터 박성훈 원장의 척추상담까지 받으려고 어느새 천막 주위는 고무장화로 한 가득이다.
 정자 어민들은 울산우리병원의 방문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정자활어직판장 상인들은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해 문을 닫는 오후 8시나 9시까지 하루종일 서 있지만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시내까지 갈 수 밖에 없는데다 시내까지는 시간도 많이 걸려 엄두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느 병원도 해준적 없는 현장진료에 감사
임시로 마련된 무료진료장에서 진료를 하던 박성훈 원장을 비롯한 의료진들은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오지 못하는 어민들을 위해 직접 직판장 안으로 발길을 옮겨 찾아가는 의료 상담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의료진들의 방문에 어민들은 놀라면서도 이내 자신이 아픈 곳을 말하며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했다.
 박 원장은 팔, 다리, 허리 등 어민들이 통증을 호소하는 곳을 짚어가며 각 증상에 대한 설명을 했다. 박 원장은 보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 힘들지만 시간을 내서라도 검진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박상철 어촌계장은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니 허리도, 다리도 아프다고 많이 얘기합니다. 나이드신 분들도 많고…. 아직까지 어느 병원에서도 여기까지 와서 이런 봉사를 해준 적이 없었어요. 어민들을 위해 너무 좋은 것 같네요"라며 울산우리병원 의료진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글=이보람기자 usybr@ 사진=이창균기자 photo@

[박상철 정자어촌계장]

 

   
 

 

"'수산물축제'을 부활시켜 북구의 관광상품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는 정자활어직판장. 직판장이 들어서면서 고기잡이에 의존하던 정자 어민들의 생활도 나아졌다.
 지금은 주말이면 차가 들어오기도 힘들지만 빠져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인다. 성공케이스로 꼽히지만 아직 부족한 점과 개선할 점이 있다고 정자어촌계 박상철(53·사진) 계장은 말했다.
 "지금 시설이 지어진 지가 벌써 14년이 됐습니다. 노후가 돼서 건물에 녹물이 생기는 등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만큼 그 명성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건물이 지어졌으면 합니다"
 이왕이면 명물로 일컬어질만한 정자의 특징을 반영한 건물이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지금 배 모양의 화장실이 건물과 떨어진 곳에 있기는 한데 너무 멀다보니 이용에 불편이 있습니다. 새로 건물을 짓는다면 화장실도 건물 안에 들이고, 테마공원 식으로 쉼터나 휴식공간 등도 마련하고 싶어요"
 도로 여건도 개선됐으면 하지만 지자체에서 나서 주지 않는 이상 어촌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도시계획 상에는 입구 양측이 6m도로로 돼 있고 중간중간 입구가 많지만 언제 시행될 지는 미지수다.
 "들어오는 입구만 좀 넓어져도 소통이 괜찮아질텐데, 시행이 안되는 걸 어찌할 수는 없잖아요"
 박상철 어촌계장을 비롯해 어촌계원들은 4회를 끝으로 없어져버린 '수산물 축제'를 다시 여는 것이다. 수산물축제는 가자미나 대게 등 단 한 가지에 집중되지 않고 정자항에서 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으로 '수산물 축제'로 열리는것은 전국에서 유일하다. 이 축제에서는 가자미, 대게, 장어잡이 체험, 미역따기 체험, 경매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곁들어져 많은 호응을 얻었다.
 박 어촌계장은 "산발해 있는 축제를 통합·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잘 돼가던 축제를 없앤다는 건 아니라고 봐요. 다른 지역에서는 없는 축제도 만드는데 있는 것을 없애니…. 북구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관광상품인데 정자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도록 다시 축제를 열 수 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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